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1:55 (수)
[목요아침] 저물어가는 을미(乙未)년 양(羊)띠의 해
[목요아침] 저물어가는 을미(乙未)년 양(羊)띠의 해
  • 이존길
  • 승인 2015.12.0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씩 60갑자의 역순(歷順)에 따라 다시 돌아온 을미년 양띠의 해였다. 이 역순에 의하여 돌아오는 해를 회갑(回甲)년이라고 하며 지난 갑년보다 새로운 희망과 만복의 운수를 기대하는 등 마음의 계획을 다지게 한다.

이러한 세습적인 인간숭배의 역점(歷占)은 역술에 의하여 믿어오고 되풀이되는 것은 사람의 태어날 해의 해당되는 동물의 이름을 딴 띠에 대한 관심에서 세습되고 있다.

60갑자는 음력(陰曆)으로 정해진 역문(歷文)으로 천십간(天十干)과 지십이지(地十二支)의 문자로 표현하여 일종의 역점(歷占)이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천십간(天十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辰), 임(壬), 계(癸)를 표현한 것이고, 지십이지(地十二支)는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범),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잔나비),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로 천간은 하늘을 표현하고, 지간은 땅을 표현하며, 땅에 생존하는 열 두마리 동물을 사람이 태어나는 해에 동물의 이름을 붙여 띠로 정한 것이다.

이 열 두마리 동물 중에 양(羊)만큼 인간에 가장 헌신적인 희생을 주는 동물도 없다. 양은 살아서는 인간에게 털을 주고 양유를 제공하며 죽어서는 가죽과 고기를 제공한다. 예로부터 소와 더불어 신(神)에게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순진한 희생의 동물이기도 하다.

올해는 을미(乙未)년으로 지어진 양띠의 해, 생각하니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속죄양으로 바쳐지는 양은 성격도 순하며 죽을 때도 울지 않는다는 동물로, 희생적인 성격과 평화로움을 안겨주는 양띠의 해를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년 대망의 운수를 바라며 모든 소망을 기원한다.

옛날 중국 문헌 맹자(孟子)에 양에 대한 일화가 전하여지는데, 제나라 선왕(宣王)이 소를 끌고 가는 사람을 보고 “어디로 소를 끌고 가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혈제(血祭)를 지내려고 도살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대답했다. 왕은 불쌍한 생각에 “죄 없는 소를 죽이다니”하고 말했다. 그러자 소 임자는 “그럼 혈제를 지내지 않아도 됩니까?”하고 물었다. 왕은 그럴 수도 없고 소 대신 양을 쓰도록 했다. 그 뒤에 맹자가 “죄 없는 소를 불쌍하게 여기면 죄 없는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왕은 난처하였다. 그러자 옛날 하느님은 일을 하지 않는 동물을 없애기로 하여 양은 없애고 밭을 가는 황소를 살려주기로 하였다. 이 말을 알아차린 양이 하느님께 “나의 양쪽 뿔을 보세요. 나도 황소와 같이 양쪽 뿔이 있으며 황소와 사촌간이 됩니다”하고 아뢰었다. 하느님이 생각을 해보고 황소를 살리려면 사촌인 양도 살릴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러면 너는 왜 꼬리가 짧은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양은 “어머니를 닮았기때문”이라고 대답하여 죽음을 모면하고 희생정신으로 인간에 털을 주고 혈제에 몸을 바치는 봉사정신을 마다하지 않고 무리지어 유목하는 평화로움을 보여준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 해에 운수가 나빴으면 다음 해에는 더 좋은 운수를 기대하는 희망을 가지게 마련이고, 동물의 이름을 십이지(十二支)에 붙이게 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중국 한나라 때 왕충이 쓴 글에 의하면 민간에서 사용되어 오던 관례였다고만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양은 양쪽에 뿔을 가졌기 때문에 그 모양을 보고 양(羊)자의 한문자로 하였다고 하며, 양은 혼자 있을 때는 이리와 늑대의 밥이 되기 쉽기 때문에 무리를 이루어 집단의 방어력을 강하게 하여 세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 그해에 해당되는 동물의 이름을 띠로 하여 그 동물의 성격을 닮아간다는 속담도 있다. 을미년 양띠의 해, 주어진 운명의 한갑절 양(羊)자 밑에 큰 대(大)를 붙여 아름다울 미(美)자로 아름답고 풍요로운 행복한 소망을 이루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한편, 우리나라 역대 임금 왕릉을 찾아보자. 왕릉에는 능침의 둘레석에 열 두마리 십이지(十二支)를 상징하는 동물이 새겨져 있고 능침 앞에는 양쪽에 인문석과 양(羊)의 석상(石像)이 세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왕릉(王陵)은 6갑자의 천간(天干)과 십이지(十二支)에 의한 풍수지리(風水地理)의 원리를 찾아 조성된 왕의 능침이라고 생각되며, 이 능침을 순진하고 희생정신으로 봉사하는 양(羊)에 의하여 수호하게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어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새로운 한 해 행복한 미래의 운수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ㄷ 21c부여신문

三亭 이 존 길
전 부여군재향경우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