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이장선거 과열 이대론 안된다!

2013-05-28     황규산 발행인
어려운 환경 속에서 행정의 최일선이며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고 있는 ‘이장’ 자리를 놓고 최근 몇몇 곳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주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부여읍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장 선출을 놓고 몇 번의 선거를 통해 이장 당선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처음 이장 당선자를 무효화 하고, 재선거를 통해 다른 이장이 당선되고, 아직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이장 자리를 놓고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걸까? 같은 부여읍에서도 어떤 마을에서는 이장을 할 사람이 없어 40대 젊은 청년을 선출하고 있기도 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장이란 자리가 주민들의 눈과 발이 되어 말 그대로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였다. 그만큼 이장이란 직책이 마을의 살림살이와 애경사를 관장하는 일꾼이자 주민들에게 가장 신뢰받고 존경받는 자리였다.

물론 지금 이순간도 부여군 전체 아니 대한민국의 이장들은 주민들의 궂은 일을 책임지는 숨은 일꾼으로 희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 마을에서 이장 선거 때마다 심한 잡음이 나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얼마 전 부여읍사무소에서 지역의 원로 이장님 두 분을 뵌 적이 있다. 평소 필자가 지역의 어르신으로 마음 속 깊이 존경해오고 있는 이장님들이었기에 허심탄회 하게 의견을 나누게 됐다. 그 두 분께서도 필자의 말에 모두 공감을 하면서 세월의 변화에 무상함을 느끼고 계신 표정이 역력했다.

밤낮 없이 한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면서도 단 한 번도 불평 불만없이 희생을 해오며 그 일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해오던 두 분의 모습은 언제나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날 필자와 대화를 나누던 두 분이 고개를 저으는 표정은 양 어깨에 힘이 빠지며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모습이어서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두 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니 언젠가 두 분을 모시고 점심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장이란 자리는 변변한 월급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권력이나 무슨 특혜가 주어진 자리도 아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지방자치를 시작하면서 이장 선거가 경합이 되고 과열되는 마을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이장 선거가 무효화 되고, 낙선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심한 경쟁을 하면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이로 인한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편을 가르는 심한 갈등을 유발시키는 안타까운 일이 간혹 목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읍·면사무소에서는 분쟁 조정을 위해 심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 일마나 행정력의 낭비요, 마을의 부끄러움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일이다.

주민들 스스로 이러한 일들을 방지하고 마을의 행복을 지켜야 할 의무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더이상 우리 지역에서 이장 선거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신 이장님들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


황 규 산
충남지역신문협회 부회장
21세기 부여신문 발행인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