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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불상
백제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불상
  • 한봉규 부여박물관
  • 승인 2011.12.2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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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군수리 출토 금동보살입상:보물 제330호,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 절터
우리나라의 속담이나 격언에는 웃음에 관한 내용이 많이 전해 오고 있다. ‘웃는 집에 복이 온다(笑門萬福來)’와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一笑一少, 一努一老)’라는 말이 있다.

웃음이란 사람의 마음을 표정 변화나 소리로 나타내는 방식의 하나로, 웃음의 소리 없이 가볍게 웃는 모습을 ‘미소(微笑)’라고 한다. ‘미소’하면 많은 사람은 우선 서양의 ‘모나리자의 미소’ 를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의 미소’ 와 ‘백제의 미소’ 가 있다.
얼굴무늬수막새. 21c부여신문

‘신라의 미소’ 는 경주 영묘사(慶州靈廟寺) 절터에서 발견되었다고 전하는 ‘얼굴무늬 수막새’에서 찾을 수 있다. 수막새는 왼쪽의 두터운 주연대(周緣帶·둘레의 가장자리)와 턱 부분이 파손 결실되어 전체적인 얼굴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두툼하게 살이 오른 양 볼과 코, 입 등으로 얼굴의 특징을 강조했다. 특히, 해사한 얼굴에 입술을 약간 올린 은은한 미소는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오히려 얼굴의 한쪽이 없어졌기에 더욱 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서산 마애삼존불. 21c부여신문

‘백제의 미소’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걸작품인 서산 마애삼존불상(국보 제184호)과 부여 군수리(夫餘軍守里) 출토 금동보살입상(보물 제330호)에서 볼 수 있으며 ‘백제인의 온화한 미소’를 뜻한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거대한 여래입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반가사유상, 오른쪽에는 보살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마애불은 절벽 암벽에 조각하여 전체 얼굴은 둥글고 넙적하게 표현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만면에는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표정이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보여 주고 있다. 자비로운 미소는 자연적인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되며 기교 없는 소박한 멋이 듬뿍 품은 모습으로 비쳐져 나타난다.
군수리 절터 금동보살입상. 21c부여신문

부여 군수리 출토 금동보살입상은 1936년 납석제여래좌상(보물 제329호)과 함께 절터의 목탑지 지하 심초석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머리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삼산형의 보관(寶冠)을 쓰고, 얼굴 좌우는 보발(寶髮)이 양 어깨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얼굴은 인자한 모습으로 둥글고 복스러우며 눈은 아래로 반쯤 슬며시 감고 있고 입술의 끝단은 살짝 치켜 올린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금동보살입상은 얼굴표정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자비로움과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인간적인 백제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불상으로 생각된다.
군수리 절터 금동보살입상(세부) 21c부여신문

지금까지 21세기 부여신문과 국립부여박물관이 공동기획해 지난 5월 19일 부소산성을 시작으로 16부에 걸쳐 소개한 1400여년 전 찬란했던 우리 고장 백제문화재를 16부 군수리 출토 금동보살입상을 끝으로 종료하고자 한다. 그동안 기획기사를 관심 깊게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21세기 부여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 21c부여신문
한봉규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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