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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대상포진
[의학칼럼] 대상포진
  • 정대성
  • 승인 2015.02.2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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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상하게 한 쪽 옆구리가 칼에 베이듯 아파서 잠까지 뒤척일 정도였다. 어디에 부딪힌 것도 아닌데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서 집에 있던 소염진통제를 먹어도 증상은 여전했다. 그렇게 이틀을 앓고 아침에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그 옆구리에 이상한 물집이 생겼다”

위의 내용은 대상포진으로 진단이 된 외래 방문 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 및 징후를 일례로 묘사한 내용이다. 이렇듯 갑작스런 체간 또는 사지의 편측 통증, 2~3일 후 발생하는 통증 부위의 군집성 수포는 대상포진의 임상적 특징이자 진단의 결정적인 단서이다.

대상포진은 이중나선 DNA(double-stranded-DNA, ds-DNA) 구조를 가지는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가 원인균으로, 이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적인 질환을 일으킨다. 하나는 주로 소아에서 전염성이 강한 전신성 수포(물집)성 피부발진을 일으키는 수두(chicken pox)이고, 두 번째가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의 병인은 예전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지각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세포면역체계의 변화로 재활성화되어 신경을 따라 내려가 피부에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위험인자는 고령, 세포 매개 면역의 감소를 일으키는 악성종양, 면역억제제 투여, 장기이식 수여자 등이나, 이러한 위험인자가 없는 건강한 일반인도 발생이 가능하다. 주로 40~60세에 호발하고 15세 이하의 소아 발생 비율은 전체 발생의 5%이다.

원인은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지만 수두의 유행과는 관련 없으며, 계절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산발적으로 발생된다. 수두와 달리 접촉 또는 공기 감염의 경로로 전파되지 않으나, 역으로 수두에 걸리지 않았던 환자는 대상포진 환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수두에 걸릴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피부절을 따라 한쪽으로 물집같은 발진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병변이 나타나기 2~3일 전에 피부절을 따라서 통증이 선행되며 침범된 피부절의 가까운 쪽부터 먼 쪽으로, 즉 등 혹은 뒤에서 앞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피부절이라 함은 척추의 분절에 따른 감각신경의 분포를 나타내는 것으로, 경추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천추 5개가 각각 좌우에 피부절을 가지고 있으며 척추의 높이에 따라 아파트 층처럼 분포되어 있다.

피부병변 중 수포는 약 2주 가까이 지속될 수 있고, 피부병변의 완전한 회복은 약 1개월 정도 소요된다. 재발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나 고령, 면역 저하자에서는 재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증은 약 20% 환자에서 한 가지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포진 후 신경통,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눈대상포진, 안면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람세이-헌트 증후군, 천추부위를 침범하여 발생하는 신경인성방광, 면역 저하자에게서 흔한 전신성 대상포진 등이 있다.

이중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진 후 신경통으로, 피부병변이 회복된 후에도 발생된 피부절을 따라 통증이 남는다. 50세 이상의 환자에서 약 50% 이상 발생하며, 머리쪽으로 가까울 수록 통증이 심하다. 평균 1~3개월 지속되며, 50%의 환자들은 3개월 내에, 70%의 환자들이 1년 이내에 호전을 보인다. 진단과 치료가 빨라질수록 신경통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진단은 위에 서술한 임상증상 만으로 가능하다. 피부병변이 나타나기 전인 2~3일 이내에는 통증만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 피부병변 없이 1주일까지 통증만 있는 경우도 있어 통증 발생 부위에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다른 질환, 예를 들면, 삼차 신경통, 편두통, 치주질환, 근육통, 늑막염, 요로결석, 담낭질환 등의 비슷한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빠른 진찰이 필요하고, 피부병변으로 확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경과를 두고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진단적인 검사는 DNA 검출을 위한 PCR, 수포에서 직접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법, 병변의 바닥을 긁어 염색 후 현미경으로 다핵거대세포를 관찰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민감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치료는 경구 혹은 정맥주사용 항바이러스제제와 스테로이드 병합치료가 기본이며, 머리쪽에 가까운 대상포진, 즉 눈대상포진, 람세이-헌트 증후군, 전신성 대상포진의 경우 정맥주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피부 수포 병변 발생 3일 이내에 치료가 시작되어야 가장 효과가 있으며, 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비율을 줄일 수 있다. 머리에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7일 이내에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하면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병변 자체는 수포에 대한 습윤 드레싱, 칼라민 로션 혹은 캡사이신 연고 등이 효과적이다. 수포가 터지면서 이차적으로 세균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항생연고 도포를 해야 한다. 통증조절에는 가바펜틴(gabapentin), 프레가발린(pregabalin) 등의 항간질약제가 도움이 된다.

요약하면,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편측성 수포성 질환으로, 피부병변 2~3일 전에 통증이 선행하며, 체내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전염이 거의 되지 않으며, 누구나 발생할 수 있고, 고령, 면역 저하자에게서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임상 증상으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진후 신경통으로,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합병증의 비율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ㅏ 21c부여신문

정 대 성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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