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중증장애인 시설 ‘다애원’ 방문기
[교육단상] 중증장애인 시설 ‘다애원’ 방문기
  • 김대열
  • 승인 2014.07.0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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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토요일에 “지역주민과 다애원 천사들이 함께하는 행복한 음악여행” 행사에 참가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는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부를 때는 잘 안 돼서 이 날도 역시 관객으로 참가했다.

다애원은 부여에서 석성을 지나 강경으로 가다보면 군계에서 강경 쪽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대충 위치를 듣고 출발했는데 진입로를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조그만 표지판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구불구불한 농로를 따라 마을을 지나 한참 헤맨 끝에 찾았는데 그 근처에서도 여러 갈래 길이 있었지만 역시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주위 사람들 중 일부가 혐오시설로 인식하여 땅값 걱정에 표지판을 없애버렸고 지금은 그들과 등지고 싶지 않아 다시 세우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었다.

조금 헤매다 도착한 다애원은 아주 정갈하고 고요했다. 잔디밭 정원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었고, 고양이 몇 마리가 나비를 쫓아 팔짝팔짝 뛰고 있었고, 건물 밖에는 마중 나온 원장님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정말 분주한 움직임들이 있었다. 계속 침을 흘려 수건으로 닦아주는 선생님, 손발이 굳을 것을 걱정해서인지 계속 주물러주는 선생님, 음식을 준비하는 선생님, 대소변 가려주는 선생님 등 정말 밖에서 보는 고요함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저렇게 하면서 8시간을 어떻게 근무할까!” 이 일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이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보는 순간부터 들었다.

원장님은 원래 쓰던 원장실을 원생들의 생활공간으로 내주고 휠체어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아주 작은 방에 사무용 책상과 회의실 탁자와 간이용 의자 몇 개 놓고 생활하고 계셨다. 원장님은 선생님들이 정성을 모아 그림도 걸어놓고 페인트도 칠해서 아담하게 꾸며놓은 원장실을 무척 맘에 들어 했다.

더 나아가 다애원의 모든 시설은 원생들 위주로 꾸미고, 원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내어주고, 관리자는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해서 생활하는 것이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었다. 원생들에 대한 사랑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으로 귀감이 될 만 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부여여중 학생들의 오카리나 공연, 농민가수 강흥순님의 통키타 공연, 부여에서 더조은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구본중님의 오카리나 공연, 인근 성결교회봉사단에서 나온 두 분의 바이올린과 플롯 공연이 40여 분간 진행되었다.

내가 관심 있게 보고 들은 것은 공연이 아니라 그 공연을 보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었다. 우선 눈에 띈 것이 맞춤형 휠체어였다. 같은 듯 다 다른 휠체어는 누군가가 그것을 쓸 사람을 생각하면서 정말 섬세하게 비틀고 조여서 만들었을 것 같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불편함이 없이 기대고 의지하며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맞는 휠체어가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랑과 교감과 배려가 없이 단지 기술만으로는 그런 맞춤형 휠체어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다음으로는 원생들의 반응이었다. 느린 노래가 나오면 가만히 있다가도 빠르고 밝은 노래가 나오면 박자와는 상관없지만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몸으로 표현된 것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머릴 움직이고 엉덩이를 들썩거렸지만 그들의 상상 속에서는 박수를 치고, 해드뱅뱅 브레이크 댄스를 하고, 멋진 골반춤을 추고 있었을 것이다.

공연자들이 노래를 선정할 때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노래를 불러서 “당신 같은 사람도 사랑받을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사랑이나 희망을 전달하는 방법은 “사랑, 희망”이라는 단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활동으로 전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공연 자체가 사랑의 활동이므로 공연 내용은 강남스타일 같은 재미있고 흥겨운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들도 최신 유행가를 좋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방문한 사람들이 가져 온 과일과 음료수를 나눠 먹으면서 원장님과 잠깐의 담소를 나눴다. 원생들을 위한 시설은 개인 빚을 지면서까지 전국 최고시설로 만들었지만 성과물을 내라는 복지부의 지시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돌봐주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라하면 거짓으로 꾸밀게 뻔하다. 아침에 까치 울음소릴 듣고 며칠 전 중환자실에 입원한 원생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진정 이 시대의 천사로 느껴졌다.

ㄹ 21c부여신문

김 대 열
계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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