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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인이 꼭 알아야 할 부여의 마을 이야기⑫ 남면·옥산면
부여인이 꼭 알아야 할 부여의 마을 이야기⑫ 남면·옥산면
  • 소종섭
  • 승인 2013.09.1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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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①외산면 ②규암면 ③초촌면 ④장암면 ⑤홍산면
⑥양화면 ⑦구룡면 ⑧내산면 ⑨석성면 ⑩임천면
⑪충화면

부여에는 16개 읍면이 있다. 크기도 다르고 인구도 다르지만 마을마다 각각 특색이 있다. 우리는 같은 부여군에 살면서도 다른 읍면에 있는 문화유산이나 볼거리, 먹거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의 삶에 치여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나 정보도 많지 않다. 사랑이 있어야 보인다.

필자는 평소 우리 고장의 인물과 역사,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은 세계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본 자질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거기에서부터 지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백제의 도읍지로서 찬란한 역사, 문화를 잉태하고 있는 부여는 부여다운, 부여만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역사적 유산의 보존·활용을 통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새로이 각광을 받으며 도시 관광객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부여는 이런 측면에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리한 점이 많다. 이번 기획이 부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외산면을 시작으로 각 읍면별로 특색 있는 테마를 소개하는 기획을 시작한다. ‘부여 역사 인물 알기’ 기획에 이은 문화유산, 인물, 먹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부여 마을 알기’ 기획이다. 이런 과정에서 ‘마을’ 단위의 새로운 특화 전략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과거 남면사무소로 사용하던 건물.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눈에 띈다. 21c부여신문

남면은 부여군에서 면적이 제일 작다. 완만한 평야지대로 돌아보면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금천 주변을 따라 경지정리가 잘 된 평야는 곡창지대를 이룬다. 최근에는 복수박, 취나물 등 하우스 작물의 생산량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60세 이상 인구가 50%)로 생산력이 감소하는 흐름이다. 인구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2129명이다.

남면 마정리 서편마을에 있는 백제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우물. 21c부여신문

①남면 백제시대 우물 옆에 있는 말발자국이 찍혀 있는 바위. ②백제시대 우물 내부. 정방형으로 단단한 구조이다. 21c부여신문

남면 마정7리 서편마을에는 백제시대 우물이 있다. ‘마정(馬井)’이라는 마을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지난 2006년 향토유적 제90호로 지정되었다. 지난달 24일 마정리를 찾았다. 서편마을 주민들 몇 명에게 물으니 “마을 우물은 있는데 백제시대 우물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라고들 했다.

이장을 지낸 정치면 씨를 만나고서야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 전 이장은 “백제시대에 임금과 군마들이 이 우물물을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고려 말에도 최영 장군이 이 부근에 침입한 왜구를 무찌르기 위해 왔을 때 군마를 이끌고 이곳에 와 물을 먹였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근 마을의 우물물이 다 말랐을 때도 이 우물은 단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고 했다. 우물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파 주변을 판석으로 마감했다.

우물 위로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얼핏 봐서는 우물이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21c부여신문

과거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10여 가구만 식수로 쓰고 있다. 우물을 보호하기 위해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으나 평소에 문을 닫아놓고 있어 외지인들은 이곳에 우물이 있는 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우물 앞에 있는 향토유적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만이 우물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우물제를 지내기도 했으나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다.

우물 바로 앞에는 돌 위에 말발자국 모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무학대사가 이곳에 와서 말에 물을 먹일 때 생긴 흔적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주민들은 이 샘을‘말머리샘’이라고도 부른다.

부여에는 이곳 말고도 백제시대 우물이 또 있다. 2004년 4월 10일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387호로 지정된 구룡 용당리 부두마을 우물이다. 이 마을에는 백제왕실 부여씨의 후손인 부여서씨가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1만호(一萬戶)의 인구가 사용했다 하여 일만호 혹은 만가대(萬家垈)라 불렸다고 한다. 매우 정교하게 다듬은 석재로 축조했으며, 지상부는 4개의 판석으로 만든 ‘정(井)’자형으로 한 변의 길이는 1.8m·높이는 45cm이다. 지하부는 팔각형으로 쌓았다. 이들 우물은 백제시대 우물의 형식을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남면 마정리 장대마을 우물. 바위 틈에서 물이 계속 솟아 나온다. 21c부여신문

인근 마정6리 장대마을에도 신기한 우물이 있다. 바위 속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샘이다. 주민 박종팔 씨는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1년에 한 번씩 주민들이 샘 안을 청소한다. 지금은 식수로는 잘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샘 옆에는 멋진 향나무가 있는데 어떤 이가 1억원을 줄 테니 팔라고 했으나 주민들이 팔지 않았을 정도로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있다.

대선리는 옛날에 늙은 선녀가 말을 타고 이곳에 와 말을 세워두고 노고산으로 올라가 산에 사는 늙은 선녀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마가산을 남쪽에 두고 조선시대만 해도 큰 배가 드나들었다는 금천을 북쪽에 두고 있다.

대선리에는 석탑이 있다. 100년 전에 임천 옥곡에 사는 이참봉이 선영의 석물에 사용하기 위해 높이 3자 정도의 돌 위에 서있던 비를 허물었다. 그랬더니 마을에 괴질이 돌고 불이 나는 등 피해가 커서 다시 남아 있는 석재를 모아 탑을 쌓았더니 마을이 편안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남면 내곡리에 있는 단양 이씨 이지시, 이지례 형제를 모신 동절사. 21c부여신문

내곡리에 있는 단양 이씨 형제의 신도비. 21c부여신문

송암리에는 고인돌 3기가 있으며 마제석검 등이 출토 되었다. 내곡리에도 고인돌이 있다. 내곡리에는 또 단양 이씨 이지시, 이지례 형제를 모신 동절사가 있다. 이지시는 1567년 무과에 장원급제 한 역사의 맹장이다. 1592년 임진왜란 때에 조방장(助防將)으로 경상도에 나가 여러 번 싸워 공을 세웠다. 청주가 함락되고 왜군이 수원에 웅거하자 이를 격퇴하기 위하여 백광언(白光彦) 등과 함께 분전하다가 아우 지례와 더불어 모두 전사하였다. 형제가 병조판서에 추증되었고 태인 모충사에도 위패가 모셔져 있다. 동절사는 1962년 세워졌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옥산면의 옥녀봉 진달래 축제는 6km에 달하는 진달래꽃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21c부여신문

옥산면은 1914년 서면으로 이름 지었다가 1917년 옥산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 1월 1일 기준으로 인구가 1541명에 불과한 작은 면이다. 옥산면에는 옥녀봉(368m) 진달래 축제가 유명하다. 해마다 4월에 많은 주민들이 참가해 왕복 6.5km 정도의 진달래길을 걸으며 진달래꽃을 만끽하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 8회째 열렸다.

옥산면 홍연리에 있는 사물놀이 한울림 교육원. 21c부여신문

홍연리에 있는 사물놀이 한울림교육원(원장 임병고)은 사물놀이 교육만이 아니라 탁본, 도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곳에서 연수를 받고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 사물놀이 교육의 탯줄 같은 곳이 이곳이다. 사물놀이 일인자 김덕수 씨는 이곳을 모태로 한울림 예술단을 창단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옥산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광. 21c부여신문

안서리에는 옛날 흉년이 들었을 때 김 한톳과 바꾼 논이라고 해서 ‘김 한톳’이라고 부르다가 ‘짐 한톳’으로 변했다는 말이 전해오는 논이 있다. 봉산리 당산마을에는 7세기 백제시대 고분군이 있다. 토기, 철제장검 등이 출토되기도 했다. 학산리는 조선 선조 때 이몽학의 난을 피해 이곳으로 온 홍산순씨가 입촌 시조이다. 이 마을은 쇠내의 냇물이 마을 중앙을 뚫고 흘러가면서 만든 수려한 경치가 돋보인다.

부여인이 꼭 알아야 할 부여의 마을 이야기 기획
·21세기 부여신문 공동취재반
·소종섭 시사저널 전 편집국장
재경부여군민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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