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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단풍놀이
[교육단상] 단풍놀이
  • 최규학
  • 승인 2014.11.1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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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피는 꽃이 소녀의 요정이라면 가을 단풍은 농염한 여인의 요정이라 할 것이다. 안개가 흐르는 설악산 한계령의 단풍을 바라보면 마치 선동 선녀가 꼬까옷 입고 춤을 추는 듯하며, 태백산지역의 장엄한 만산홍엽을 바라보면 대장군이 금침을 덥고 누운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 붉게 피는 가을 단풍을 바라보면 저절로 감동이 밀려오는데 이는 단풍이 차가움 속에 따뜻함이요, 어두움 속에 밝음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단풍(丹楓, red leaves)은 기후가 차갑게 변함에 따라 나뭇잎 색깔이 초록색에서 붉은색, 노란색 또는 갈색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약 70%가 산지이고 4계절이 뚜렷한 냉온대 혼합림 기후를 이루고 있어서 단풍 현상이 찬란하게 나타난다.

단풍은 지역이나 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데 단풍이 잘 드는 데에는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고 날씨가 맑아야 하는 조건이 있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단풍이 들기 전에 낙엽이 지게 되고 흐린 날이 많으면 색깔을 내는 색소형성이 안되기 때문이다.

나무는 최저기온 5℃∼7℃ 정도가 되면 수분과 양분 이동을 차단하여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잎에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붉은색 단풍은 잎에 안토시아닌이 생성되어 나타난다. 이에는 단풍나무, 산 벚나무, 화살나무, 붉 나무, 옻나무, 산 딸 나무, 매자나무, 윤노리 나무 등이 있다. 노란색 단풍은 카로티노이드 색소 때문인데 은행나무, 고로쇠 나무, 느릅나무, 포플러, 피나무, 플라타너스 등에서 볼 수 있다. 갈색 단풍은 타닌 성분으로 인해 나타나는데 느티나무, 칠엽수, 참나무 등에서 볼 수 있다.

가을을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울긋불긋 수놓는 단풍의 주역은 아무래도 그 양이나 질적 측면에서 단풍나무가 차지하게 된다. 단풍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대략 150여종이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약3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단풍나무는 잎 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단풍나무는 잎이 보통 5~7 갈래이며 끝이 뾰족하다. 당단풍(唐丹楓) 나무는 잎이 9~11갈래이고, 비슷한 종류인 울릉도 섬 단풍나무는 잎이 13갈래이다. 한국 자생이기 때문에 당나라를 뜻하는 당(唐)은 사탕을 뜻하는 당(糖)의 잘못으로 생각된다.

고로쇠 나무는 잎이 5갈래인 단풍나무로 수액에 칼슘, 마그네슘 성분이 함유되어 뼈를 이롭게 한다는 골리수(骨利水)에서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단풍나무는 중국명은 삼각풍이고 잎이 오리발 같은 모양으로 3갈래이다. 줄기가 곧고 잎이 두터워 말랐을 때 덜 쪼글 대며 빨리 떨어지는 장점이 있어 시내 가로수, 공원, 아파트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복자기 나무는 나무 전체가 불타는 듯 빨갛게 물들어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보이며 잎자루 하나에 세 잎이 나는 삼출엽 형태를 이룬다. 목질이 단단하여 나도박달나무라는 별칭이 있으며 명품 바이올린 제작에 쓰인다. 비슷한 형태로 잎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는 복장나무가 있다. 이들 나무는 점치는 일을 뜻하는 복정(卜正), 점치는 사람을 뜻하는 복자(卜者)에서 나무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설탕단풍나무(maple)는 잎이 3~5갈래이며 캐나다의 국목으로 캐나다 국기 문양에 그려져 있다. 수액에서 설탕을 채취하고 시럽의 원료로 활용된다. 이 외에도 네군도 단풍나무, 부게 꽃나무,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신나무, 은단풍나무, 금단풍나무, 세열단풍나무, 시닥단풍나무, 수향단풍나무, 초오단풍나무 등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단풍은 20%정도가 물들었을 때를 초기라고 하고 80%정도가 물들었을 때를 절정기라고 한다. 초기에서 절정 시기까지 대략 15일 정도 걸린다. 절정 시기를 지도로 표시한 것을 단풍지도라고 하는데 각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안내하고 있다. 설악산, 오대산에서 9월 하순~10월 중순 경 시작하여 하루 25km 씩 남하하고 산정상부에서 40m씩 하강한다.

단풍지도에 나타난 절정기를 보면 설악산(10월18일), 지리산(10월21일), 월악산(10월26일),가야산(10월28일), 속리산(10월30일), 내장산(11월7일) 등이다. 단풍명소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 경기 파주 감악산, 경상 합천 가야산, 전라 지리산 피아골, 충청 공주 계룡산, 강원 원주 치악산, 제주 한라산 등외에 전국 곳곳에 분포한다. 단풍축제는 팔공산 가을 단풍축제, 장성 백양사 축제, 창원 단풍거리 축제, 성주산 단풍축제, 내장산 단풍축제, 소요한 단풍축제,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 경기 포천 운악산 단풍축제, 등외에 많이 개최된다.

은행나무 단풍도 유명한 곳이 많은데 홍천 은행나무 숲, 보령 청라 은행마을, 양평 용문산 은행나무,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 등 많은 곳에 분포한다. 또한 억새군락지도 유명한데 경기도 포천시 명성산, 경남 창녕군 화왕산, 충남 홍성 오서산, 전남 장흥군 제암산, 천관산, 전북 장수 장안산 등은 억세 7대 명산으로 이름이 높다.

가을은 단풍놀이의 계절이며 또한 감성의 계절이요 시인의 계절로도 불리는데 자동차 사고의 계절이기도 하니 주의가 요망된다. 교통안전 공단에 따르면 2013년 자동차 사고 발생률이 11월 9.3%로 1위, 10월 9.2%로 2위, 12월 8.9%로 3위이다.

좋은 단풍놀이를 위해서는 안전100점, 건강100점, 기쁨100점, 의미100점 등 400점이 필요하다. 의미100점인 단풍놀이를 위해서 도종환의 시 ‘단풍드는 날’을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시는 당나라 선승 조주스님과 엄양스님의 사이의 대화인 ‘방하착(放下着)-내려 놓아라’ 화두를 인용하여 쓴 시 인데,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타고,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서며,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이 든다는 것이다.”

ㄹ 21c부여신문

최 규 학
충남디자인예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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