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제 새로운 도전·변신 꾀해야
백제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야심찬 포부로 출발한 제61회 백제문화제는 큰 아쉬움과 값진 교훈만을 남긴채 폐막했다. 백제문화제는 다른 행사나 축제와는 달리 분명한 차별성과 특징이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제로서 그만큼 많은 관심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역 한계 드러낸 프로그램, 새로운 콘텐츠 부재
행사의 차별화·독창성 살린 과감한 변화 필요
지난해 60년 갑년을 맞이했고, 올해에는 제13회 부여서동연꽃축제의 대성공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으로 더욱 큰 기대를 갖게 했다. 더욱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소를 구드래 일원에서 부여읍 시가지로 옮기는 모험을 택했다. 이는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가장 큰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이하의 평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심형 축제를 표방했지만 기존 몇 번의 상권살리기 행사를 가지며 이어온 행사의 연장선에 불과했고, 이는 결국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일부 상가에서 기대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상가가 더 많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들렸다. 또 가장 큰 어려움으로 주차문제와 교통을 우려했으나 예상보다 교통문제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예상보다 관광객의 수가 적지 않았느냐는 여론이다.
제61회 백제문화제는 추석 연휴 기간을 포함시켜 행사의 핵심인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었다. 수개월 전부터 어렵게 준비를 해왔고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행사에 매달린 공무원들의 노고는 행사의 실패로 빛이 바래는 안타까움을 보여줬다.
부여를 찾은 일부 관광객들은 “주차를 하고 행사장을 찾아가기가 너무 불편했다. 볼거리가 없고 어수선만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먹거리도 먹을만한게 없더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재경 출향인사는 “왜 구드래에서 정림사지쪽으로 옮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더 어렵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그러한 반응들이 많았다. 지역 주민들도 말을 아껴가면서도 행사가 어떠했는지 묻자 “글쎄요?… 좀 그렇지 않나요?… 뭔가 허전하고 조잡하고… 우리도 볼게 없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특히, 행사준비로 이미 1~2주 전부터 소음으로 학교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백제초등학교, 부여중학교 학생들과 행사기간 중 3일간 단기방학을 한 주변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희생과 불만도 제61회 백제문화제가 남긴 상처가 됐다.
동네 잔치로 끝난 제61회 백제문화제, ‘시대흐름과 변화에 맞춰야…’ 구드래 행사장 시가지 이전 장소 변경에 따른 프로그램 변화 실패 큰 교훈 많은 프로그램에 비해 볼거리 부족, 관광객 눈높이 맞춘 변신 과제 남겨 |
행사장 시가지로의 이전
“시작은 좋았으나 결과는 참패!”
제61회 백제문화제는 지난해 60회 갑년을 맞아 대대적인 홍보 결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그동안 백제문화제가 부여에서 61여년 전 ‘삼충제’를 처음으로 시작한 이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부여군이 쌓아온 행사의 노하우가 축척되면서 큰 자산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여군은 구드래 둔치 일원을 중심으로 백마강을 끼고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을 백제문화제 행사장으로 활용하면서 전국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 없는 최적의 행사장을 갖추며 전국적으로 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가 한해 한해 거듭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전국 소도시의 가장 큰 문제인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속에서 지역상권 붕괴에 백제문화제 또한 워낙 큰 규모와 예산·기간 등이 소요되면서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해를 거듭하면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올해 열린 제13회 부여서동연꽃축제가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침체된 지역상권에 일부 활력을 주면서 이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여러가지 사유로 제61회 백제문화제 행사장인 구드래 일원에서 부여읍 시가지로 옮기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큰 기대를 갖고 준비한 백제문화제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같은 기간에 열린 공주시보다 프로그램 및 관광객 유치, 흥행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결과가 나타나면서 기대이하의 참패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는 행사장을 구드래에서 시가지로 옮기며 기존 프로그램을 대부분 고수한 원인도 한몫 했다는 여론이다. 행사장의 분위기가 주변 여건상 기존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프로그램의 변화는 크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과 장소의 협소함,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이동거리의 피로감 등이 관광객을 불러들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특히 부여읍 시가지 골목 곳곳 등에 주차하고 행사장을 이동할 수 있는 표지판이 너무 부족해 처음 부여를 방문하는 관광객 입장에서 너무 불편함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또 주차장에서 주무대 행사장까지의 이동거리가 생각보다 멀었고, 주차장을 찾을 수 있는 표지판도 차량 운전자가 쉽게 찾을 수 없을만큼 불편했다는 점도 시가지로 행사 이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볼거리·먹거리 부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행사장이 시가지로 이전되면서 부여읍 원도심 상권의 지역 주민들이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일부 음식점을 제외하곤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고, 심지어 소무대나 체험 등 부스를 설치한 인근 상점들은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는 현상도 나타났다. 극히 일부지만 아예 점포를 닫는 상황까지 발생되면서 행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석탑로 주변의 한 상인은 본지를 통해 “여기에서 30여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적게는 10만원에서 15만원 평균 20여만원의 매출을 매일 올렸는데, 지금 백제문화제 6일째를 맞아 오늘 겨우 2만4천원을 팔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하는지 답답하다”면서 “가게 문을 행사기간 동안 열지 않을 생각”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부여군에서 석탑로 상인들을 비롯해 시가지 상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행사 안내와 통제 등에 이해를 구하고, 특히 10여일이나 되는 장기간의 행사기간을 감안할 때 사전에 상가 점포들에 대한 1:1 멘토 등을 제안을 해보면서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청양군의 경우 고추·구기자 축제를 청양읍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백세공원이나 전통시장에서 개최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거의 민원이 없다는 사실을 보면 부여군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주민들을 배려하는, 관이 중심이 아닌 주민이 먼저라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부여군이 행사 때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지적을 하는 것이 바로 ‘먹거리’이다. 행사장을 시가지로 이전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편함이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과연 부여를 대표하는 먹거리는 무엇일까? 어느 누구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일부에게 부여에서 잘 되는 음식점을 물어보니 선뜻 대답을 듣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혹 줄을 서는 음식점이 있는가?하고 물으니 구드래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장원막국수’가 한여름 기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부여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의 개발이 가장 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음식점의 경우도 실제 다른 인근 지역처럼 대표적인 음식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 줄을 서서 먹는 음식점이 어디인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음식점 한 곳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그 지역을 홍보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최근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고 먹거리 여행에서는 관광객의 아낌없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을 분명하게 받아들어야 할 문제이다.
과연 부여군이 세계유산 등재의 호기를 맞아 부여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개발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프로그램의 부재
올해로 61회째를 맞이한 백제문화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문화제라는 자긍심이 있다. 하지만 반세기를 넘어서면서 현실과 과거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 부족했다.
10여년 전만해도 백제문화제하면 부여를 떠올렸고 인근 공주시의 부러움을 사면서 부여군의 행정적 기반도 그만큼 높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구드래 일원에 넓게 펼쳐져 있던 다양한 체험장과 코스모스 길의 웅장함은 공주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본지에서는 당시에도 백제문화제의 변신을 끝없이 주문했다. 특히, 체험장 운영은 1~2년이면 분명 예산이 풍부한 지자체에서 부여의 체험장을 모방하여 훨씬 업그레이드 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는 바로 적중했다.
인근 청양에서는 보다 토속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체험장을 운영해 관광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으며, 천안의 흥타령, 아산의 성웅 이순신 축제, 논산의 딸기축제, 금산의 인삼축제 등의 체험장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해마다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물론 인근 지자체의 축제와는 성격이 다른 문화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백제문화제가 오히려 차별화된 행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전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역사성·사실성·환경성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제라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행사장을 옮겼는데 어찌 프로그램 대부분 유지했는지 이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장소가 다르고 주변 환경이 다른데 프로그램은 변화를 주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안일한 생각이 앞섰는지, 안정을 선택하면서 막연한 기대를 가졌는지 분명한 책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프로그램 운영 또한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시대에 이미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열린 공주시 백제문화제의 경우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주 백제문화제로 오세요!’라는 홍보물로 부여의 행사장 이전에 대하여 선수를 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다.
본보에서는 10일 간 공주시의 행사장과 부여군의 행사장을 전문 인력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비교·분석을 통한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본보에서는 충남지역신문협회 회원사를 비롯해 협회사무국 인력 또 유관 기관 및 전문 단체의 인력을 통해 각 분야별 귀중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하는 계기가 됐다.
부여는 이번 61회 백제문화제를 통해 어쩌면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프로그램 개발 및 변화에 대한 과감한 기회를 맞이했다.
<다음 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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