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당뇨병약 꼭 먹어야 하나요?

2015-05-26     김종대
“검사결과 당신은 당뇨병이 있습니다. 약을 드셔야겠습니다” 라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전 지금 불편한 것이 없는데요.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하는 경우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요?

주위에서 당뇨병 환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입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입니다. 성인 10명 중 2명은 당뇨병 전단계입니다. 성인 3명 중 1명은 당뇨병과 연관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당뇨병 환자들이 많아지게 된 걸까요? 당뇨병도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의 경우는 당뇨병에 잘 걸리기 쉬운 체질인 사람이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영양분이 공급되는 상태를 몸(췌장)에서 못 견디게 되는 경우 발생하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서양인에 비하여 당뇨병에 잘 걸리기 쉬운 체질을 갖고 있습니다.

당뇨병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당뇨병이 이렇게 갑자기 올 수도 있나요?”라는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갑자기 당뇨병이 오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당뇨병이 있었던 것을 그동안 몰랐던 경우입니다.

당뇨병은 기본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오게 되는데, 인슐린 분비기능은 10여년에 걸쳐서 서서히 떨어집니다. 인슐린 분비기능이 정상의 70%가량 떨어지게 되면,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 단계인 전단계당뇨병이 발생하며, 인슐린 분비기능이 50%가량 떨어지게 되서야 비로서 당뇨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인슐린 분비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2년에 한 번씩 국가에서 무료로 해주는 건강검진입니다. 정상 혈당은 공복에서 100mg/dL 미만입니다. 공복 혈당이 100에서 125 사이인 경우를 전단계당뇨병이라고 부르는데, 전단계당뇨병의 30~40%는 결국 당뇨병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뇨병이 아직 아니다라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전단계당뇨병인 경우는 인슐린 분비기능이 정상의 60~70% 밖에 안 되는 것을 유념하고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기 위해서 신경써서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당뇨병은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입니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하는 기능은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혈당을 낮추어주는 당뇨병약들도 이러한 당뇨병의 진행을 늦추어주는 정도이지 근본적으로 막아주지를 못 합니다.

이전에는 당뇨병이 초기인 경우, 식생활습관을 변경하고 3개월간 지켜본 이후에도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 약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이런 원칙은 2008년도에 바뀌게 되었는데, 당뇨병이 진단되면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바로 약을 쓰도록 지침을 바꾸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의 식사조절 및 운동요법만으로 정상혈당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당뇨병 자체가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사조절 및 운동요법으로 혈당이 정상화되어 약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언제부터 약을 먹어야 할까요?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당뇨병이 발생한지 얼마 안 되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은 열심히 치료를 하여 혈당 조절을 엄격히 조절하였고, 다른 그룹은 적당하게 치료를 하여 혈당 조절이 목표보다 높게 조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치료를 하였을 때, 연구 기간 동안에는 혈당 조절을 잘 한 그룹이 각종 당뇨병 합병증 발생이 낮았습니다. 수년 간의 임상 연구가 끝난 후 이 두 그룹은 일상적인 치료를 유사하게 받았고 이후 두 그룹의 혈당 조절 정도는 비슷하였습니다.

하지만 연구 종료 10여년이 지났을 때에도 두 그룹의 혈당 조절 정도가 비슷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혈당 조절을 엄격히 한 그룹에서 심뇌혈관 질환 및 미세혈관 합병증이 덜 발생하였습니다. 초기에 혈당을 열심히 관리해놓으면 나중에 혈당 관리를 덜 하더라도 건강이라는 유산으로 되돌려 받게 됩니다. 이를 유산효과(legacy effect)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약을 먹어야 할까요?에 답을 알려주는 또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당뇨병이 진단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진단된 지 10년 내외)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당 조절을 잘 한 그룹과 혈당 조절을 대강 한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두 그룹 간에 뇌졸중, 협심증·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너무 늦게 당뇨병 치료를 하려는 노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뒷북이 되기 쉽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뇨병 초기부터 약제 및 생활습관 조절로 관리를 잘 하면 먹는 약 한 두 종류로 평생 아무 문제없이 건강관리가 되지만 치료를 안 하고 방치하게 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더욱 망가지게 되어 인슐린 주사로도 혈당 조절이 잘 안 되어 각종 당뇨병 합병증을 유발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이 진단되었을 때,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치료를 늦추는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종 대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2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