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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부여사랑 상품권,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독자기고] 부여사랑 상품권,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조희철
  • 승인 2014.08.2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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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사랑 상품권이 발매 된지 1년 반이 지났다. 부여군이 날로 침체되어 가는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22억여 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발행, 2013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4억2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팔려 나갔다.

초기단계이다 보니 구매자 대부분을 일반인 보다는 군청 산하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매월 500여 명이 3천여만 원의 상품권을 정기 구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품권이 일부 상인들의 의식 부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쌓여가면서 판매 확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는 현금 영수증 발급 문제이다.

부여에서 그래도 명성이 나 있는 어느 가게에서 부여사랑 상품권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점원이 하는 말이 이 상품권은 현금 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단지 사장님 지시라고만 했다.

당시 그 업무의 실무 담당으로서 무척 화가 났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러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참을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점원의 얼굴은 계속 찜찜한 표정이었다.

정 그렇다면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현금 영수증을 끊어 주었다. 며칠 뒤 주문한 다른 옷을 찾으러 갔을 때에도 똑같은 경험을 하여야만 했다.

최근에도 어느 직원이 시장에서 상품권으로 계산을 하려고 하자 주인의 첫 마디가 “이 상품권은 현금 영수증 안 되는 것 아시죠?” 였단다. 하도 어이가 없고 기분이 언짢아서 다시는 그 가게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차액에 대한 거스름돈 환급 문제이다. 어느 가게에서는 액면가의 80% 이상을 구매하여야만 상품권을 받는가 하면, 그 이상을 구매하였어도 잔돈을 거슬러 주는데 인색한 데가 있다고 한다.

물론 여타 상품권과 마찬가지로 부여사랑 상품권에도 80% 이상 구매했을 경우에 환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인쇄되어 있다. 이것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부여사랑 상품권은 현금과 동일한 것이라서 1천 원짜리 물건을 팔고 9천 원을 거슬러 줘도 손해 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상품권을 사용하는 사람도 여간해서 없을 테지만 설령 어쩌다 있다하더라도 상품권 유통 정착을 위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얼마든지 받아 넘길 수 있을 것임에도 여전히 불만 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 가지를 더 든다면 가맹점 문제이다. 현재 약 530여 업소가 가맹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아직도 미 가입 점포가 많아 소비자로서는 불편한 경우가 많다. 물론 가맹점 가입은 강요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 볼 때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어느 가게를 가든 지역 화폐로써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상품권 판매량도 늘어나 지역 자금의 외부 유출을 일부나마 막을 수 있으며, 카드 사용이 감소되어 상인들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평소 장사 안 된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매달 4천만 원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상품권이라도 내 가게로 더들어오게 하려는 노력을 해보시라.

사실 정기 구매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여군 공무원들도 군에서 시행하는 시책이니만큼 자의 반 타의 반 동참해오고 있다. 그런데 막상 상품권 내놓기가 망설여진단다. 때로는 창피한 생각도 든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다. 마치 공무원들이 아쉬워 만든 것처럼 오히려 상인들에게 사정해가며 사용하여야하는 사례가 지속된다면 더 이상 구매할 이유가 없다. 내 돈 써가며 기분 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상가가 호응을 잘 해주고 있으나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시작 초기에 600여 명이었던 구매자가 500여 명으로 줄어든 까닭도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걸 보면 행정이 미리 앞서가는 것도 불합리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부여사랑 상품권도 상인들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요구된 게 아니라 관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먼저 내놓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부여사랑 상품권 운영에는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금융기관 본연의 업무도 복잡한 상황에서 오직 지역 상인들을 위해 무료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나 온누리 상품권과는 달리 수수료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바로 이분들의 숨은 노력 덕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금 영수증 발급거부 등의 이유로 고객의 발길을 돌려놓는다면 이 분들의 수고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탈세를 하겠다는 비양심적 행동으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부여사랑 상품권,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시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생존 여부는 상인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려있다.

ㄹ 21c부여신문

조 희 철
굿뜨래경영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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