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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고질병 ‘빨리 빨리’
[의학칼럼] 고질병 ‘빨리 빨리’
  • 손영기
  • 승인 2015.09.15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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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만만디’란 병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빨리 빨리’라는 병이 있습니다. 음식점에 가서 자리에 앉자 마자 ‘빨리 빨리’, 건설공사 현장에서도 ‘빨리 빨리’. 이러한 ‘빨리 빨리’ 병은 의사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병원에 와서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올바른 진단을 붙이기 위해 엄마에게 상세하게 질문을 하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찰해 보면 다 알텐데 왜 자꾸 물어보세요. 빨리 해주세요.”라고 합니다.

그리고 약 한 봉지 먹으면 당연한 듯 기침이 줄어야 하고, 설사는 멎어야 하며, 열도 뚝 떨어져야 직성이 풀립니다. 더구나 그것도 모자라 더욱 ‘빨리 빨리’ 낫기 위해 약도 세게 해주고 주사도 두 어대를 놓아 달라거나 아침·저녁으로 주사를 놔 달라고 주문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약을 세게 복용하거나 주사를 많이 맞는다고 빨리 낫거나 합병증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약은 나이와 병의 종류에 따라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부 약은 세게 사용하면 잠깐 동안은 증상이 좋아지는 듯 해도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병이 낫기보다는 오히려 약에 의하 부작용만 나타날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약만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고 약 먹고 하루만에 ‘빨리 빨리’ 낫지 않으면 이 병원과는 연대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일명 ‘병원 쇼핑’을 하러 다닙니다. 그러나 병은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이 낫는 것은 환자의 몸이 나으려고 하는 자연적인 치유 능력 때문에 가능하며, 항생제나 수액제 등 몇몇 약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약들은 병을 직접 치료하기 보다는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도와주고 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과다한 치료는 환자의 자연 치유 능력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입히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ㄹ 21c부여신문

손 영 기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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