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8 12:02 (월)
“백제역사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백제역사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 황규산 발행인
  • 승인 2015.07.14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 등 8개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우리나라에서는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고, 충남에서는 최초로 등재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의 세 수도와 관련 있는 여덟 개의 유적들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이 유산들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활발히 교류했던 백제 후기(475년~660년)의 면모들을 보여준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웅진 왕도 관련 유적인 공산성, 송산리고분군 ▲사비 도성 관련 유적인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 ▲사비의 복도(複都) 관련 유적인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가 있다. 이 유적들은 백제가 중국으로부터 도시계획, 건축기술, 예술, 종교를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켜 일본과 동아시아에 전해 주었음을 증명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관북리유적’ 21c부여신문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나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백제는 기원전 18년부터 660년까지 약 700여 년간 한반도 고대 삼국시대의 한 나라로 존속했으며, 538년 공주에서 35km 남서쪽에 위치한 오늘날의 부여인 사비로 천도한다. 무령왕대에 이루어진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성왕은 왕국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금강이 감돌아 방어에 유리하고, 넓은 평야가 펼쳐져 경제적으로도 탁월한 부여로 수도를 옮긴다.

성왕은 부소산 일대를 중심으로 정림사지에서 궁남지로 이어지는 남북 선을 따라 도시를 만들고, 그 둘레에 나성을 축조해 외침에 대비하는 등 철저한 계획을 통한 수도 부여를 완성한다. 그리고 왕실무덤으로 추정되는 능산리고분군은 도성과 비교적 인접한 나성의 바로 바깥쪽에 위치한다.

발굴을 통해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에는 와적기단이 남아 있는 사찰터를 포함한 왕궁지가 위치하고 있었다. 이 와적기단 건축기술은 중국에서 들어와 백제가 장식적 요소를 가미해 크게 발전시켜 신라와 일본에 전파했다.

부소산성은 평상시에는 후원 역할을 하다가 위급할 때에는 피난처로 사용되었으며 나성과 함께 판축기법으로 축조되었다. 판축기법은 연약한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점질토와 사질토를 교차해 다져가면서 성체를 쌓아 성벽의 강도를 높이는 독특한 기법이다. 산성 내에서 확인된 병영지, 창고시설, 목책열 등은 부소산성이 1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적방의 역할을 충분히 했음을 보여준다.

정림사지는 중문과 탑, 금당, 강당이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사찰 전체는 승방과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었음을 발굴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중국 북위 수도의 유물과 형태가 상당히 유사한 흙으로 만든 인형과 연화문 수막새기와, 서까래기와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능산리고분군의 7개 고분들은 횡혈식 석실분으로 고분이 발굴되기 전에 도굴되어 약간의 유물만 수습되었는데, 고분군 서쪽 절터에서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이 출토되어 능산리고분군이 사비시대 백제 왕실 무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능산리 1호무덤의 네 벽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고, 천장에는 연꽃무늬와 구름무늬를 그린 벽화가 있어 동아시아 고분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정림사지’ 21c부여신문

세계유산의 등재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완전성, 진정성’을 충족해야 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요건 중 (ⅱ)와 (ⅲ)을 충족하고 있다. 백제 역사유적지구의 고고학 유적과 건축물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존재하였던 고대 동아시아 왕국들 간에 불교의 확산과 함께 진행된 건축기술과 도시계획 원리의 활발한 교류와 혁신을 보여줘 등재기준(ⅱ)를 만족시켰고, 수도 입지 선정, 불교사찰, 고분, 건축물의 특징과 석탑을 통해 백제의 독특한 문화, 종교, 예술을 확인시켜 등재기준(ⅲ)을 충족시켰다.

그리고 효과적인 법적보호 체계와 보존 정책을 비롯하여 현장에서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로 완전성과 진정성을 충족하고 있다. 이후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으로 나누어 보존 관리할 계획이며, 그 방안에 대해 문화재청과 협의해 면밀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유산의 등재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기초학술연구, 등재추진위원회구성, 학술심포지엄 개최, 학술연구 및 홍보자료 발간, 국제학술회의 등을 실시하여 2010년 1월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익산 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이끌어냈다.

2011년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설립하고 2014년 7월까지 대상지를 확정해 등재신청서 유네스코에 제출하였다. 2014년 9월에는 ICOMOS가 현지실사를 위해 방문하였고, 2015년 4월에는 추가로 자료를 요청해 세계유산 최종 권고안을 유네스코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지난 7월 4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백제역사유적지구‘부소산성’ 21c부여신문

<세계유산 등재 성과·의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첫째,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인류적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우리도 그만큼 가치 있는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어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부여군민으로서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유산을 보호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세계유산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고 이를 통해 관광수입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별도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일자리창출 효과와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부여군으로 개편된 이래 최초로 세계유산이 등재되어 백제역사유적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최초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을 통해 국가시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사례로 손꼽히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타 지자체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넷째, ‘북한의 고구려유적’, ‘경주의 신라유적’에 이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한반도의 고대 삼국의 유적이 모두 세계유산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루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능산리고분군’ 21c부여신문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

부여군은 이번 세계유산 등재 이후, 후속 조치로 통합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원상회복이 필요한 부소산성, 능산리고분군, 나성을 발굴조사를 할 예정이다. 조사를 통해 정비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유적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지역 민간단체와 유관기관 간의 협조체계를 구성해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정비한다. 등재 지역 환경정비, 안내판 정비, 경관관리 등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위주 매뉴얼 정비, 연계 관광지 활용에 이르는 전방위 대응태세를 유지한다.

특히, 부여군은 오감만족형 관광자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광투어 확대 및 정비,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친절서비스 교육 실시, 수륙양용운행버스 사업 추진 등 네트워크형 관광인프라 구축을 통한 선진 문화관광도시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백제 사비성 왕궁터로 알려진 관북리유적 일원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 세계유산 안내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2017년에 착공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부여군민의 자긍심을 살릴 수 있는 백제사비왕궁터찾기 프로젝트를 군민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나성’ 21c부여신문

군 관계자는 “당초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등 5개 지구에 13개 유적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으나 이번에는 백제 왕실 사찰로 창건기록(577년)과 왕실유물(사리기 일괄 보물 1767호)이 출토된 왕흥사지, 대외교역의 중심지 구드래 일원, 백제귀족 능묘인 능안골고분군, 국내 최대 규모의 고대산성인 청마산성 등이 세계유산 등재에서 제외되었다”며 “특히 부여 사비성은 백제도성 원리를 적용한 최초의 신도시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큰 만큼 백제왕도 정비복원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이들 유적에 대한 재평가를 거친 후 세계유산에 추가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여군은 이와 같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세계유산 등재를 염원하고 기원해온 군민들은 환호하고 있으며, 백제가 문화대국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부여군민은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향후 세계유산 보존 관리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