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요술풍선 수업
[교육단상] 요술풍선 수업
  • 김대열
  • 승인 2014.02.2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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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과내용보다 성적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는 12월 중순부터 2월 종업식까지는 대략 20일 정도의 수업일수가 잡히고 보통은 교과서 내용의 90% 정도를 배운 후에 기말고사를 치른다. 선생님들은 기말고사 후에 나머지 10% 정도의 내용을 수업을 통해 가르치려 하지만 학생들은 평가가 끝났기 때문에 들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2월 10여일의 수업시간은 선생님이나 학생들 모두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한편으로 우리학교처럼 보충수업을 통해 수업시간을 더 확보하여 기말고사 전에 교과내용을 다 마친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2월에 수업내용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방학 중에 2월에 개학하면 무슨 내용으로 수업할까 고민하다가 재미있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요술풍선 수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미리 요술풍선과 분무기를 샀다. 롱풍선 또는 매직풍선 또는 요술풍선 모두 같은 말인데 100개에 15000원 정도하고 분무기는 보통 4000원 정도한다.

2001년도에 부여에 왔을 때 어린이날에 부여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 동물원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부여에서도 잔치를 벌여 놀이도 하고 선물도 주고 체험활동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점이나 장난감 가게 등에 도움도 되고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을 비롯한 뜻있는 분들이 모여 각자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하고 놀이도 하나씩 맡았는데 나는 요술풍선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당시 논산 YMCA에서 요술풍선 강습이 있다고 하여 1주일간 다니면서 배웠는데 강사님이 나보고 재능이 있다고 했다. 칼, 강아지, 데이지 꽃, 꽃, 우산, 사슴, 모자, 머리에 쓰는 새 등 다양한 형상을 만들었는데 가장 빠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칼이었다.

몇 해 동안 계속해서 만들어 주다 보니 손놀림도 빨라졌고 그야말로 눈감고도 만들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풍선이 공해물질이라는 인식이 되고부터는 어린이날에 요술풍선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2월 개학을 하고 수업시간에 물리실로 이동해 오는 학생들의 손에는 물리책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교과내용에 관심이 없다는 표시였다. “선생님 오늘 뭐해요?” 묻는다. “오늘은 풍선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자” 했더니 정말 큰소리로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요술풍선에 대한 몇 가지 얘기를 했다. 풍선의 재질은 고무원료인 라텍스를 이용하여 만들었는데 풍선에 묻어있는 가루는 식용이 아니니 절대 입에 대면 안 된다.

환기를 자주시켜 가루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 불어 놓으면 언젠가 터지게 되는데 잘 썩지 않으므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 가르쳐 줄 기술은 불기, 자르기, 튤립꼬기, 겹꼬기 등 이다. 만들 때는 반드시 먼저 전체를 상상하고 순서를 잘 지켜야 한다.

강아지와 꽃을 만들어 보려고 준비했지만 준비 안 한 척 “자 그러면 무엇을 만들어 볼까?”하고 물었더니 “강아지요, 칼이요…” 역시 칼이 나온다. “나는 칼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칼을 만들면 그걸로 사람을 자르는 것을 상상하면서 휘두르잖아 무기보다는 강아지와 꽃을 만들어 보자” 하면서 싸움과 관련된 형상보다 자연과 평화와 사랑이 관련된 형상을 더 빨리 떠 올리도록 간단한 훈화도 했다.

2시간을 했는데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도 기능을 익히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 수업은 선생님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을 또 한 번 깨우쳐준 수업이었다. 분무기를 이용하여 풍선에 바람을 넣는 것도 힘들어 하는 학생도 많았다. 풍선을 돌리다 풀어져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튤립꼬기 할 때는 손톱으로 풍선을 터뜨린 학생, 손가락이 빠지질 않아 애먹는 학생도 많았다. 다 만들었는데 비율이 맞지 않아 실망한 학생도 있다.

한편으로 처음 하는데도 능숙한 학생도 있어 놀라기도 했다. 평소 나는 사람은 가르치려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살짝 이 본능을 자극 해보기로 작정하고 “옆 사람이 못하면 가르쳐 줘라” 했다. 정말 자기도 못하면서 서로를 가르치려고 들었고 나한테만 묻던 것을 친구한테 물으며 더디기는 했어도 결국 강아지와 꽃을 만들어 냈고 서로를 보면서 흐뭇해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꽃다발을 만들어 보자”했다. 꽃을 만드는 동안 학생들 입가에 뭔가 모를 미소가 보였다. 만드는 내내 이 꽃다발을 받을 사람을 생각했을 것이라 믿는다. 바로 내가 의도한 것이다. 요술풍선은 소위 멘붕의 2월 수업시간을 호기심, 창의성, 환경문제 인식, 사랑, 평화, 협동, 우정, 보은의 수업시간으로 정말 요술을 부렸다.

ㄱ 21c부여신문

김 대 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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