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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행 - 윤재환의 부여답사기]민학회 228차 부여답사를 마치며(2)
[연재기행 - 윤재환의 부여답사기]민학회 228차 부여답사를 마치며(2)
  • 윤재환
  • 승인 2014.11.25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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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항상 소풍을 가던 궁녀사 앞 때때꼴. 20여년만에 천천히 봄기운을 느끼면서 그길을 걷자니 어렸을 적의 감회가 슬라이드처럼 스쳐 지나갔다. 습지였던 곳은 정비가 되었고, 논이었던 곳은 붓꽃이 대량으로 심어져 있었다. 평평한 땅길을 따사로운 햇볕과 함께 여유롭게 걷기가 얼마만이었던가?

날이 가물어 태자수가 말라 혹시 뱀 알이 물에 섞여 있을지 몰라 식수는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부여군 홍산면 출신 원곡 김기승 선생이 쓰신 멋드러진 ‘영일루’ 현판을 보고 길이 아닌 비탈길로 낙엽을 밟으며 잠시 동심에 젖기도 하였다.

어려서 박쥐를 잡고 놀던 동굴을 품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 내선일체라는 미명하에 1937년경부터 일본 문화의 뿌리인 부여에 동양에서 제일 큰 ‘부여신궁’을 짓다가 패망하자 80%의 공정률로 중지된 터에 백제의 마지막 3충신인 성충 흥수 계백 장군을 모신 사당을 보았다.

영정 작품은 1960년 초 3년간 국전 특선 및 초대 작가를 지냈고, 중앙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한 부여군 규암면 출신인 산동 오태학 선생이 그렸다. 이어 부소산 주차장에서 미쳐 부소산을 오르지 않고 버스를 이용하여 기다리시던 일행과 합류를 하여 왕포리 땅벌의 이광열 농가의 토마토 밭으로 향했다.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33개동에 방울토마토 완숙토마토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전업 농군으로 우리 회원들이 직접 밭에 들어가 따서 먹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어 친구로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한 박스의 방울토마토 선물을 싣고 규암면 합정리에 있는 백제역사재현단지로 향했다. 내년 6월경에 완성 예정인 먼지가 풀풀 나는 현장을 버스와 도보로 헤메기를 잠시 결국 중앙 건물 앞 주차장에서 감리단과 시공사 직원을 만나 함께 투어를 하였다.

아무 자료도 없는 백제를 재현하기 위해 국내 가장 오래된 건물인 봉정사 극락전과 고구려 벽화, 일본의 자료들을 총 망라하여 참고하고, 10여 년이 넘게 걸린 연구 결과를 토대로 10여 년이 넘게 진행된 공사 기간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서서히 실물로 나타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며 설명해 주는데 뿌듯함이 배어 있어 상당히 보기가 좋았다.

부여 능산리 사지의 탑을 재현하여 정면 측면 모두 3칸으로 된 5층 목탑의 위용이 볼만했다. 지는 해를 벗하여 궁남지로 향했다. 둥글게 조성된 버드나무가 새 잎을 내밀어 연초록의 드리움에 가벼운 바람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그림자가 약간 드리웠다 나갔다하는 모습이 한가로움을 자극하고 부드러운 흙길 걸으며 빙 둘러 갖가지 종류의 연밭이 조성된 풍광이 만개한 연꽃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궁남지를 한바퀴 돌아 설 무렵, 마지막 지는 해의 장엄이 궁남지 물에 비쳐 넘실대는 붉은 빛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준비 안 된 소주를 기울이며 잠시의 여유를 갖게 하였다.

저녁식사 가는 길에 부여 중앙시장에 들러 고구마와 감자 등을 사고 마침 우여가 시장에 나와 있어 우여회를 썰어 달라고 했다. 구드래돌쌈밥집에서 류경환 변호사가 미리 산 소곡주를 곁들여 쌈밥을 맛나게 먹었다.

삼정부여유스호스텔에 방 배정을 하고 읍내 누님 댁에 들러 묶은 김치를 얻고 옥상에서 5년 전 돌아가신 모친께서 생전에 심어 놓으신 달래 몇 뿌리를 최용우 전 회장께서 좋아하신다고 송규태 선생님께서 손수 뜯어가져다 씻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어보니 매콤 상큼한 향이 입안에 가득했다.

숙소 옆 대밭을 병풍으로 친 장소에서 장작불이 피워졌다. 방안에서 짐을 풀거나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밤 9시 경에 삼삼오오 올라오시기 시작하여 모닥불 주위로 상이 차려지고 좌판(?)이 또 차려지고 고구마 감자를 호일에 싸 불 곁에 놓아두고 소곡주와 어우러진 우여회, 맛이 일품이라는 피순대, 최남경 선생님이 가져오신 묶은 김치, 국산콩으로 홍산에서 만든 손두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바람과 기온... 이렇게 부여에서의 정다운 하룻밤은 깊어만 갔다.

ㅎ 21c부여신문

윤 재 환
신 부여팔경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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