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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토요 교육활동 로드맵
[특별기고] 토요 교육활동 로드맵
  • 김종성 충청남도교육감
  • 승인 2011.12.08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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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굉일이 언제여?”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오전 일과로 마무리되는 반공일(半空日)인 토요일을 어른들은 ‘반굉일’이라 말씀하셨다. 사오십년 전 부모님들은 토요일이 며칠 남았는지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물으셨다. 물음에는 부탁과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당시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고 농촌에서는 적은 일손이라도 필요했다. 모두가 토요일을 학수고대(鶴首苦待)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기에 기다렸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일할 몫을 할당해 놓고 기다리셨다.

이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다. 대개의 학교는 토요일에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잠재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마음껏 놀 수도 있고 스포츠를 하면서 땀을 흘릴 수 있다. 음악미술에 심취할 수 있고, 봉사활동, 교과활동 등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앞으로 교육은 어린 학생들이 토요일을 효율적으로 보내도록 보살피며 지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학생들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와 학교, 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정교육의 공간 만에서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부모의 걱정도 크다. 집에 데리고 있자니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학원에 보내자니 아이를 다시 구속하는 듯하고 사교육비 걱정도 크다. 가끔은 친척을 방문할 수도 있고 가족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손가정 등 소외계층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학교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교육선진국이라는 핀란드를 방문한 일이 있다. 기초교육의 실상을 파악해 보고,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국가의 영어교육에 대한 효과적인 방안을 연구해 보고 취사선택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영어교과서 외우기를 통한 실용능력 향상과 학력증진의 길을 모색하고자 함이었다.
핀란드의 영어교육이나 교과활동, 예체능 특기적성 활동은 주로 소그룹으로 이루어짐이 많았다. 음악의 경우는 정규 교육과정도 많이 편성되어 있었지만, 여러 뮤직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의 감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동아리실에 갖춰진 악기도 격(格)이 있었고, 학생 수준도 상당해 보였다.
앞으로 주중 방과후활동이나 주말활동은 동아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미 연구학교를 통해 전인교육형 융합프로그램으로 이를 시범·시행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생수 200여명의 어느 학교에는 16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고, 500명의 학교에는 32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었다. 보령의 미산초·중학교는 농산어촌 소재 학교로 초·중 통합학교인데 유초중등과정에 학생은 무학년제로, 선생님도 초중등이 혼합하여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었다.

미래 스마트사회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요구된다. 창의성교육은 동아리 속에서 같은 또래나 선후배끼리 마음껏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서로 토의·토론이 많을수록 바람직하다. 과학탐구나 진로탐색을 위해 체험활동을 한다면 체험장소, 방법, 사후정리 등에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모두가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잠재력을 계발하고 여기서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쌓여진 스펙은 자신의 이력과 개인역사가 된다. 이를 고입이나 대입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음은 덤이다.

동아리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구성원의 혼연일체된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특성과 여건에 맞는 계획이 수립 운영되어야 한다. 최대한의 교육기부 협조를 받아야 한다. 운영시스템이 정착되면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나가는 대물림 교육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한 선배가 멘토가 될 수도 있다. 선생님들은 동아리 운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기획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도교사로 직접 봉사할 수도 있지만 인내와 사랑으로 관리하며 지켜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한다.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앞서 대처하는 사람이 선도자(先導者)다. <대학(大學)> 책에 나오는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 해야 한다는 구절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시점이다. 성공적인 동아리활동 기획운영에 부푼 꿈을 꿀 일이다. 모두가 뜻 깊은 교육적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 종 성 충청남도교육감 21c부여신문
김 종 성
충청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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