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전교조 교사 구별법
[교육단상] 전교조 교사 구별법
  • 김대열
  • 승인 2013.11.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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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여에서 어떤 분이 “부여에도 전교조 교사가 있어? 그것들 빨리 쓸어버려야 하는데…”하면서 옆에 있는 부여 토박이 선생님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좀 더 젊었을 때 같으면 “전교조 교사가 당신한테 밥을 달라고 했어요? 떡을 달라고 했어요?”면서 따졌겠지만 그때는 참았다.

언제부터인가 따지기보다는 듣고 “허 허”하고 웃어넘기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 사람이 쓸어버려야 한다는 전교조 교사다.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이 무조건 “전교조는 안 돼!”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내가 상처를 입지 않는 방법은 그저 “허 허”하고 웃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이해해 주고, 더 들어주고, 더 모르는 척 해주고, 웬만하면 내 지갑을 여는 그런 사람과 만나면 속에 있는 말도 해가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이 세지고, 듣지는 않고 자기말만 하고, 세상의 전부를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자기 지갑은 꼭 닫아놓는 사람과 만날 때는 그저 “허 허”하고 웃음으로 대응하고 만다. 나도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기에 “허 허”하고 웃는 것이다.

나는 1989년 전교조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5년 동안 해직 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복직되어 부여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당시 전교조를 결성할 때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 교사 구별법’이라는 공문을 발송한 적이 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특히 형편이 어려운)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신문반, 민속반 등 학생들과 대화가 잘되는 CA반을 이끄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자기자리 청소를 잘하는 교사. 학부모 상담을 자주하는 교사. 사고 친 학생을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가 그것이다.

한데 이 ‘전교조 교사 구별법’은 ‘좋은 교사 구별법’으로 제목을 바꾸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교사들이 갖추어야 할 좋은 덕목들이 많다. 또한 요즘은 교사들에게 그런 덕목을 갖추라고 한다. 그러면 왜 이런 좋은 덕목을 갖춘 교사들이 문제가 되었을까? 실은 이런 덕목을 갖춘 전교조 교사가 문제가 아니라, 전두환 노태우 정권처럼 부정한 정권과 그 그늘에서 이익을 봤고 지금까지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 부정한 정치인들과 그들의 편에서 서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자기들의 부정에 대해 입 다물지 않고 “그것은 잘못되었다”라고 가르치는 것에 불안해 한다. 어떻게든 전교조 교사들의 입을 막아야 자기들의 부정을 감출 수 있다. 그래서 근거도 없이 전교조 교사들을 “종북이다. 좌파다. 빨갱이다”라며 색깔을 씌운다. 그러면 그들의 입장과 같이 한 사람들은 그들이 직접 격지 않았어도 무조건 그렇게 믿는다. 부정한 정권일수록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전교조와 관련한 현 상황은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권에 맞서다가 해직된 9명이 전교조 조직의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부당하게 해직된 상황을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교조에서 이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고, 전교조 조합원들은 법적으로 받고 있는 여러 혜택(조합비 징수문제, 사무실 운영비 지원, 상근자 활동 보장, 단체교섭 등)을 받지 못하더라도 “조합원을 조합원 스스로가 쫓아내라는 압력에는 굴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하였고 이에 맞서 전교조는 법원에 “집행 정지” 신청을 냈는데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를 탄압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이미 합법화된 전교조를 불법화할 어떠한 법도 없기에 이번 정부가 들이댄 것은 법이 아니라 시행령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법위에 시행령이 있다. 이것은 독재다. 이번 박근혜 정부가 한 짓은 “돈 줄 테니 친구 버려라!”라고 한 것이다. 그것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전교조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보면 전교조를 탄압하는 수단이 아무렇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전교조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문제 있다”는 생각으로 보면 전교조를 탄압하는 방법이 “얼마나 나쁜 짓인가”가 보인다.

사실 부여지역의 교육 환경은 노무현 정부 때 가장 좋았다. 전교조는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와 협상을 통해 지역균형선발(대학생선발에서 지역안배)제도를 제안했고 정부가 받아들였다. 그 해에 부여여고는 서울대 3명, 부여고는 서울대 5명이 들어갔다. 물론 서울로 진학한 학생 수도 고3 학생의 과반수가 넘었다. 전교조가 부여에 구체적으로 교육적 혜택을 누리게 해준 것이다.

그 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어촌 선발 축소, 지역균형선발 축소, 특수 목적고에 유리한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으로 부여는 이제 그런 혜택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도 농어촌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어떠한 대입선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농어촌전형도 농어촌 지역은 늘리고 선발인원을 줄여서 오히려 정시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부여 사람들이 전교조로 인해 결코 불편해질 이유가 없다. 전교조를 탄압하는 정권은 절대로 농어촌 교육을 활성화 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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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21c부여신문

김 대 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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