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지혜로운 삶
2014-06-04 박철신
입은 없고 생식기만 있는 하루살이는 최대 수명이 48시간 이라고 한다. 그 중에는 수명이 24시간도 못사는 하루살이도 있을 것이다. 비율적으로 환산해보면 하루살이의 48시간은 한국인의 평균수명 80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시계로 본다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처럼 24시간 사는 것과 48시간 사는 것은 그리 큰 차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루살이가 느끼는 24시간은 인간의 나이 40세이고, 48시간은 인간의 나이 80세에 해당하니, 48시간 동안 살아남은 하루살이는 꽤 장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보는 하루살이의 짧은 수명과 수 억년을 사는 신선이 보는 인간의 짧은 수명을 역지사지 해본다면 인간이 하루살이와 무엇이 다를까? 철이 없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알음알이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뜻이니 사악한 두려움과 탐욕이 번뇌 속에서 싹트는 것이다. 근심, 걱정, 두려움이 없었고 생각이 없었던 순수하고 철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욕심이 없었던 그 시절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50세가 되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니 태어나서부터 줄곧 움켜쥐고 쌓아왔던 탐욕스런 마음들을... 버리고 비우고 놓아야 한다. 또한 수천 억겁년 전부터 돌고 돌며 내 영혼체 속에 쌓아 저장되어 왔던 악한 짓을 한 업장을 진실된 참회로 씻고 닦아내야 다음 생에서 내 몸과 피와 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옷으로 바꿔입을 수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아버지 다윗왕에게 바치는 반지에 아들인 솔로몬이 지혜로운 글귀를 새겨넣었는데 그 글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였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교만하지 말며 전쟁에서 지더라도 좌절하지 말라는 뜻이다. 세상은 머물지 않고 계속 변해가는 것이니 붙잡으려 할 것 없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1순위는 암, 2순위는 심장질환, 3순위는 뇌혈관질환이다. 하지만 사망원인 ‘0’순위는 나이듬(Aging)이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우주적인 현상,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되는 증후군인 ‘생로병사(生老病死), 성주괴공(成住壞空)’은 만고의 진리이니 순리대로 바람과 구름따라 자연처럼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지마라. 탐욕은 이 세상을 떠난 후 저승에서 내가 되갚아야 할 빚이거늘, 욕심내지 마라. 화나는 일이 있거든 하늘을 바라보라. 우주가 내 몸 안에 있으니 나와 우주는 한 몸뚱이가 되어 주와 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은 없는 것이니 분노하지 마라.
진리가 아닌 길을 바른 길이라 여기는 것이 가장 큰 어리석음이다. 모든 사물과 존재의 실상을 깊게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져야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박 철 신 충남의사협회 부회장 부여현대내과 원장 21세기 부여신문 독자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