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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왜 열이 안떨어져요?
[의학칼럼] 왜 열이 안떨어져요?
  • 손영기
  • 승인 2015.11.1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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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이 있다는 것을 아주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체온계로 체온을 재보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만져보며 “열이 따끈따끈 하다”, “온 몸이 불덩이 같다”, “눈에 열기가 있다”, “코나 입에서 단네가 풍풍난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아이들에게 고열이 나면 당황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열성경련을 일으키기 쉬운 어린이를 제외하고는 열 자체가 그다지 문제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엄마들은 열을 가지고 병의 경증을 따지기 때문에 열은 꼭 떨어트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엄마들 마음대로 해열제를 과도하게 투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의사가 열을 빨리 떨어트려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열이 금방 떨어져야 의사가 치료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히 감기를 치료하다 보면 빨간 약을 달라, 하얀 약을 달라, 전에 먹던 약을 달라는 엄마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전에 그 약을 먹였을 때에는 열이 하루만에 뚝 떨어졌는데 이번 약은 이틀이나 먹였는데 왜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저번’과 똑같은 감기가 다시 걸리는 경우가 없습니다. 감기는 걸릴 때마다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기 때문에 ‘저번’과 같은 감기는 다시는 걸리지 않습니다. 똑같은 약을 써도 이번 감기는 열이 오래 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해열제나 소아과 의사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걸린 감기의 바이러스 종류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열은 우리 몸이 병균과 싸우는 중이라는 표시입니다. 또한 열은 백혈구의 식균 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우리 몸에 침입한 병균을 쉽게 제거하여 줍니다. 따라서 엄마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열 자체만을 낮추려는 치료는 좋지 않습니다. 열만 내리게 한다고 해서 아이의 병이 낫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열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하여 열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입니다.

ㅊ 21c부여신문

손 영 기
건양대학교 부여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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