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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듯 다른 불청객
[의학칼럼]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듯 다른 불청객
  • 정대성
  • 승인 2015.04.14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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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무렵 언제나 찾아오는 뿌연 공기와 황색 빛 하늘은 최근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최근 연일 매체에서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보도가 반복되고 있으며, 중국에서 황사 경보가 발령되어 대한민국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토록 황사와 미세먼지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인체의 건강에 주는 나쁜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둘의 미묘한 차이를 대중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모호하게 둘이 비슷하게 나쁘다고만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황사는 그냥 흙먼지에 불과하여 호흡기 계통에 영향을 줄 뿐이지만,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 또는 공장가스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구성되어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각종 호흡기질환은 물론 암질환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이 된다.

황사는 건조한 중국대륙 사막과 몽골 지역 사막에서 발생하는 모래 또는 황토먼지가 저기압성 상승기류를 따라 날아오른 뒤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국, 일본 및 알래스카 지역까지 날아오는 것을 말한다.

겨울철 얼어있던 대지가 녹으면서 건조한 봄의 상승기류에 의해 날려 올라가는데 직경이 20㎍ 이상인 모래는 중국 대륙 내에서 멀리 못가고 떨어지지만, 그보다 작은 10㎍ 이하의 황토먼지는 수 천 킬로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또한 중국 대륙의 사막화가 가속화되어 봄철 황사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증가되는 추세이다.

황사로 주의보 발령시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질환자의 실외활동 금지 권고, 유치원 및 학교의 운동 및 실외활동 금지 권고를 하고 있으며, 황사 경보 발령시 실외활동보다 강력한 외출 금지 권고, 실외 운동경기 중지 및 연기 권고까지 하고 있다.

2003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강력한 황사로 인해 반도체 생산,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쳤으며, 황사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어 구제역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송충이 피해와 적조 현상이 줄어들거나 의료계, 약국, 공기청정제 매출 증가, TV 홈쇼핑의 증가와 같은 예상치 못한 이점을 주기도 한다. 물론 종합해 본다면 득보다 실이 크겠지만...

반면, 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로 불리기도 하며 크기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로 PM(Particulate Matter)10이라고 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공장 연기를 통해 배출되며 중국의 심한 황사와 스모그 발생시 동반되어 날아오게 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의 먼지로서 PM2.5라고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위험한데 그 이유는 폐포세포까지 침투하여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젤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일종인 BC(black carbon)은 1급 발암물질로서 장기간 노출시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밖에 호흡기, 심혈관, 피부,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 외에 황산화물,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이 미세먼지와 함께 대기중에 포함된다.

대한민국에서는 1995년부터 PM10에 대해 대기오염물질로 규제하고 있으며, 2015년도 1월부터 PM2.5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및 예측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황사가 동반된 미세먼지에 대한 예측 수준도 떨어지는 현실이다. 중국 등의 주변 국가들과의 공조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3년도 초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역에서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44% 증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95%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병원이 임산부 1천500명을 4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상승할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최대 16%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체중아 출산율과 조산·사산율도 각각 7%와 8%씩 증가했다.

2013년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미세먼지는 폐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9개국 30만명의 건강자료와 2,095건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 연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은 18% 증가했다. 또 일반 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은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를 6단계로 나누어 미세먼지 예보 등급에 따른 행동요령을 권고하였다. 좋음/보통/약간나쁨/나쁨/매우나쁨/위험. 이중 약간 나쁨부터 실외활동 자제, 금지 등의 행동요령이 권고된다. 약간나쁨 단계부터 노약자, 심혈관 또는 폐질환 환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세먼지 예보에 따른 행동요령을 준수하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충분한 습도유지 및 공기청정기가 도움이 된다. 외출시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받은 황사방지용 마스크는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기능이 있으므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세탁 후 기능이 변형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재사용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많을 경우 장시간 렌즈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물을 자주 마시고, 가급적 실내에서 음식을 조리하도록 한다.

ㅌ 21c부여신문

정 대 성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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