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지사 투병 끝, 본격 정치행보 나서
새누리당 대선캠프 향해 “중앙은 새가슴,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 청소부 자처
2012-10-24 이종순 기자
도지사직 보다 충청도가 홀대받게 할 순 없었다. 박근혜 후보 당선위해 뭐든지 맡는 게 도리… |
지난 11일 다발성골수증으로 투병생활을 해 오던 이완구 전 지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청양 모 호텔에 나타났다.
지난 11일 다발성골수증으로 투병생활을 해오던 이완구 전 지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청양 모 호텔에 나타났다.
이 전 지사의 이번 청양방문은 충우회(충청을 사랑하는 모임, 유태식 회장)의 정기모임 초대로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쾌유 환영회’가 열리게 됐으며, 김동완 국회의원, 이석화 청양군수, 유병기 전 충남도의장, 이종현, 강철민, 고남종, 김정숙 충남도의원 및 강태봉 전 충남도의장, 송영철, 김동일, 황우성, 오배근, 홍성현 전 충남도의원 등 전·현직 의원 및 지역 인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뚝심의 도백으로 소개받은 이완구 전 지사는 환한 얼굴로 인사했고, 유태식 전 도의원은 첫 인사말을 통해 “충우회는 보수도 진보도 좌도우도 아닌 오직 우리 지사님의 충청을 걱정하는 사람들로 이 전 지사의 완쾌됨을 맞아 충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올해 가장 큰 행사(대통령선거)가 있는데 충청을 걱정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완구 전 도지사는 “충우회 귀한 시간을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며 인사를 건낸 후 그동안 근황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완구가 꾀병이 아니었나? 그렇게 얘기한 사람도 있다. 발병 경위는 금년 1월 5, 6, 9일 출판기념회를 했다. 3일 동안 30시간 정도를 무리한 일정을 했다. 1월 10일 스트레칭을 하는데 불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을 느껴 순천향병원에 갔으나 대수롭지 않다고 처방했다. 그후 1월 13일 신년교례회 축사 때 허리에 통증이 왔으며 1월 15일 건강검진을 하도록 돼 있었다. 건강검진을 하고 선거에 임했다. 순천향 서교일 이사장이 오더니 ‘이상하다. 허리에 뭐가 좀 보이는데...’하며 확진판정을 못하더라. 그 다음에 다발성 골수종으로 확진후 이후 16일 입원했다”고 회상하며 “암 선고를 받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사람 마음이 묘한 게 10분 정도 지나니 마음의 평정을 찾았고 하느님이 부르면 가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고쳐보자며 그날 저녁 편안히 자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번의 항암주사를 맞았다. 자가조혈모를 받아 여기까지 왔다. 그 사이에 머리가 다 빠지고 첫 번째 자란 머리다. 의학적으로 완치됐다. 요즘 암을 감기환자 취급할 정도로 흔해 빠졌다고 하나 암은 암이다. 조심하고 회복 중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고 투병경위를 설명했다.
이 전 지사는 도지사 사퇴와 관련해 “왜 사퇴했을까? 사퇴의 변이 있다. 지금까지 말씀 안 드린 게 있다. 1996년도에 자민련 텃밭 속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7년도 대선이 있었다. DJP공조(김대중, 김종필)로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보수와 진보가 타협을 하는 시대였다. 보수의 대표자인 김종필과 진보의 대표자인 김대중이 손을 잡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내각제라고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두 분이 손을 잡은 것. 그 이면에는 강력한 충청의 자민련이 손을 잡고 연대 한 것이다. 내각제를 하겠다고 하는 굳은 약속하에 당선된 것이다. 그러나 1년6개월 지나니 내각제 못하겠다고 했다. 분연히 일어났던가 도민들이 분연히 일어나지 않았던가 둘 중의 하나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서 항거하던가 충청주민들은 충청에서 표를 줘서 당선됐는데 두 가지 다 못했다. 총리와 장관 두 개, 국영 기업체 받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지사는 “다시 자민련이 몰락해 17명이 출범하면서 제2의 DJP공조가 이뤄진다. 박태준, 이한동이 총리를 했다. 장관 두 자리 얻어먹고 김대중 임기 5년이 끝났다. 정치인 충청인의 한사람으로 이게 아닌데 대통령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내각제는 어디로 갔는가 정치인 충청인은 왜 가만히 있나. 정치인으로 가슴에 있었다”고 그동안 지난 일을 회자했다.
이 전지사는 “세월은 흘러 세종시가 충청의 화두가 됐다. 이명박 대선 과정에서 12번의 약속을 했다. 7년 동안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정확하게 2008년 3월 내 방에 와서 ‘세종시 어떻게 할거요?’ 했더니 ‘추진키 위해서 행복청을 손을 안 댔다’ ‘나가서 기자들에게 얘기해도 됩니까?’하니 ‘가서 빨리 얘기하라’고 해 기자들에게 말을 했다. 2009년이 돼서 정운찬 전 총리가 충청도 출신임을 내세워 갑자기 세종시 없었던 일로 하자 논란이 돼서 2009년 11월 29일 국민과의 대화를 갖고 세종시를 못하겠다고까지 갔다. 연기에 가서 이장단을 만나고 언론기관을 방문하고 충청의 대표인 민선 도지사인 이완구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금도 정운찬을 이해 못한다. 내가 볼 때는 옳은 자세가 아니다. 민선 도지사인 나와는 얘기했어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전 지사는 “DJ 공조문제와 이 문제를 연결시켜 보자. 이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냐? 나는 중앙정치를 했던 사람이다. 중앙의 기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다시 침국의 단계로 갔다면 얼마나 충청도를 쉽게 생각했겠냐. 공약했다가 없었던 걸로 하자 반복됐을 것이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문제다. 도지사 군수도 하고 공직을 거쳐가지만 유하는 것이다. 이 땅에 후배들은 도지사 군수 다 할 것이다. 나쁜 전통과 전례를 남겨놓고 갈 순 없다. 누가 도지사를 그만두고 싶겠냐. 이완구가 도지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적어도 이 땅에서 충청도가 외부에서 중앙에서 홀대받게 할 순 없었다. 그게 그때 나의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대선의 중앙정치에 대해 “개인적으로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자리싸움(대선캠프) 가지고 연일 싸우고 있다. 새가슴들이다. 자리가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떠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각 캠프에선 당선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 청소하는 자리든 무슨 의미가 있냐, 자리 때문에 싸우고 있다. 답답하다. 이건 아닌데...”고 안타까워했다.
이 전 지사는 중앙(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요직을 요청하면 수락할 것인지라는 물음에 “내가 속한 새누리당이 대선문제에 대해서 정비를 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리가 무슨 상관이 있냐, 자리 같은 것 안 따진다.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쓰레기 치우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라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국가 방향이 나의 철학과 같다면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위해서 자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본격 정치행보에 나설 뜻을 비췄다.
이어 박 후보 연락 있었냐?란 질문에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게 제일 좋다. 20일 전에 건강상태 걱정으로 전화통화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하고 서로 생각을 알아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얘기 안 해도 아는거 아니냐”라고 직답을 피했다. 또, 당이 제안하면 어떻게 할지란 질문에 “뭐든지 청소하는 일이라도 후보를 위해서 뭐든지 맡는 것이 도리다. 자리 가지고 이러고저러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정치활동 재기의 시작을 알렸다.
충청권 캐스팅보트 쥘 수 있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엔 “충청도 중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번 대선결과에 따라서 표의 향방에 따라서 정치 지형상에서 충청 정치세력이 온전하냐 흩어지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충청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진당과 손을 잡아야 하나란 질문에는 “정당 구성원들의 의견이 소중하다. 그것도 모르는데 내가 언급할 위치가 아니다.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 도백으로 충청권을 생각한다면 표를 얻기 위한 핵심의제는 무엇인가란 질문엔 “세종시는 원만하고 확실하게 추진됨으로써 성장 동력의 진원지가 돼야 한다. 과학벨트가 세종시가 충청까지 당진 태안까지 충북까지 갈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이라도 와 봤냐, 나는 그런 대통령의 자세 이해할 수 없다. 그것보다 더 큰 충청, 국가의 현안이 어딨냐?”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