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아침] 길손이여 발밑을 보라

2015-06-09     蘇山 임 원 재
천년 고도 곧은 숨결
사해로 내닫는 선사의 고향

길 따라 세월 따라 지울 수 없는
한 서린 발자국
낙화암엔 두견화 피고 지고
정림사 석탑은 말이 없는데
나성에 불던 바람 아직도 불더이다.

길손이여
가슴을 열고 발밑을 보라

뺏고 빼앗기고 죽고 죽이고
피로 얼루진 허허로운 세월
역사는 강물로 흘러
천년이 가고 천년이 와도
지울 수 없는 흔적
사람과 사람 사이 문화로 존재한다.

백제의 미소
정겨운 소부리 사람들

따뜻한 봄날엔 그곳에 가고 싶다
구드래 나루에서 쪽배를 타고
세월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
조롱대 바위에 앉아
강바람에 시 한 수 떠올리고

고란사에 들러
고란초 띄운 약수 한 잔 마신 다음
부소산에 올라 반월성을 돌아보렴

‘사자루’에 노을 지고
‘영월루’엔 달이 뜬다.

정 두고 가는 저 길손아
부여를 보려거든 발밑을 보라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백제는 살아서 꿈을 꾼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