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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공동체의식 교육
[교육단상]공동체의식 교육
  • 21c부여신문
  • 승인 2011.12.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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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 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21c부여신문
학교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덕목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공동체의식은 협동과 협력을 통하여 주어진 과제에 좋은 성과를 내고 나아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공동체가 이루어야 할 목표와 성과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 성과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한 교육과정 중에 하나이다. 체육대회, 합창대회 등이 공동체의식교육의 중요한 예에 속한다.

그런데 개인과 공동체를 정확하게 구별하여 교육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야 할 것이 아닌 것까지도 공동체를 대상으로 경쟁 시키는 문제가 생긴다. 지각 없는 학급, 결석 없는 학급, 야자시간에 많이 남는 학급 등은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경쟁이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전이시켜 학급을 위해서 아침밥도 못 먹고, 학급을 위해서 아파도 결석을 못하고, 학급을 위해서 사정이 있어도 야자시간에 빠지지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반이 체육대회나 합창대회를 일등하면, 모두가 기쁘고, 모두가 서로를 칭찬하며 화합한다. 하지만 시험성적으로 일등 하면 모두가 기쁘고, 모두가 서로를 칭찬할 수는 없다. 그 중에는 성적이 떨어진 학생도 있고 올랐어도 만족하지 못한 학생이 있을 수 있어 이들이 같이 기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업성적은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과 공동체를 구별 못하는 예를 더 들어보자.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사관학교 1차 원서를 내라고 해서 1차 합격을 하면 학교 앞 길에 ‘축 00사관학교 0명 1차 합격. 000고’라고 현수막에 써서 붙여 놓는다. 사실 이들의 대부분은 사관학교에 갈 의사가 없다. 그러면 진짜로 사관학교에 가고 싶은 그 다음 순위의 학생은 원서를 내볼 기회 자체가 없어서 다른 진로를 생각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도대체 이 반은 야자시간에 도망간 놈이 이렇게 많냐? 이 반은 왜 이래?”라고 선생님이 꾸중을 하신다. 하지만 정작 이 꾸중을 듣는 학생은 도망간 학생이 아니라 교실에 남아 있는 학생이다. 그리고 그 반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그 학생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하는 교육방법이 잘못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일제식민지시대와 유신독재시대처럼 잘못된 민족주의 의식을 심어 줄 수 있다. 무엇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것을 매우 숭고한 것으로 그것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희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지각 없는 학급과 학생이 아침을 못 먹는 것, 결석 없는 학급과 학생의 질병 치료, 야자에 많이 참여하는 학급과 개인적인 사정, 학교의 명예와 학생 개인의 진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그 때마다 상황 판단을 해봐야 하겠지만, 결코 학급이나 학교 공동체가 학생 개인의 상황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지금은 없어진 ‘국민교육헌장’이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이렇게 시작되는데 이 첫 구절은 철저하게 개인을 국가와 민족에 종속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때는 철저하게 개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해도 되는 것으로 교육했다.

그 결과 지금 50∼60대 사람들은 애국심, 충성, 복종, 순종 등의 단어에 친숙하고 이런 단어에 거부감을 표시하면 ‘싸가지 없다’는 말로 잘못된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50∼60대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맹목적인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는 국가와 정권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애국심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날 수가 있는데 자기와 같은 방법이 아니면 빨갱이, 좌파, 종북주의자 등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실 그들은 철저히 국가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살아온 경향이 있다. 잘못된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 만연한 투기, 탈세, 비리, 지역 감정 등의 문제가 요즘 젊은이들 보다는 50∼60대의 사람들에게 더 많이 해당하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들이 학생 때 잘못된 공동체의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교육은 공동체의식을 갖는 것과 자아(개인)를 찾는 것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거나, 너무 개인적인 문제에만 힘을 쓰다가 공동체의식이 부족해지는 것 모두가 문제다. 두 가지 다 포용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개인과 공동체를 분명하게 구별하여 과제를 주고 성취결과에 대해 또한 구별하여 평가하면 된다.

공동체의식 교육의 좋은 방법은 공동체에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면 된다. 즉 장학금,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일자리 제공 등 경쟁과 복지를 동일한 비중까지 늘려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부에서는 유럽 사회가 복지때문에 망해간다고 말하고 있지만 복지예산을 늘리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하는 말로 잘못 해석되어진 것이다.

부여에서도 사회복지기금으로 출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장학금을 내놓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도움을 받은 지역주민이나 학생들은 부여 공동체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과 학생들에게 공동체의식이 없다고 꾸중하기 이전에 국가나 사회가 이들에게 좀 더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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