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네 환자들은 두리뭉실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진료를 하다보면 기상천외한 동문서답을 자주 듣습니다. 진료실에서 엄마에게 “아이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픕니까?”라고 물어보면 “우리집 이사가던 날부터요” “삼촌 장가가던 날부터요” “어떤 병원에 갔더니 호흡기 병이라고 하던데요” “기관지가 안 좋은 병이라던데요”
이러다보니 병력청취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의사가 병을 진단하고 그 정도가 어느 정도 심한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듣는 ‘병력청취’ ‘진찰소견’ 그리고 ‘검사결과’의 3가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병력청취’입니다. 그런데 의사가 병력청취를 할 때는 환자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말 하나하나를 평가해가면서 묻고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하는 말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거나 이론상 맞지 않으면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진찰결과’도 환자가 병원에 처음 왔거나 몇 번 오지 않았을 때에는 병명을 알아내거나 심한 정도를 알아내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병원을 방문했을 때 증상이 없는 환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병원에 오시는 많은 부모들은 검사결과를 컴퓨터가 분석하여 아이의 병명과 병의 심한 정도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컴퓨터라도 환자의 병명이나 그 심한 정도를 판별해내지는 못합니다.
결국 의사가 의지할 곳은 엄마가 말하는 환자의 병력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세한 ‘병력청취’에 ‘검사결과’ ‘진찰소견’을 접목시켜 최종 진단(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자세한 병력청취를 위해서는 엄마의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손 영 기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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