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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 아침] 대보름
[시로여는 아침] 대보름
  • 임선희
  • 승인 2015.03.0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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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울 집 앞 빈 화단에
검은 숯, 불에 달구어
다 쓴 공책 몇장
겨울 지낸 나뭇잎
함께 담긴
구멍난 못난이 깡통들..

둥근달 내 집 앞에 뜨기 시작할 때
우루루 공터에 모여
그날 우리는..
검푸른 하늘 전체가
둥근달 될 때까지
숨박꼭질 하던
그 저녁,
우리는..
긴 줄에 매달린 불깡통을
휘휙 추운 바람에 앞세워
작은 어깨 빠져라
힘껏
큰 원 그려 내던지듯
쥐불놀이다아..

동냥한 나물에
밥 비벼 먹고
그 힘 다쓴
내 쥐불놀이가
아파트 위에 덩그러이
수십년 지내고도 그대로인
보름달 속으로
내 동네 아이들 소원담아 던져지고 있는데
내 입가에
지금도 돌려지고 있구나
돌려지고 있구나

임선희 21c부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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