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바로 뒤쪽 철조망 넘어진 곳을 넘었다. 때때꼴로 넘어가기 전의 서복사지를 지났다. 옛 성터의 아름드리 소나무 몇 그루가 아침 햇살을 받아 싱그럽게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걸으면서 연신 정 박사는 벌레를 찾기 위해 죽어서 썩어 가는 나무등걸 밑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걸어갔다.
아침 시간인 8시에 맞춰 7시 40분쯤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버스에 올라 계신 분들도 계시고 커피를 끓여서 나누어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아침 인사 후 모두들 숙면을 취하셨다고 하니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아침 식사는 궁남지 입구의 경성회관에서 북어콩나물 해장국과 가지고 간 묵은 김치, 소곡주 한자의 반주로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식사 후 어제 부소산에서의 걷는 일정이 너무 고됐다는 의견이 많아 금성산 등반 일정을 규암 수북정과 자온대를 보는 것으로 대치했다. 유한지가 현판을 쓴 수북정에 올라 백마강의 봄기운을 바라보면서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부여8경 얘기와 요즘의 신부여8경에 대한 소개를 하는 중에 이정래 원장의 대금 산조가 수북정과 백마강을 아울렀다.
이에 모든 분들은 흥에 젖어 잠시 자연풍광과 감상에 빠져 보기도 했다. 차를 돌려 막 해체복원을 끝낸 길죽한 형태의 한산사지 장하리 3층 석탑으로 보며 여자 분들은 봄볕 사냥을 하며 잠시 쑥을 캐는 아낙이 되기도 하였다.
임천 대조사를 가면서 입구에서 이영구 임천면장님께 홍삼원 2박스를 선물 받았다. 이어 측면으로 올라 뒤에서 보면 앉아 있는데 앞에서 보면 서 있는 모습의 10미터 남짓의 통돌로 조성된 석불을 감상하고 불유정의 물로 목을 축이고 버스로 성흥산에 올랐다. 몇 분은 가림산성에 올라가시고 남은 분들은 이복연 선생님께서 사주신 맥주와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충화면 가화저수지 곁의 폐교에서 해동백제에 준비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입구에는 노오란 골담초 꽃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청국장 주문이 간단한 야채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청국장과 된장찌개가 너무 멀겋게 끓여져 좀 진하게 끓이고 돼지비계를 넣었으면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미리 담가 놓은 표고장아찌와 옻술을 몇 잔 얻어 마시고 몇몇 분들은 봄 입맛 돋우는 머위대를 한주먹씩 따기도 했다.
버스를 달려 외산면 무량사 김시습 부도에 도착했다. 송규태 선생께서 김시습 선생께 술 한잔을 올리고 부도 바로 앞에서 어제 남은 소곡주와 손두부 김치 등으로 봄소풍을 즐기고 또 몇 분들은 무량사에 들리시기도 하고 쑥과 달래를 캤다. 마지막 답사지인 내산면 주암리 은행나무에 들렀다.
바로 앞집 함석에 7년 만에 페인트칠 한다는 동네분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은행나무 아름이 어른 양팔의 6명 반이라는 확인도 해보고 부족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생태와 슬로우를 모토로 한 부여답사가 저물어 갔다.
![]() 윤 재 환 신 부여팔경 저자 |
저작권자 © e부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