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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병명이 뭐죠?
[의학칼럼] 병명이 뭐죠?
  • 손영기
  • 승인 2015.01.2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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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어디가 아파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으면 “그걸 의사 선생님이 아시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하고 반문하는 환자 보호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또한 어떤 부모들은 의사가 아이의 가슴에서 청진기를 떼기가 무섭게 “병명이 뭐예요?”하고 묻는 일이 흔합니다.

이럴 때 의사들은 매우 곤혹스러워 지는 게 사실입니다. 의사는 진찰만 하면 모든 병을 다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올바른 진단을 붙이려면 우선 아이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간혹 아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전혀 모른 체 병원에 오는 분도 많아서 난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의 증상은 늘 아이와 함께 있는 엄마가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의사들은 대부분 아이의 증상에 대한 엄마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다음 의심되는 부위를 진찰하고 그 진찰 소견에 따라 필요할 경우 더 세밀한 검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에 아이의 병에 대한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들은 그 즉석에서 의사가 확진을 내리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더욱 곤혹스러워지고 억지라도 진단명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의 부모들이 의사에게 “거짓말”을 강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병원을 찾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 뒤 의사에게 설명함으로써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울어도 진찰해 주세요”

소아과 진료실에는 악을 쓰면서 우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몸이 아파서 우는 어린이, 대기실에서 걷다가 넘어져서 우는 어린이, 아이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우는 어린이, 병원에만 오면 무조건 우는 어린이 등 진찰 시에 우는 어린이는 필자가 가장 난감해하는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울면 진찰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악을 쓰고 울고 심지어 떼굴떼굴 굴러도 “우리 아인 흰 가운만 보면 울어요. 울어도 진찰해 주세요”라고 합니다.

필자가 “울면 진찰이 안됩니다”라고 하면 “다른 병원은 울어도 진찰만 잘 해주던데, 별 이상한 의사 다 보겠네” 하면서 진료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진찰이란 물어보는 진찰(문진), 눈으로 쳐다보는 진찰(시진), 손으로 만져보는 진찰(촉진), 청진기로 들어보는 진찰(청진)으로 이루어지는데, 많은 엄마들은 아이 몸에 청진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진찰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울면 실제로 중이염이 없는데도 중이염처럼 보이며 청진 시에도 우는 소리 외에는 기관지, 폐, 심장, 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전혀 들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복부 진찰도 하기 어렵습니다.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복부(배)를 만져 보면서 아이의 얼굴 표정을 봄으로써 압통(눌러서 아픈 것) 부위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울면 어떤 부위가 아픈지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엄마들은 세밀한 진찰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아이가 울지 않도록 해야 하고, 어린 아기는 젖이나 우유병을 물리든지, 설탕물을 멸균 거즈에 뭍혀서 빨리든지 하면서 진찰 받는 것이 좋습니다.

ㅇ 21c부여신문

손 영 기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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