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무권대리

2014-01-02     김동한
이전 칼럼에서 살펴본 표현대리제도는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본인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규정된 것이다. 대리권이 없는 대리인과 거래한 상대방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과실이 있다면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는 무권대리의 경우에 무권대리인과 거래한 상대방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무권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리인의 행위가 대리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대리의 형식은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할 때 그것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행위를 현명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현명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어떠한 거래에서 본인이 아닌 대리인 자신의 행위로 인정된다면 대리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무권대리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대리인이 직접 거래를 한 것이 된다. 무권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이 아니므로 그 대리행위는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은 무권대리인의 법률행위에 대해 추인을 할 수 있고, 추인을 하게 되면 무권대리인의 법률행위가 본인에게 효력이 미친다. 실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인이 명시적으로 추인하지 않고 어떠한 행위를 한 것이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만약 본인의 추인이 인정된다면 그 대리행위로 인한 법률행위는 유효하기 때문에 거래의 상대방은 본인에게 계약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대리인이 대리권 없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본인이 매매대금의 일부를 받은 경우 또는 본인이 그 매매대금으로 다른 토지를 구입한 경우, 대리인이 대리권 없이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본인이 월세를 받은 경우, 대리인이 대리권 없이 돈을 빌렸고 그 채권자가 본인에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본인이 변제기한을 유예하여 달라고 요청한 경우에는 본인이 묵시적 추인을 한 것으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본인이 무권대리인의 법률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인 추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무권대리인과 법률행위를 한 거래의 상대방은 본인이 추인을 하지 않으면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을 이행하라고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거 래상대방은 무권대리인이 대리권이 없는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의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대리인을 통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본인은 표현대리, 무권대리 등으로 인하여 분쟁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위임장에 위임사항을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하고,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함부로 대리인에게 교부하여서는 절대 아니된다.

거래의 상대방도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대리권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본인에게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대리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 본인의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한 대리인으로 믿고 거래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김 동 한
합동법률사무소 해우 변호사
21세기 부여신문 독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