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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지식을 버리고 지혜를 갖춰라
[독자기고] 지식을 버리고 지혜를 갖춰라
  • 박철신 의학박사
  • 승인 2011.12.08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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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시자인 스티브잡스가 암으로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 평소 스티브잡스가 존경했던 인물은 봇다(깨닫은 자)와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 참선을 해왔으며, 그의 독창적인 창의성을 컴퓨터에 접목시켰던 선구자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한다.

생명이 있는 세계에 태어나면 반드시 시작과 끝인 나고 죽음이 있다. 깨쳐야 하는 이유는 생사의 세계에 계속해서 태어나고 죽는 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그럼 윤회의 씨앗은 무엇인가? 재물, 이성, 명예, 권력에 대한 애착과 분노가 한(恨)이 되어 아뢰야식 속에 씨로 저장되어 있다가 육체가 소멸된 후 49일만에 인연을 만나 다시 새생명으로 잉태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중유(죽은 후로부터 49일까지의 기간)에서 생유(태어나는 때)를 받지 못하면 갈 곳없는 귀신이 되는 것이다.

젊었을 땐 다들 나만은 늙고 병들고 죽지 않을거라 착각한다. 무엇이 진정 ‘나’인가? 무엇이 내 몸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인가? 천고의 여정의 한 조각인 인간사. 맹구우목(盲龜遇木)처럼 어렵게 인간 몸 받았을 때 숙제를 끝내자! 침묵으로 돌아가라! 그곳에서 나를 내려놓고(下心)나를 바라봐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주만물을 관조하고 우주의 소리를 들어라.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맹인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 아이처럼 살아라! 그럼 헛된 알음알이가 사라질 것이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많은 생이 진행하는 가운데 하나의 과정이기에 ‘현생유일주의’에서 벗어나 생을 길게 봐야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윤회의 고리를 끊고 훨훨 나는 새가 완전한 자유의 몸(해탈)이 되었는데 새장 속으로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는 것처럼 나무가 없으면 나무 그림자도 없는 것처럼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다(生死一如). 따라서 ‘스티브잡스여! 다시는 이세상에 돌아오지 마라!’가 죽은 이에게 해줄수 있는 가장 큰 덕담이다.

‘나’라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에 국한되어 나고 죽음을 반복해 오면서 수억겁을 지어온 선과 악이라는 ‘업’에 소처럼 코가 꿰어 자유로움을 잃고 육체가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가 중생이고, 우주가 내집이고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는 자연인이 깨달은 자이다.
영화를 보면서 몰입되면 기쁘고 화내고 슬프고 즐거워하다가 영화가 끝나고나면 현실로 돌아
온다. 중생은 잠시 영화에 몰입된 상태를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을 말하고, 깨달은 자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현실이 영화 속임을 아는 사람이다.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란 노래의 가사를 들으면 이런구절이 나온다. <쓸쓸한 달빛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면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하지만 이삶이 다하고 나서 알면 너무 늦다.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는 화택(불타는 집)이다. 소중한 인간몸 받았을 때 부지런히 공부하여 불타는 집에서 서둘러 뛰쳐나와야 한다. 사전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 화두와 선문답은 이세상 이치에 맞지않는 뜬구름같은 그들만의 언어로 비춰지지만, 깨달음의 이치에서 보면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다.

지식(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된 인식, 이것은 인간들 끼리의 임시 방편적인 약속일뿐 진리가 절대 아님)을 버리고 지혜(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사물을 무상, 고, 무아의 원칙를 정확하게 볼수 있는 능력)의 안목을 갖춰야 한다.

박 철 신 의학박사 21c부여신문
박 철 신
종양내과 의학박사, 부여현대내과 원장
21세기부여신문 독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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