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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백제정신③-백제금동대향로의 우수함(Excellent)
[교육단상] 백제정신③-백제금동대향로의 우수함(Excellent)
  • 최규학
  • 승인 2015.08.1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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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왕국 백제(BC 18년~660년)는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했으나 백제금동대향로를 남김으로서 가장 우수한 문화수준도 함께 남기게 되었으며 그 이름을 불멸케 하였다. 현재 수준에서 보았을 때도 감동과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백제금동대향로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보는 사람에게 절정 경험을 맛보게 하며 그 우수함과 장인정신은 백제정신으로 승화되었다.

이 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오후 4시 30분경 부여 능산리 고분군 서쪽 절터의 공방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되었다. 사적 제14호 능산리 고분군의 주차장 건설을 위해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이었다. 발견 당시 모습을 보면, 기와로 덮인 목곽수조 안에 놓여 있었는데 누군가 위급한 나당연합군의 침공 상황을 맞아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추측된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견은 주요 일간지 1면 톱기사로 다뤄졌고 후에 국보 제287호로 지정되었다. 이는 고대 금속공예의 걸작 중 걸작으로써 1300년을 뛰어넘는 기적이요, 해방 후 고고학 분야 최대의 성과로 여겨진다. 이 향로를 통해 우리는 7세기 초 백제인들의 생활모습과 정신세계는 물론 사상과 찬란했던 문화 예술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향로(香爐)는 향을 피우는 화로를 말한다. 향은 일반용과 종교 제례용으로 쓰이는데 일반용은 나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고 종교 제례에서는 마음의 때를 말끔히 제거하고 사기를 없앤다는 의미에서 사용한다. 요즘에도 일반 가정에서 제사 지낼 때나 불교 법당의 불전에 향을 피울 때, 가톨릭 성당에서 미사 드릴 때 사용한다.

향로의 형태는 손잡이가 달린 병향로, 손잡이가 없는 거향로 등이 있고 재료는 청동, 도자기, 유리, 상아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거향로 형태로 청동에 금도금을 입힌 박산향로 계열에 속한다. 박산향로(博山香爐)는 중국 한 대에 많이 제작된 것으로 재료는 구리나 도자기이다.

여기서 박산(博山)은 신선이 산다는 바다 위의 전설상의 산을 가리킨다. 박산은 중국에서 처음에는 산동지방에 있는 태산을 의미하다가 후에는 발해 동쪽 바다에 있다는 삼신산 중에 봉래산(蓬萊山)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박산향로는 봉래산을 형상화한 것으로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백제금동대향로는 기존에 동아시아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가장 대작이며 우수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선 그 규모가 높이 61.8cm, 가로 19cm, 무게 11.8kg으로 웬만한 향로의 2-3배 크기이다.

향로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창의성과 미적 감각이 탁월하며 포함된 스토리도 압권이다. 진품은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모형이 보급되고 있는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형을 본 해외 유명 인사들도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장 큰 모형은 공주, 논산 쪽에서 부여읍으로 진입하는 로타리에 설치되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전체적인 형태는 용이 꿈틀대는 모습의 받침대, 연꽃잎 문양의 몸통부, 삼신산 문양의 뚜껑부, 봉황이 나르려고 하는 모습의 꼭대기로 구성되어 있다.

받침부의 용은 세 다리가 원형을 이루어 안정감 있게 향로를 받치는 형태인데 한 다리는 머리가 몸통을 받치는 것과 같이 위로 뻗고 있으며 뿔과 입 이빨까지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용은 바다와 생명 수중 세계를 관장하는 영물인데 용이 기를 뿜어 연꽃이 피어오르는 형국을 취하고 있다.

몸통 부는 8장의 연꽃잎을 3단으로 하여 총 24장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는 불교의 연화화생설(蓮華化生) 즉 ‘모든 생명은 연꽃에서 신비롭게 생겨난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연꽃 잎 위와 그 사이에는 2명의 인물상과 27마리의 동물상이 부조되어 있다. 동물상은 학, 거북이, 수달, 잉어 등과 상상의 동물들이다.

뚜껑 부는 도교의 신선사상을 담아 삼신산 중 봉래산을 형상화하여 23개의 산을 비롯하여 총 74개 봉우리를 4-5단의 첩첩산중으로 입체화하여 신령스런 기운이 감돌게 하고 있다. 봉우리에는 39마리의 동물상과 5악사를 포함하여 모두 16명의 인물상을 부조하여 놓았다. 더불어 계곡, 바위, 시냇물, 폭포, 나무, 산길, 호수 등을 표현하여 신선세계 내지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주요 동물로는 호랑이, 사자, 코끼리, 멧돼지, 원숭이, 개, 거북이, 뱀, 사슴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동물까지 표현하고 있다.

인물상은 당시 백제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데 머리 감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코끼리 타고 가는 사람, 말 탄 사람, 말 위에서 활 쏘는 사람 등이다. 특히, 맨 위쪽에 위치한 5개의 산봉우리에는 기러기 또는 원앙새 5마리가 꼭대기의 봉황새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안쪽으로는 5명의 악사가 현금, 완함, 배소, 장적, 북 등을 연주하고 있다. 주로 5-시스템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음향오행설과 이에 근거한 백제의 5부제와 관련 있는 듯하다.

꼭대기에는 비상하려는 봉황이 턱에 여의주를 두발에 보주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세워놓았다. 향을 피우기 위한 연기 구멍은 몸통 부 최 하단 연꽃잎 중앙에 5개 흡입구, 정상부 산봉우리 사이 5개, 5악사 뒤에 5개, 봉황 가슴에 2개 총 12개의 배출구를 위치시켰다.

백제금동대향로는 함께 출토된 국보 제288호인 창왕명 사리감의 내용으로 볼 때 창왕 즉 위덕왕이 자신 때문에 전사한 아버지 성왕을 위해 절을 짓고 제향하기 위해 만들지 않았나 추측된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우수함은 불교와 도교사상의 절묘한 결합, 입체적인 디자인에 의한 생동감과 신비감의 고조, 전체적으로 뛰어난 균형감과 아름다운 자태, 봉황과 5기러기 5악사, 봉래산과 다양한 동물과 인물, 용과 연꽃 등으로 태평성대 이상향의 표현, 제작의도에 담긴 스토리 등에서 보는 이에게 뜨거운 백제정신으로 다가온다.

ㅇ 21c부여신문

최 규 학
부여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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