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제교육과 기부문화
2012-04-12 김종성
하긴 버스가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어느 때는 버스를 이용하던 친구보다도 일찍 집에 도착한 일도 있었다. 그 때는 돈도 절약하고 집에도 일찍 오는 두 배의 기쁨을 느껴본 일이 있었다. 모두가 가난하긴 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러한 근검절약 정신을 지니고 살았다.
오늘날은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하다. 그만큼 낭비도 심하다. 한 방울의 기름도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넘쳐나고 있다. 도로에 빼곡히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대단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애써 벌어들인 외화가 줄줄이 유출되고 이산화탄소가 배로 배출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은 어떠할까? 이미 근검절약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옷과 신발, 가방이 명품으로 치장되어 있다. 학교급식 식당에는 잔밥들이 쌓이고 있다. 교실에는 쓰다버린 학용품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십원, 백원짜리 동전은 땅에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다. 분실물이 있어서 찾아가라 방송해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로 쓰고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용돈을 체계적으로 쓰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 주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떳떳하게 벌고 보람 있게 쓸 수 있는 가치관을 어린 학생 때 길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생님뿐 아니라 부모와 지역 주민 함께해야 한다.
속담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돈을 벌 때는 좋고 나쁜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벌어도 쓸 때는 좋은 곳에 빛이 나게 쓴다는 말이다. 오늘날의 패러다임으로 고쳐 말한다면 “정승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것이 시대에 알맞은 경제 논리가 되지만 여하튼 번 돈을 잘 써야 된다는 말이다. 번 돈을 정승처럼 잘 쓴다는 것은 절약해 지출하고 꼭 필요한 곳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에 사용하는 것이다.
쓰고 남는 것만 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아니다. 부족할 때 아껴 쓰고 기부하는 것이 참된 기부이다. 우리는 장애인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자신도 달동네에 살면서 더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기부자를 볼 때 뜨거운 감동을 느낀다.
오늘날 기부문화가 새롭게 중시되고 있다. 교육기부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스마트사회로 변화면서 교육현장도 많이 변하고 있다. 전에는 한 명의 교사가 일률·획일적으로 자습감독하며 밀어붙이던 시대였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잣대로 들이대 한 줄로 세우는 것이 교육의 흐름이었다. 자습을 빼먹고 도망하면 어느새 탈락자나 문제 학생이 되고 말았다.
스마트시대의 패러다임은 여러 줄에서 학생들이 달릴 수 있도록 세우는 일이다. 백 명을 한 줄로 세우면 1등이 한명이지만 백 줄로 세우면 1등이 백 명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이 맞춤식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동아리 개설이 필수적이다. 동아리는 소규모여야 한다. 소규모의 많은 동아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기부가 필요하다. 이는 학교 현장의 선생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재능을 지닌 인사들의 교육기부가 필요하다. 동아리는 원래 자생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배우는 학생들이기에 홀로서기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기부자는 지도해 주고 선생님은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학교 현장에 새로운 경제교육과 기부문화가 꽃 피우길 바란다. 재능기부도 좋고 물품기부도 훌륭한 일이다. 학생들이 이러한 기부정신을 기억하고 배우는 학습이 저절로 발양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교육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미래 인재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김 종 성 충청남도 교육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