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불망초심(不忘初心)

2012-04-12     박철신
깨닫지 못한 자들은 모두 맹인이다. 마음의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계율은 무엇일까? 계율은 맹인의 길을 안내해 주는 맹인견이다. 맹인견을 데리고 구도의 길을 떠나면 깨달음의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앞을 못 보는 자가 개의 도움마저 없다면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깨닫고 나면 눈이 떠지니 맹인견이 더 이상 필요 없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계율을 벗어나지 않는다.

본래 계율은 눈뜨지 못한 자에게만 필요한 것이니 눈을 뜨고 나면 계율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 진리의 삶 속엔 계율은 없는 것이다. 마치 숨을 쉬면서 공기가 콧 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깨닫고 나면 선승의 법문들은, 진리라는 그림의 퍼즐 한 조각일 뿐, 진리 그 한 가지를 알려주기 위한 도구였음을 알게 된다.

우주, 천지만물, 자연의 이치와 원리는 하나일 뿐이니 사람의 모습을 볼 때 머리, 귀, 눈, 코, 입, 팔, 다리, 몸통을 한꺼번에 보면 확연히 아는 것이지 무상, 고, 무아, 공, 연기, 중도를 안다고 진리 전체를 아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찰해야 한다. 하루살이를 보면 인간살이가 보이지 않는가?

복숭아 솜털이 보숭보숭한 젊은이들이 예뻐서 예쁜 것이 아니라 젊어서 멋지다. 역시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위대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 말은 인생의 역경을 잘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젊었을 때 단련해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니 30대까지의 우리의 인생은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만일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사실 그것도 알 수 없다. 출생 시의 유전자와 환경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운명론에 빠져선 안된다. 얼마든지 마음공부를 통해 현생과 내생에 태어날 자신의 운명을 개선 시킬 수 있으니 열심히 마음공부 해야 한다.

간장게장이 밥도둑이 아니라 초발심을 잊고 매너리즘에 빠져 공부하지 않는 자는 모두 밥도둑이다. 마음공부 할 때 이 핑계 저 핑계 게으름 피우는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는 온정이란 칼끝에 묻어있는 꿀과 같아서 자꾸 정에 끌리다보면 바른길을 가지 못하고 언젠가는 칼끝에 혀가 잘리고 만다.

사람의 목숨은 년 월 일 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지간에 있으니 숨 내쉬고 다시 들이쉬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이생에서 공부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고 마음이 조급하게 느껴진다면 그야말로 올바른 수행자의 참 모습이다.

총선이 끝났다. 국민들은 투표하기 전까지는 왕인데 투표가 끝나고 나면 노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선거기간동안 국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국민들은 개혁, 안정, 성장, 사회통합, 이데올로기 보단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하다. 선거운동기간 중에 고개 숙이며 악수할 때의 하심(下心)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고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와 국민’만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국민들과의 약속을 불망초심(不忘初心·초심을 잊지 않음) 해주시길 국회의원 여러분께 당부드린다.


박 철 신
종양내과 의학박사
부여현대내과 원장
21세기부여신문 독자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