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부여의 소나무가로수
2012-08-16 21c부여신문
건국 후에는 1963년 전국 시·군 소재지를 잇는 간선도로를 국도로 지정하고 프라타나스와 포플러 등을 심었다.
필자가 2006년 부여군에서 근무할 때 부여시가지 전기통신시설 지중화사업으로 군청에서 보건소 사이 800m가로의 프라타나스 뽑은 자리에 새로운 가로수 식재 문제로 군수실에서 간부들이 여러 날 토론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담당과에서 소나무가로수를 진행하기에 필자가 백강로에 심겨진 소나무를 예로 들며 ‘사업비 과다 소요와 활엽수보다 여름에 그늘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겨울엔 설해와 길바닥이 얼음판 된다’는 것을 지적하며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대전·유성시가지에서 각광받고 있던 이팝나무 가로수를 벤치마킹 할 것을 권유하여 당시 군수가 여러 날 검토 끝에 결단을 내려 지금의 이팝나무길이 탄생된 것이다. 사업비를 6분에 1로 줄일 수 있었고(소나무 300만원 이팝나무 50만원) 5월 중순이면 20여일 동안 쌀 같이 하얀 꽃과 여름에 풍부한 그늘집이 이팝나무의 경쟁력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부여시가지와 연결되는 내·외곽도로 완공을 계기로 심어진 가로수가 천편일률적으로 소나무 뿐 이어서 여름에 그늘 약하고, 겨울에 위험하며, 4계절 쾌적하지 못한 동네를 만들었다.
며칠 전 서울·중구에서 남산의 상징인 소나무 수백그루를 가로수로 심었다가 ‘소나무 뽑고 여름에 그늘집이 좋은 활엽수 심어 도심온도를 낮춰 달라’는 민원으로 곤혹스러워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고개 돌리면 보이는게 소나무 천지인 시골 부여에서 가로수 원칙(가을엔 일시에 잎이 쏟아져야 한다)을 무시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주민과 관광객에게 여름에 시원하지 못하고 겨울에 얼음판길을 만들었다. 이는 소나무 아래 지나려면 미끄러질까봐 스트레스 안기고 보너스로 사고나면 그때마다 혈세로 땜질해야하는 재앙덩어리를 선물한 셈이다.
‘실수로 맨홀 뚜껑 열린 틈에서 다리 부러져도 도로관리청이 보상해야 된 다’는 판례를 책임자들은 간과한 것 같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행정을 감시해야할 군의회(언론·지역 인사)도 못 본체 했으니 책임은 똑같다.
부여시가지는 구간을 나누어 문화재위원들도 반대못할 우리 전통수종인 산목련, 이팝, 단풍, 회나무를 심어 풍부한 그늘집을 만들고 외곽엔 백일홍, 은행, 산딸나무 등을 배치하였다면 꽃·향기·단풍·스토리가 어우러진 백년 앞을 내다본 명품고도 부여를 연출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고칠 방법은 있다. 부소산 동남쪽에 빽빽이 흉물로 서있는 일본수종 리끼다소나무 수천그루를 이 기회에 모두 베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무가로수를 옮겨 심으면 된다.
또한 부여를 아끼는 내·외 인사들로부터 부소산의 리끼다가 백제고도(古都)의 이미지까지 구기고 있다는 질책을 받고 이를 고치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용역보고서를 받아 놓고도 사명감 부족으로 지금까지 끌고 온 부소산 숙제를 단번에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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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 원 前 부여군청 기획감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