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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혈압약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못 끊으니까 안 먹을래요
[의학칼럼] 혈압약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못 끊으니까 안 먹을래요
  • 김종대
  • 승인 2015.03.31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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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진료실에는 고혈압약을 권유하는 의사와 약을 먹지 않겠다며 버티는 환자 사이에 이런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사람의 혈관은 나이가 들면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주기적으로 자동차의 엔진에 때가 끼지 않게 엔진오일을 갈아 주어야 하듯 사람의 혈관도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피부가 젊었을 때의 탱탱한 피부로 돌아갈 수 없듯이, 우리의 혈관도 다시 젊었을 때의 탱탱한 혈관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못 끊으니 안 먹는다’는 이야기는 마치 ‘어차피 청소해도 방이 지저분해지니까 청소 안 할래요’라고 억지를 부리는 어린 아이와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을 먹느냐 안 먹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약에 의한 방법이든 생활습관 변경에 의한 방법이든 어쨌든 혈압이 높지 않게 조절이 되는 것입니다. 생활습관 변경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혈압이 떨어집니다.

첫번째는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소금의 섭취량에 비례하여 혈압은 올라갑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권장 소금 섭취량은 5g 이하이지만 한국인 평균 소금 섭취량은 2배가 넘는 10~12g입니다. 최대한 싱겁게 음식을 드시는 것이 좋겠지만 싱거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다면 소금 대신 고춧가루, 후추 등의 향신료를 써서 맛을 보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칼륨 섭취를 늘이는 것입니다. 소금과 반대로 칼륨은 많이 먹을수록 혈압이 떨어집니다.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시금치, 고사리, 배추 등의 채소류, 토마토, 바나나 등의 과일, 감자 등이 있습니다. 바나나를 많이 먹을수록 혈압이 낮아지면서 뇌졸중의 위험이 줄어든다라는 연구도 있을 정도입니다.

세 번째는 유산소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은 혈압을 높이는 흔한 원인이기 때문에 운동을 함으로써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은 혈압을 낮추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혈압이 한 번 높게 측정된다고 무조건 의사가 고혈압약을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었을 때 많이 높지 않은 단계에서는 우선 혈압을 낮추기 위한 식생활 습관을 먼저 바꿔 보시라고 권유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언제까지나 기회를 드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몇 년째 좀 더 해볼께요’하시면서 약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생활습관 변경을 하고 3개월 뒤에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복용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물론 혈압약을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드셔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약 자체가 한 번 드시면 끊을 수 없는 약이라서가 아니라 고혈압이라는 병 자체의 특징이 단기간의 약 복용으로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를 해야 되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드시는 것이 좋기 때문에 계속 복용이 필요합니다. 흔치는 않지만 고혈압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약을 복용하시다가 열심히 식습관, 운동 등의 생활습관 변경 후 약을 끊을 수 있는 경우도 생깁니다.

혈압이 혈관에 끼치는 영향은 누적되어 나타납니다. 정상보다 높은 혈압이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있었느냐에 비례하여 혈관에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혈압약을 3년 정도 드시다가 혈압약을 중단한 경우라면 약을 전혀 안 드신 경우에 비하여 3년이라도 드신 만큼의 좋은 효과가 혈관에 남아 있게 됩니다. 물론 약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드신다면 더 좋은 효과가 혈관에 있습니다.

혈압약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못 끊으니까하고 핑계를 대시며 안 드시면 계속하여 혈압이 높은 상태로 방치되게 되고 그 합병증으로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몇 년 뒤게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뇌졸중,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병입니다. 혹시라도 생활습관 조절에도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게 체크되고 의사에게 혈압약 복용을 권유 받으셨다면 위와 같은 이유로 망설이시면 안 되시겠습니다.

ㄹ 21c부여신문

김 종 대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2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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