연꽃의 인문학(1)
연꽃의 인문학(1)
  • e부여신문
  • 승인 2019.08.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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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학 (전)부여고 교장,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사무국장, 시인

연(蓮, Lotus)은 물에서 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식물 분류상 속씨식물문,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연꽃과, 연꽃속, 연꽃종에 속한다. 뿌리와 씨로 번식하는데 연(蓮)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벌집같이 이어진 것에서 붙여진 것이다. 영어로는 로터스 Lotus라고 하는데 이는 ‘열매를 먹으면 각종 괴로움을 잊고 즐거운 꿈을 꾸는 상상 속의 식물’이라는 뜻으로 BC8세기에 호머가 쓴 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오딧세이는 이카타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10년의 과정을 기록한 서사시 이다. 오디세우스가 험난한 여정 중 한 번은 풍랑으로 로터스 이터들이 사는 섬에 닿았는데 부하들이 로터스 열매를 먹고 시름을 잊고 편안해져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잊고 안주하려 해서 배에 묶어서 데리고 나온 데서 연유한 명칭이다.

연꽃(蓮花)은 연화(蓮華),하화(荷花)·, 만다라화, 뇌지(雷芝),·연하(蓮荷)·, 수단화(水丹花), ·염거(簾車), 연실(蓮實), 수지단(水芝丹), 택지(澤芝라고도 한다. 생약명은 석련자(石蓮子)로 주로 신경계, 순환계, 이비인후과 질환에 활용한다.

연은 키가 1-2m 정도이고, 잎의 지름은 40cm 내외, 꽃은 여름 꽃으로 7-8월에 개화하는데 아침에 피고 오후에 시든다. 연꽃은 아침 먼동이 틀 때 일제히 피어나는데, 다산 정약용은 새벽에 서연지에 가서 기다렸다가 부우욱 하고 연꽃이 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꽃의 크기는 15-20cm 정도이고 꽃잎 수는 18-26개 정도이며 평균 개화일수는 3-4일이다.

연(蓮)은 은행나무와 함께 빙하기 때 멸종을 견뎌낸 식물로 중국 연꽃이 생존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는 5c 경 도입되어 전국 각지의 늪, 방죽, 연못 등에 분포한다.

수련(睡蓮, water lily)은 낮에 피었다가 밤에 시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잠자는 연꽃’이란 뜻이다. 수련은 연꽃에 비해 잎과 꽃이 작고 화려하며 꽃잎이 수면 위에 떠있는 모습이다.

인문학적으로 보면 연꽃은 다른 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다른 모든 꽃이 사랑을 받는 꽃이라면 연꽃은 사랑을 주는 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자아실현을 하는 꽃이다.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결핍과 욕구에 초점을 맞춰 욕구5단계설을 제시하였는데 인간의 욕구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과 사랑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4단계 까지는 자신이 얻으려는 욕구이고 5단계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려는 욕구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돈을 벌려고 무엇을 한다면 1단계 욕구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데서 만족을 얻으려고 어떤 일을 한다면 5단계에 속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꽃의 인문학이란 연꽃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사랑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로 철학자와 뱃사공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한 철학자가 배를 탔다. 철학자가 뱃사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철학을 압니까? 아니요. 당신은 인생의 1/3을 헛살았습니다. 그러면 문학을 압니까? 아니오. 당신은 인생의 1/3을 헛살았습니다.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했다. 뱃사공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헤엄칠 줄 아십니까? 아니오. 선생님은 인생 전부를 헛사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뜻 보면 인문학을 비판하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실은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만약에 뱃사공이 인문학을 배웠더라면 배가 전복 될 때 자기만 살지 않고 철학자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철학자는 항존주의를 대표하고 뱃사공은 실용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항존주의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는 입장이고 실용주의는 실제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현재 자본주의 세계는 철저히 실용주의 입장에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덕분에 물질적으로는 풍요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항존주의자로 성공한 사례는 미국의 허친스가 있다. 로버트 허친스(Hutchins,, 1899 ~1977)는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가 세운 시카고 대학교에 30세에 제5대 총장으로 초빙되어 16년간 총장을 하고 이어서 6년간 명예 총장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학생들에게 위대한 고전 100권 읽기를 의무화하여 3류 대학이던 시카고 대를 일류대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시카고 대는 전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학이 되었고 노벨상 수상자도 91명으로 세계5위 권 안에 들고 있다.

그가 교육학자 아들러(M. J. Adler)의 조언을 받아 학생들에게 제시한 위대한 고전은 144권이다.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여 선정한 것인데 예를 들면, 성경은 4권이 포함되었는데 구약성경의 ‘전도서’와 ‘욥기’, 신약성경 의 ‘로마서’와 ‘마태복음’이다. 동양고전으로는 ‘논어’가 유일하게 포함되어있다.

오늘날 미국이 오로지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번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탄탄한 항존주의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리드, 뉴, 말보로, 세인트존스대학은 많은 인재배출로 유명한데 인문고전을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특히 세인트존스대학은 4년간의 교육과정이 오로지 백 권의 고전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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