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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승자독식 사회에서 상생의 길을 묻다
[특별기고]승자독식 사회에서 상생의 길을 묻다
  • 이용우 부여군수
  • 승인 2011.12.22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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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 대화 통한 칭찬문화,꼴지도 존중되는 사회풍토 되어야,상생으로 행복한 세상만들기
이용우 부여군수 21c부여신문
최근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업성적의 문제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1등주의가 불러온 참극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을 내놓았다.

한국 사회에서 명문대 간판 전쟁은 금력에 의해 몰락한 평범한 소시민들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유일한 길이 되었다. 해마다 대학 입시와 학교 성적 때문에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던지고 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세계육상경기 100M 결승전에서 우승을 다투는 육상 선수들처럼 제로섬 게임의 트랙을 달리면서 순간 순간 스스로를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후의 인내에 담금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금메달은 알아주지만 은메달, 동메달은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불행의 전주곡이다.

본격적인 비극의 시작은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부모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대리 충족하는 도구로 자식에 대한 왜곡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데 있다. 작년 12월 통계청이 조사한 고3 수험생 설문조사에서 성적에 대한 고민의 상담대상으로 친구가 48%, 부모는 23%로 답했다. 한 마디로 부모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행복의 잣대에 의해 재단되어 이미 개인 적성과 상상의 날개는 부러져 버린 것이다.

불행의 결말은 공부를 못하는 애는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남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70만 고3 청소년들 모두가 대학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현실이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뒤처지거나 주저앉으면 바로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25위이고,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가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이제 학교와 가정이 나서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인격체 완성에 교육의 목표를 둬야 한다.

맹자 진심편에 나오는 군자삼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일은 동서고금의 불변의 진리다. 부모에게 아이가 패자부활전의 징검다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부모와 아이의 인생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의 그릇에 맞는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난 세월 조국 현대화의 선봉에 섰던 우리 부모세대들은 한강의 기적을 넘어 IT 신화를 만들어 냈지만, 압축 성장이 가져온 지나친 교육열의 부작용을 남겼다. 우리 조상들의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삶으로 자녀들에게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을 통한 긍정과 칭찬의 가정 문화는 아이의 삶에 변화를 가져와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한다. 아이가 잘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여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그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사회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전문대가 103-105, 대졸자가 150-16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학력에 따른 사회적 임금의 간극이 너무 넓다. 그 결과 고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에 진학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았다. 대입 관문에서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하기에는 천길 낭떨어지 외나무 다리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안전망과 상벌 같은 외적 동기보다 신념과 보람 같은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 학생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 부분을 찾아내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려면 힘이 많이 들고 능률도 안 오르지만, 잘하는 부분에 집중할 때는 재미도 나고 성과도 쉽게 낼 수 있다. 내 약점에 고민하기 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발전시키면 부족한 나머지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상생의 길이 무너진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는 희망이 사라진 사회이다. 실패하거나 뒤처진 자를 배려하고 챙겨주며 보듬는 사회적 문화가 중요하다. 오늘날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 사회에서는 보다 중요한 가치로 1류로 평가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3류로 박수 받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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