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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백제고도 복원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특별기고]백제고도 복원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 이용우 부여군수
  • 승인 2011.1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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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c부여신문
오랜 세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어 온 여백과 기다림의 땅 백제의 고도를 복원하기 위한 희망의 횃불에 소박한 불씨가 지펴졌다. 지난 달 26일 문화재청장과 부여, 공주, 익산 등 3개 고도 지자체장이 백제권 고도보존육성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성공적인 결실을 이끌어 내기 위한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백제권 고도간 고도의 보편적 가치와 독창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2015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역사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공동노력의 초석이 되기로 한 것이다.

특히, 3개 고도의 역사유적 지구가 2015년 유네스코에 공식 등재되면 세계인에게 백제가 한국을 넘어 그리스나 이집트 문화유적처럼 세계문화유산임을 선언하게 될 것이며, 고도 주민은 물론 백제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충청인의 자긍심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백제 문화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숱한 전란과 화재, 햇빛과 이슬, 비와 바람 등 천년의 세월이 깍아 만든 마모와 상처의 미학에 있다. 그래서 춘원 이광수는 부여행이라는 시에서 “(중략) 천 년의 꿈이런 듯/ 옛 서울을 못 보아도/ 와편에 새긴 연꽃/ 그 날 솜씨 완연하다” 라고 노래했던 것이다.

비록 우리에게는 만리장성이나 타지마할 같은 유물은 없지만, 소박하지만 미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역사 향기가 배어 있는 석탑, 불상, 향로, 돌담, 토기, 누각 등이 있다. 나라와 인종을 넘어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유산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쉽거나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고, 뛰어나 보석도 갈고 다듬지 않으면 돌에 불과하다”는 격언이 있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처럼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고도민의 염원과 기대가 선정위원회의 마음을 울려야 가능할 것이다.

고도는 한 국가의 정체성과 상징성이 투영된 장소로 일반도시와 차별화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한 시대의 왕도였던 고도는 우리 민족 정체성의 중심이며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다. 이러한 고도의 역사문화 환경의 합리적인 보존은 문화적 가치향상과 국제적인 관광경쟁력 강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고도의 무한한 잠재력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여 미래가치를 높이고 고도가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도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공간의 비움에 대한 지혜와 개발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함은 물론, 주변지역이 황폐화되지 않고 활기찬 생활공간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상생하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지난 시절 타 고도가 압축성장이 가져온 회색도시로 분칠될 때, 백제의 고도는 군이라는 쇠락의 멍에를 쓰고 맨 얼굴로 먼 훗날의 쓰임을 위해 속으로 속으로 기약없는 견딤의 시간을 보내왔다.

이제 그 숱한 기다림에 대한 보상과 비움에 대한 채움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고도복원을 기폭제로 하여 백제의 역사유적들이 복원되어 1500여년 전 문화선도 국가의 영광된 모습을 회복하고, 백제문명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대내외에 널리 선양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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