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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가을 단상
[독자기고]가을 단상
  • 박철신 부여현대원장
  • 승인 2011.10.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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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내과 의학박사 21c 부여신문
노벨상을 수여하는 국가, 노르웨이에서 브레이비크가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이슬람 혐오의식을 치르면서 수십 명이 사망했다.노르웨이는 사형제도가 없지만 브레이비크를 죽여야 한다는 여론도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접한 노르웨이 시민의 반응이다.‘만약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증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랑은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세상에 대한 절망과 범인에 대한 원망보단 희망의 메시지 이다.

일본 대지진과 해일이 있던 날 자식이 물에 휩쓸려가는 것을 그저 남의 일처럼 쳐다 볼 수밖에 없었던 그 어머니가 생방송 인터뷰에서 울먹이지도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하는 말도 놀랍다.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밖에서 놀던 아들이 물에 떠내려 가더군요. 마음이 어떠셨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웃사람들도 모두 가족을 잃었는데 저만 슬퍼해선 안되죠?’ 정이 없고 강박적이지만 배울 점도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의 나이 40세가 되면 세상 일에 이리 저리 휩쓸리지 않고 모든 일에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나이라 했고, 50세가 되면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되며, 60세가 되면 남이 날 헐뜯어도 화내지 않고, 남이 날 칭찬해도 교만하지 않는다 했고, 70세가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세간의 윤리적 잣대를 넘어서지 않는다 했다.
한국인은 쾌활하고 호탕하며 정이 많지만 공자의 말대로 라면 70세 이전에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할것 같다.

인도 고문헌에 보면 ‘사윗감을 고르는데 딸은 미남을, 어머니는 부자를, 아버지는 배운 사람을, 친척들은 좋은 가문을, 동네 사람들은 오직 장가들 날 맛난 음식을 가져올 신랑감을 바란다’는 말이 있다. 동상이몽의 결정판이다. 이것이 인생이다.이 세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곳이다(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다르되 잘 어울이는 것). 식위민천(食爲民天: 밥은 백성의 하늘)이란 말이 있 듯이 먹고 사는 일이 신랑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 박정희가 뜨고, 김정일이 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김정일에 유감인 것은 어떤 다른 이유 보다도 북한 동포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포로에게 조차도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은가? ‘과연 우리 인간들은 숨 쉴 자격이 있는가?’를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봐야 한다. 사람과 자연의 하모니를 위해선 인간들이 좀더 양보해야 한다.도시화율이 80%대인 한국이지만 엄연히 시골은 존재한다. 돈이 없는 시골이지만 정과 인심은 넉넉하다. 사람 냄새나는 시골이 그립지 않은가? 시골 버스타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있는가? 벼도 꽃이 핀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잠시 알음알이를 쉬는 것이 주목적이니 마음이 쉰자리에서 마음이 바빴던 자리를 들여다 보면 뒤엉켰던 큰 일도 작은 일이 되어 어느 덧 쉽게 풀린다.

이탈리아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가격은 30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없어서 못판단다. 그 이유는 1645년부터 1715년 까지 지구의 작은 빙하기 시절에 추운 날씨를 힘들게 견디어온 가문비 나무의 나이테가 촘촘하여 나무재질이 초고밀도로 단단해졌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나무의 팽창과 수축이 일어나지 않아 본래의 고운음색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때문이다.매화가 혹한을 잘 견뎌내지 못했다면 이른 봄 매화꽃의 그윽한 향기를 어찌 맡을 수 있겠는가? 앓고 난후 어린 아이의 정신과 육체가 급속히 성장하듯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이 나의 스승이니 세상과 부모 원망할 것 없다.

나뭇가지로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긴 나뭇가지 하나를 빼내어 불쏘시개로 사용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불쏘시개마져 아궁이 속으로 던져야 하는 것처럼... 빨래할 때 비누를 쓰지만 결국은 비누조차도 헹구어내야 하고 물조차도 말려야 깨끗한 빨래가 되는 것처럼... 진리는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진리는 흔적이 없지만 우리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으니 구름만 걷히면 바로 태양이다.

필자 박철신
종양내과 의학박사, 부여현대내과 원장
21세기부여신문 독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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