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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10년 만에 환고향(還故鄕)
[목요광장] 10년 만에 환고향(還故鄕)
  • 이규원
  • 승인 2015.07.28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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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체험 13>

1999년 8월 대전광역시 규제개혁업무보상으로 재정관리담당 사무관으로 사다리를 탈 수 있었다. 담당업무는 ‘재정계획수립 투자심사 기금관리 기부금모집허가’ 등이었다. 직원들은 기획관리실 소속다운 인력으로 채워져 있고 매뉴얼(manual)도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당장 해야 할 일은 국정감사준비와 재정투자심사이었다.

1999년 10월 7일 ‘국정감사’를 받는 날 이원범 행정자치위원장(자민련대전서구/갑)이 이끄는 15명의 國會議員(국민회의 6, 한나라 6, 자민련 3)들이 홍선기 市長을 상대로 질문 공세를 폈다.

필자도 답변석 뒤편의 ‘쪽지작성 대기병’ 대열 속에서 촉수(觸手)를 세워야 했다. 의원들이 국비사업감사는 제켜놓고 市長 신상털기와 허접한 걸로 호통치는 게 ‘막장청문회’의 데자뷰(dejavu)였다. 지방행정은 애초에 국정감사로 손볼게 별반 없지만 議員보다 덩치가 커 보이는 市長을 국정감사 마당에 세워놓고 군기 잡는 게 목적이었다. 山戰水戰 경험한 市長이 그 상황을 즐기는 바람에 ‘쪽지 대기병’들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1999년 11월 2일 소관업무 중 큰 행사인 ‘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월드컵경기장’ 등 10개 대규모 사업 심의를 매듭지던 날 ‘충남도청 민원실’ 여권계장 황명순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자네 지금도 고향 부여군으로 옮길 의사가 있나? 예산담당관실 윤영우 係長이 대전시로 전입하고 싶다는데...”라고 해서 즉답을 못하고 “내일 전화 드릴 게요.”하고 끊었다. 고향 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고혈압’진단을 받은 1995년부터 고향으로 근무지를 옮겨 함께 생활하려고 부여군 김종국 과장과 맞교환을 추진하다 1차 실패한 적이 있다.

기획관리실 재정담당이므로 2~3년만 잘 버티면 서기관 승진이 눈에 보이기에 갈등이 되었다. ‘승진’과 ‘老母’ 사이를 밤새 달리다 ‘부여군 전입’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기회를 놓치면 훗날 어머니 모시지 못한 가책(呵責)을 짊어지고 후회 할 것 같아서 였다.

충남도청 尹 계장을 만나 대전시 전입신청을 다짐받고 공주에서 부여로 통근 하는 외산면장 J씨한테 충청남도 전입 의사를 확인하고 각본을 만들었다. 대전시(이규원), 부여군(J씨), 충청남도(윤영우) 대전시. 세 사람 각자 소속기관 인사책임자에게 전·출입을 동시에 신청키로 약속한 날 행정부시장(권선택)한테 장황하게 설명하여 승낙받고 부여군수에게 달려가 전입 신청했더니 명쾌하게 받아주었다.

20여 일이 지난 1999년 11월 말 인사이동 뚜껑을 열고 보니 누가 장난쳤는지 부여군에 전입하는 필자 이름만 그대로 이고, 대전시 전입은 논산시 W씨, 충청남도 전입은 부여군 충화면장 W씨로 바뀌어 허탈(虛脫)케 하였다. 땀 흘리며 길 닦던 돌쇠들은 먼지와 함께 미역국을 바가지로 마셔야 했다.

ㅁ 21c부여신문

이 규 원
전 부여군 기획감사실장
21세기 부여신문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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