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교육 또한 어떤 사람을 모델로 제시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학교에서 가장 많이 제시되는 삶의 모델은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은 요즘 오만원권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위인이다. 신사임당의 이름을 해석하면 ‘신’은 성이고, ‘당’은 머무르는 집 이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임(師任)’이다. ‘사임’이라는 뜻은 약 3000년 전 중국 주(周)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스승으로 본 받고 싶다는 의미이다. 어떤 이의 해석은 태임의 태교를 본받고 싶었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태임의 혁명(革命)과 혁신(革新)의 정신을 본 받고 싶었다고도 한다.
태임이 문왕을 임신해서는 사악(邪惡), 음란(淫亂), 오만(傲慢)에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그를 교육할 때는 혁명과 혁신을 가르쳤다. 훗날 문왕은 그 유명한 강태공(姜太公)을 신하로 발탁하고 주나라를 세웠다.
신사임당이라는 이름에는 아들 율곡을 주나라 문왕과 같은 혁명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율곡은 어머니 신사임당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율곡에게 좀 더 혁명과 혁신의 기치가 있었더라면 이순신 등과 손을 잡고 조선왕조의 역사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한편, 신사임당의 이름에는 뼈 속까지 사대주의 사상이 들어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현모양처로 신사임당을 모델로 삼는 사람이 많은데 현모양처라는 말은 여성의 역할을 아내와 어머니로 국한하려는 의도에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말로 이 시대에 요구되는 올바른 여성상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해석되어 지고 있는 신사임당을 학생들이 되고자 하는 인간상으로 교육한다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요즘같이 뼈 속까지 친미인 사람이 권력을 잡아 미국에 농·축산물을 다 내주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파병, 경제제재 동참, 북한 고립, 중국과 멀리하기 등으로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하는 것을 볼 때 사대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을 무엇을 모델로 제시하면 좋을까? 나는 자연에 비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물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다. 물의 본질이 우리 삶의 지표인 선(善)의 최고의 경지라는 말이다.
그러면 물의 의미를 몇 가지 생각해 보자.
첫째,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이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조금씩 증발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다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순환하여 자연이 유지된다. 둘째, 물은 유연한 성질이 있다. 형태를 정해 놓지 않고 자기를 담는 그릇의 그 모양대로 된다. 그러면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물이 특정한 형태에만 담겨진다면 누구나 물을 구할 수는 없다.
셋째, 물은 힘이 있다. 빠르고 거친 물은 파괴하고 이동시킨다. 산을 깎고 바위를 자갈과 모래로 깨뜨려서 옮기기도 한다. 물은 힘이 있어 계곡을 만들고, 백사장을 만든다. 넷째, 물은 씻어 주는 일을 한다. 세수할 때도 물을 이용하고 세차할 때도 물을 이용한다. 비가 오면 공기도 깨끗해진다. 다섯째, 물은 성실하다. 물은 그 높이가 조금만 차이가 있어도 쉬지 않고 아주 성실하게 아래로 흐른다.
여섯째, 물은 생명이다. 나무를 키우고 목마른 짐승의 갈증을 풀어 준다. 빛이 있어도 물이 없으면 생명이 없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일곱째, 물은 싸움을 하지 않는다. 바위에 막히면 그대로 갇혀 있든지 아니면 돌아간다. 그러면서 그 바위를 조금씩 깎아서 길을 만들고 흐름을 이어간다.
어떤 이는 물에 빠져 죽는데 물이 왜 생명이냐? 흙탕물이 어떻게 깨끗하게 씻어 주냐? 하지만 물의 본질은 자연을 순환시켜 생명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이 오염시켜 놓은 물 말고 자연의 물 그 본질을 생각하며, 물의 본질을 삶의 지표로 삼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사회의 순환에 힘을 쓰고 더불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불음도천(不飮盜泉)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놈 도(盜)’자가 들어간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라의 재산과 내 재산을 구별 못하는 정치인, 기업인, 관리들이 또는 기성세대가 부디 우리 학생들에게 불음도천(不飮盜泉)하는 모습과 물의 본질을 거울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 김 대 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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