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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양성평등교육
[교육단상] 양성평등교육
  • 최규학
  • 승인 2015.10.2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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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는 1949년 출간한 ‘제2의성’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녀는 이 책에서 복종을 강요하는 남성 우월적 신화의 허구성, 결혼과 가족 제도의 억압, 본성으로 강요된 모성, 금기시되어 있는 성에 대한 모순 등을 역사적, 생물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였다.

가족 제도를 중요시하는 로마 카톨릭에 의해 금서가 되기도 했지만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던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이후 세계적으로 여성 해방 운동의 고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중심 사회체제를 옹호하는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해체되고 사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양성평등(Gender Equality)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인류사회가 남성의 강한 노동력과 전투력에 의존한 기나긴 여정에서 약자였던 여성들은 대체로 불평등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양성평등이란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하는 수평한 사회의 대두에 따라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바라보는 문화의 변화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사회현상이다.

양성평등교육은 학교교육에서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 추진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학교에서의 양성평등교육은 양성을 모두 배려하는 학교문화의 조성에서 시작된다. 우선 편의시설, 용어사용, 진로교육, 교과내용, 급훈, 교내인사 등에서 한 성이 차별되는 내용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여학생에게는 가정을 남학생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것을 오늘날에는 기술가정을 통합하여 남녀 학생 모두에게 배우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아직도 은연 중에 여학생은 여성다워야 하고 남학생은 남성다워야 한다는 식의 잠재적 교육과정이 남아있다.

우리는 보부아르가 주장했던 대로 여성다움을 미화하는 신화 타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전통적인 남녀불평등 관념이 잠재되어 있다. 특히, 여성을 성(sex)의 파트너로만 인식하는 남성중심의 생각은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은 배우자 강간죄가 적용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시대이다.지금 저질러지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성범죄는 바로 그러한 수직적 성관념의 낡은 산물이다. 인간을 힘의 논리에서 경제적 차이나 권력의 차이로 평가하는 수직적 사고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하여 우리 사회를 미성숙한 문화상태에 머물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양성평등에서 양성은 남성과 여성을 말하고 평등은 좁은 의미에서는 타성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양성성(androgyny)을 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성성은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이루는 내용 중에서 바람직한 여성적 특성과 바람직한 남성적 특징이 결합되어 공존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성인력을 개발하는 것은 국가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성차별이란 여성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도나 행동을 말한다. 성차별은 감정적, 인지적, 행동적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감정적인 차별이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과 같이 감정적인 측면에서 특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편견이다. ‘여자는 감정적이고 남자는 논리적이다.’는 것처럼 특정성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과 왜곡된 인식을 나타내는 고정관념은 인지적 차별이다. ‘학생회장으로 여자보다 남자가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하고 행동한다면 이는 행동적인 측면에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수준은 세계적으로 볼 때 아주 낮은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14년 세계 경제 포럼(WEF)이 발표한 ‘남녀 격차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42개국 가운데 117위로 중국(87위), 일본(104위) 등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했다.

분야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 참여기회에서 124위, 교육 103위, 의료 74위, 정치 93위로 나타나서 모든 분야에서 남녀차별이 큼을 알 수 있다. 아이슬란드(1위), 핀란드(2위), 노르웨이(3위), 스웨덴(4위), 덴마크(5위) 등 서양 특히 북유럽 국가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문화적 배경의 차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사회제도를 마련하고 의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양성평등10계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교육의 소재로 삼아 실천한다면 아름답고 행복한 양성평등사회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상대방을 존중하자.
(2) “여자답게”, “남자답게”라는 말을 쓰지 말자.
(3) 직장에서 ‘여자일’, ‘남자일’을 구분하지 말자.
(4) 남녀 모두가 즐거운 회식문화를 만들자.
(5) 임신·출산한 동료를 내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6) 집안일을 할 때는 함께 하고 함께 쉬자.
(7) 자녀는 부모가 함께 기르자 .
(8) 결혼 후 모은 재산은 부부 공동명의로 하자.
(9) 양가 부모님께 똑같이 해드리자.
(10)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명절·제사문화를 만들자.


ㄴ 21c부여신문

최 규 학
부여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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