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21세기 공무원의 자세

2013-06-19     정길채
기본적인 공무원의 자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창의력과 해결 능력, 배운 것을 실제 생활에서 응용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책을 통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말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보면 충분히 느끼고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 교육은 정말 안타깝게도 달달 외워서 시험만 잘 보면 똑똑하고 마치 모든 면이 우수한 사람인 것처럼 모두가 생각하고 인정한다.

필자는 1987년 공직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소위 말하는 공무원의 공자도 모르면서 첫 발을 내딛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당시 군청에 근무하셨던 부모님 또래의 선배 공무원께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신 것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나의 공직생활의 지침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 여 동창생의 부친이기도 한 그 분께서는 친 자식과 며느리와 사위 또한 현재 공직자로서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대를 이은 공무원 가족이다. 서두에 서술한 필자의 생각은 그 분의 말씀이 길라잡이가 됐으며 거기에 기초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우리 조직 내부에서 소폭의 인사가 있었는데 마치 태풍이 분 것처럼 요란한 소리가 들린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못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며 조직 내 무려 40%에 육박하는 공무원 가족 속에서 일어 난 일이었기에 본인 또한 공무원 가족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과거 몇 번의 인사에서도 이번과 같은 유사한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라도 「목민심서」를 한 번쯤은 읽어 봤으리라고 생각한다.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과 직장을 머릿속에 그려 보자.

부모님, 형제, 일가나 친척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소중한 나의 가족 같은 주민들이자 직장 동료들이다. 앞에서 말한 ‘40%의 공무원 가족보다 더 많은 나머지 60%의 나 홀로 공무원인 우리 조직 내의 식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늘 「역지사지」 생각도 해야 한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형제 사이의 우애, 동기간과의 정겨운 삶. 이 모두는 양보와 미덕에서 생긴다. 내 앞에 큰 감을 놓으려는 욕심이 있으면 결코 효도와 우애도 정겨운 삶도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 일 것이다.

우리 부여군 공무원들이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민원인들을 내 가족, 일가나 친척 또는 친구라 생각하고 상대하면 아마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우리 조직이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공직자로서 법과 원칙 그리고 100% 완벽한 행정 행위를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단연코 세상의 모든 일을 100% 완벽한 법과 원칙을 세워 놓고 적용하기란 대부분의 일들이 불가능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는 100%가 만족하는 인사 행정을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흔히 정치를 하는 분들 가운데 소위 말하는 위정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사탕발림으로 거짓을 말하는 것 중에 가장 흔한 말들이 그와 같은 말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꿀벌도 그리고 개미도 100% 열심히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관찰 해본 어느 학자의 글을 보면 1~2%는 게으름 피우거나 아예 놀고 있더라고 한다.

그 학자의 말을 빌리면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공직자들은 짐승이나 벌레가 아니다. 각자가 스스로 각성하고 자기의 올곧은 생각을 목민관(牧民官)의 입장에서 국민 모두에게 양심을 걸고 성실하게 복무할 분명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흔하게 듣는 말 중에 혁신(革新), 개혁(改革), 척결(剔抉), 전쟁(戰爭)등 수많은 행정가, 정치가들이 내세우는 단어들이 있다. 때때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마치 백성들을 들러리 세워서 외쳐대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행정의 혁신과 개혁, 화재 범죄 체납세금 등등과의 전쟁, 사회 4대악의 척결 등을 외쳐 댄다. 그러면 마치 유토피아(Utopia)같은 세상이 대통령 임기 내에 만들어 지고 정말로 우리나라가 지상낙원(地上樂園)이라도 될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두는 임기 초의 구호나 정책들로서 대부분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 끝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새 정부에서는 이런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우리 부여군 공직자 모두는 전국 평균 51.1%인 재정자립도가 우리군은 11.3%라는 것과 전국의 자치단체 가운데 순위로는 22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기억하면서 불과 몇 년 후에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해 보자.

우리가 수행하는 공무는 업무의 분장에 따른 너의 일, 나의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모두가 군수의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공무원은 없다. 혹시라도 함께 근무하는 우리 동료들을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으로 편 갈라서 차별을 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면 조직 내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내부의 이런 벽들로 인하여 우리 모두에게 결코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일, 더럽고 하기 싫은 일도 때로는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부여군 공무원이 됐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200년 전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만들기를 희망’하면서 18년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며 목민심서 48권을 완성한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선생께서 어떤 경험과 생각과 마음으로 목민관의 필독서를 썼는지도 함께 음미해 보자.

정치적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고 말단의 공무원 조직까지 모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무원 각자가 능력을 키우면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과거의 관행 중에 버려야 할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력도 필요 할 것이다.

모두가 역지사지로 서로를 보듬고 감싸면서 군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 참 공무원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복무하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 21세기를 사는 우리 공무원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도 다짐해 본다.


정 길 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세종·충남지역본부 부여군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