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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보는 것이 믿는 것. / 아이가 녹변을 누어요.
[의학칼럼] 보는 것이 믿는 것. / 아이가 녹변을 누어요.
  • 손영기
  • 승인 2015.08.1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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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이 믿는 것]

아이들이 가장 흔하게 걸리는 병은 감기와 설사입니다. 사실 아이를 키울 때 이 두 가지 병에만 안 걸린다면 아이가 아파서 소아과 의사 얼굴 볼 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설사란 다들 크면서 몇 번씩 하는 별 것 아닌 병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설사를 하는 병에 걸렸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엄마들이 설사하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와서는 아이의 변에 대하여 색깔이 어떻고... 냄새가 어떻고... 한참 동안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소아과 의사로서는 엄마의 설명을 10분 듣는 것보다 아이의 변을 한 번 보는 것이 더 정확하고 속 시원한 일입니다. 아이의 변이 설사인지 아닌지 설사면 얼마나 심하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의 변을 가져와서 의사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은 변을 가져오라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의사가 싫어할까봐, 병원에 냄새를 풍길까봐 일부러 변을 안 가져온다고 하지만 사려 깊은 소아과 의사라면 아이의 변을 보고 얼굴을 찌뿌리지 않고 변을 보고 진단을 내립니다. 따라서 소아과에 아이의 변이 묻은 기저귀를 가져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변이 묻은 기저귀는 소아과 쓰레기통에 버리지 마십시오! 다른 아이들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변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설사의 양상과 횟수를 정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하루에 몇 번인지 대변의 모양은 어떤지... 예를 들면 묽은 변인지 물이 많이 섞인 변인지, 코처럼 느른하면서 묽은 변인지, 피가 섞이면서 코처럼 느른한 변인지, 설사를 하면서 배가 아파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또한 원인에 따라 각각의 치료법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일단 소아과 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녹변을 누어요]

어린 아이를 진료하다 보면 엄마와 할머니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어제 아이가 강아지 보고 놀랬어요, 놀랬는가 봐주세요”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이럴 때 필자는 “놀란 것이 눈으로 보입니까?”라고 반문하게 됩니다.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가 녹변을 누어요. 놀라면 녹변을 누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을 합니다.

아이들은 흔히 녹변을 봅니다. 이렇게 아이가 녹변을 보면 흔히들 아이가 놀랬다고 말하고는 기응환을 찾아 먹입니다. 그러나 녹변은 아이가 놀라서 생기는 변의 이상이 아닙니다. 녹변 그 자체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엄마들은 아이 변 색깔에 너무나도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황금빛 노란 변이 아니면 우리 아이가 어디 이상이 생겼나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노랗든 녹색이든 아이 변 색깔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색깔이 어떻든 변의 양상(성상)이 정상이면 그리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이상이 없다면 변 색깔만으로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변에 물기가 많고 변을 보는 횟수가 늘면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녹변이 다 정상인 것은 아닙니다. 설사를 하는 경우, 아이가 흥분했을 경우,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담즙이 증가하는 등 갖가지 병에 걸린 경우, 음식 색소에 의한 경우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녹변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녹변을 볼 때 무조건 기응환을 먹이는 것을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대개의 녹변은 문제가 없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치료해야지 기응환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이 녹변을 보면 분유를 바꾸려고 문의를 많이 하는데 다른 분유로 바꾼다고 녹변이 황금빛변으로 예쁘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녹변이 정상적인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거나 아이가 계속 녹변을 볼 때는 한 번쯤 소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아이의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ㅎ 21c부여신문

손 영 기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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