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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배움중심수업
[교육단상] 배움중심수업
  • 최규학
  • 승인 2015.11.17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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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 첫 장에 천하대세(天下大勢)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는 말이 나온다. 천하대세는 나누어진 것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것이 오래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원리가 학교 교육에도 적용되는지 요즘 교육이 심상치 않다.

오늘날 학교는 더 이상 예전같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는 교육력을 상실하고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사막과 같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이러다가는 더 이상 현재의 학교 체제가 유지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문제는 학업성취도는 아주 높은데 흥미도는 아주 낮다는데 문제가 있다. 2013년 학교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만족도는 18.5%에 불과하고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조사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통적인 사제관계도 파괴되었으며, 한 해 학생 200여명이 자살하고, 6만 명 정도의 중도탈락자가 발생하여 20여 만 명이 학교를 떠나있는 상태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교육당국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자유, 유능감, 인간관계를 들고 있다. 이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오늘날 행복하지 않은 학교의 문제가 잘 드러난다.

첫째, 자유의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선택의 자유가 매우 제한적이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배우는 교과목과 선생님이 배당된다. 수업이 끝난 후에 실시하는 방과후 학습에서도 선택의 기회가 제한적이고 야간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이 반 강제적으로 실시된다. 이는 흡사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조류에 떠가는 조각배와 같은 모습이다.

둘째, 유능감의 측면에서 학생들은 성적 경쟁에서 최상류층 외에는 벗어나기 힘든 무능감에 휩싸이게 된다. 입학 때 서열화된 성적이 졸업 때까지 거의 변하지 않는다. 현재의 수업방식에서는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가기 힘들고 우수한 학생들은 유지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교육 실천가들은 이러한 구도를 깰 수 있는 방식으로 배움중심 수업을 들고 있다. 실제로 배움중심 수업을 실천한 사례에서 하위그룹 학생들의 성적향상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어 이를 뒷받침 한다.

셋째,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현재의 경쟁중심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은 사제관계, 동료관계, 부모관계에서 실패하기 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친구들과는 경쟁해야 하고 선생님과도 갈등이 발생하기 쉽고 부모와도 성적과 진로때문에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는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 라는 책에서 오늘날 복잡한 사회문제의 해결은 과거의 순수함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늘날 골치 아픈 학교 교육의 문제도 과거 학교에 존재했던 순수함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움중심 수업은 이러한 학교의 문제를 수업의 혁신을 통해 해결하고자하는 차원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공부를 하지않는 학생들이 공부하게 하고, 학교에서 좌절을 느껴 세상에 적대감을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줄여보자는 운동이다.

이는 고등학생의 60% 이상이 공부를 하지 않는 일본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한 동경대 교수 사토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운동에서 촉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에서 먼저 받아들여졌고 진보 교육감들에 의해 전국으로 파급되고 있다.

배움중심 수업은 교육학 용어도 아니고 학자들이 인정한 개념도 아니지만 학교현장에서 널리 퍼져가고 있는 새로운 교육용어이다. 여기서 배움이란 학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인 학습에 대비되는 현장 교사들의 관점이다.

이는 가르침중심 수업의 반대 의미가 아니다. 배움의 주체도 교사와 학생 모두로 확장한다. 단순한 지식과 기능의 학습에서 학생의 삶과 자기주도 학습능력, 자기관리, 협력적 문제해결, 문화소양, 소통, 대인관계, 민주시민 의식 등의 역량을 신장시키는 관점으로 확대된다.

지식의 전달에서 지식의 구성과 새로운 지식의 창조하는 것을 의미하며 학습내용보다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이는 특정한 수업방법이나 모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의 전반의 관점 변화를 의미한다.

배움중심 수업에서는 수업공개를 수업나눔이라 부른다. 일상적인 수업의 부담 없는 공유를 뜻한다. 기존의 수업관찰은 배움중심 수업보기라고 한다. 기존 수업관찰이 교사를 관찰하는 것이었다면 이에서는 교재연구, 내용재구성, 매체활용 등을 관찰한다. 맥락을 중시하는 비평의 눈으로 수업보기, 학생의 입장을 중시하는 아이의 눈으로 수업보기, 모든 학생들의 배움을 중시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보기 등이 있다. 기존의 수업협의회는 자연스럽게 수업철학을 공유하는 배움중심 수업대화로 대치된다.

배움중심 수업에서는 특정한 수업모형이 없다. 다만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중시한다. 직소, STAD, 모둠학습 같은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 토론학습, 융합학습, 하부루타, 거꾸로 교실 등이 활용하기 좋은 모형이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러한 수업혁신을 통해 학교혁신을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교사학습 동아리를 지원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자 한다. 다만 교장, 교감, 장학사의 수업장학을 배제하고 완전자율에 맡긴다면 그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ㄹ 21c부여신문

최 규 학
부여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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