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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 그의 발자취를 찾아서……
매월당 김시습 그의 발자취를 찾아서……
  • 소종섭
  • 승인 2012.06.2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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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얼과 정신 선양”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
2011년 4월 2일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 창립총회가 김시습의 영정과 부도가 있는 외산 무량사에서 개최됐다. 21c부여신문

지난해 4월 부여 무량사에서 발족한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회장 소종섭, 사진)는 전국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부여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창립 이후 KBS와 조선일보, 불교신문 등에 활동이 소개되면서 관심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여 청소년수련원에서 <김시습 평전> 저자인 고려대학교 심경호 교수를 초청해 ‘매월당 김시습의 삶과 사상’에 대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는 8월에 서울에서 또 한 차례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부여와 관련 있는 역사 인물인 매월당 김시습을 선양하는 일은 곧 부여의 얼과 정신을 선양하는 일이자 부여를 널리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12년 간 재경부여군민회장을 지낸 이만용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이사장,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로 널리 알려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조계사 주지 등을 지낸 서울 잠실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등 3인이 고문이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 장적 문화재위원 등이 이사, 류현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감사로 있으며, 시사저널 기자를 지낸 나권일 씨가 사무국장으로 있다.

기념회에는 본향이 강릉으로 김시습 선생의 후손인 김진환 재경부여군민회장, 이용우 부여군수, 윤준웅 부여문화원장, 본지 황규산 대표, 류익렬 전 부여여중 교장, 박정현 전 충남도지사 특보 등 부여 출신 인사들도 다수 회원에 가입해 있다. 한남수 부여 주재 대전일보 기자는 감사를 맡고 있다.


경주 남산 답사 때 용장사지 3층 석탑 앞에서... 21c부여신문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동상에서 회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21c부여신문

철원 구은사 답사 때 회원들이 유성근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1c부여신문

매월정 앞에 있는 김시습 시비. 21c부여신문


기념회의 활동 가운데 회원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매월기행(梅月紀行)이다. 매월기행(梅月紀行)은 회원들이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답사하면서 김시습의 삶과 사상에 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시습 유적지가 있는 곳을 바탕으로 주변의 다른 문화유적까지 묶어 답사를 진행한다. 사전에 기초적인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문화유산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진행하기에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

홀수 달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일곱 차례 답사를 마쳤다. 매월기행은 최근에는 버스 한 대를 꽉 채울 정도로 40명 넘는 회원들이 참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19일~20일에는 경주 남산으로 1박2일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기념사업회가 첫 번째로 답사를 한 곳은 부여 무량사이다. 지난해 4월 100여 명이 참석해 창립총회를 치른 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해설사로 나서 1시간30분 동안 ‘무량사와 김시습’을 주제로 해설했다. 무량사는 김시습 선생의 승탑과 자화상 그리고 사리(국립부여박물관)가 있는, 국내에서 그의 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선생은 이곳에서 59세의 삶을 마쳤다.

유 전 청장은 “김시습은 천재적인 문학가이자 기록가이고 모험가였다”라며 “그의 삶은 특정한 틀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다. 이곳 무량사는 김시습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무량사 답사를 마친 뒤에는 백제역사문화재현단지 등을 둘러보며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지난해 5월 두 번째 답사가 진행된 곳은 서울 북한산 중흥사였다. 중흥사는 태고 보우국사가 주석하며 불법을 강론했고 조선시대 승군(僧軍)의 총본부가 있었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곳에서 과거 공부를 하던 김시습 선생은 수양대군이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책을 불사른 뒤 전국 산하를 떠돌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중흥사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매월당 김시습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되는 역사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김시습이 이곳에서 시를 써 냇물에 띄워 보내면서 시름에 잠긴 마음을 달랬던 곳이기도 하다. 중흥사를 중심으로 한 매월기행은 지난해 5월 21일 진행되었다. 이날 답사에는 행정구역상 중흥사가 속한 지역인 경기도 고양시의 최성 고양시장 등 고양시 관계자 7명과 기념사업회 고문이기도 한 지홍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임명배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박기련 조계종 총무원장 특보, 김종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답사는 이병두 종무관의 해설을 들으며 진행됐다.

7월에는 강원도 철원으로 갔다. 철원에는 매월폭포, 매월대 등 김시습과 관련한 유적들이 있다. 북한산 중흥사를 떠난 김시습 선생은 세조의 왕위 찬탈에 울분을 느끼고 철원 초막동에 은거하고 있던 영해 박씨 일가를 찾아간다. 병조판서를 지낸 박계손과 조상치 등 이곳에 은거하고 있던 인사들과 시국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비분강개한 마음을 달래며 뜻을 모았다.

김시습 선생이 둘러보았던 폭포가 매월폭포, 바위에 앉아 토론했던 곳은 매월대라고 불린다. 철원군 근남면에는 김시습과 영해 박씨 일가 등 9명의 의인들을 기리는 ‘구은사(九隱祠)’라는 사당이 있다. 선생이 이곳에 머물 당시 사육신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경해 노량진 언덕에 사육신의 시신을 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원 답사는 구은사 - 매월폭포 - 매월대 - 고석정 - 제2땅굴 - 철원 평화전망대 - 철원 두루미관 - 월정역 - 노동당사 답사 순으로 이루어졌다.

김시습 선생과 관련해서는 충남 공주 동학사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선생이 단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곳이기 때문이다. 동학사 숙모전에는 김시습 선생 등 세조 집권 과정에서 절의를 지킨 충신들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동학사에는 포은 정몽주·목은 이색·야은 길재 등 이른바 ‘삼은’의 위패를 모신 삼은각, 신라 시대 충신 박제상을 모신 동계사가 있다. 동학사는 이처럼 충절의 역사와 관련해 역사적인 유래가 있는 곳이다.

선생은 단종이 죽은 이듬해인 1458년 초 동학사로 가 단종의 제사를 지냈다. 당시 세조는 목 졸려 죽은 단종에 대한 백성들의 그리움이 커지자 할 수 없이 단종의 초혼제를 지내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 기념사업회 회원들은 지난해 11월 동학사에서 열린 추계대제에 참석하고 공주박물관과 무령왕릉 등 공주 일대를 답사했다.

올 1월과 3월에는 서울 수락산 폭천정사 일대에서 매월기행을 진행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는 노원구가 조성한 김시습 길과 김시습 동상 그리고 수락산의 매월정 등이 있다. 또한 성종 임금이 즉위한 뒤인 1471년 새로운 세상에서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야망을 품고 상경한 김시습이 머물던 폭천정사 터가 있다. 폭천정사 터는 현재의 내원암 자리로 알려져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속한다. 내원암 주변에는 금류폭포, 은류폭포라는 두 개의 폭포가 있어 수락산 일대에서도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수락산은 경주 남산과 함께 김시습 선생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다. 아호 가운데 하나인 동봉(東峰)도 수락산에서 따왔다. 훗날 그를 흠모한 서계 박세당 선생은 수락산 자락에 석림사를 짓고 김시습을 추모하며 일생을 보냈다. 박세당 고택과 석림사 등은 지금도 남아 있다. 회원들은 이런 곳들을 두루 답사하며 수락산과 김시습 - 박세당에 대해 배웠다.

노원구는 일찍이 김시습에 주목해 수락한 등산로 하나를 ‘김시습 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노원구 중계동에 김시습 동상을 세우고 노원의 역사 인물들을 소개하는 거리를 만들었다. 회원들을 안내하며 해설을 해준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전 노원구청장)의 노력이 있었다. 수락산 동봉에는 매월정이라는 정자를 지었고 주변에 김시습 선생이 지은 10여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김시습 선생은 수락산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손수 농사를 지으면서 애민사상을 가다듬었고 도교의 양생술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대부분 중간에 도망가버리기는 했지만 양반가 자제들을 상대로 글을 가르치면서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 기회를 노렸으나 끝내 그런 날은 오지 않아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된다.

회원들은 1월에는 중계동 매월당 동상을 중심으로 답사를 진행했다. 이노근 전 노원구청장(현 새누리당 의원)·이혜순 서울시 문화유산 해설사가 해설을 맡았고 김경수 전 지식경제부 실장 등 새로운 회원들이 많이 참가했다. 답사는 중계동 매월당 동상 - 보물 1524호 한글영비 - 중종 임금의 부인인 문정왕후의 능인 태릉 - 육군사관학교 - 체육박물관 순으로 진행됐다.

3월에는 봄물이 오르기 시작한 수락산을 7호선 장암역 - 노강서원(김시습을 추모했던 박세당 고택) - 석림사 (박세당이 김시습을 추모해 세웠던 사찰) - 매월정 - 수락산 정상 - 내원암(김시습이 은거했던 곳으로 알려진 폭천정사터) - 금류폭포 - 당고개역 코스로 답사했다.

지난 5월 19일~20일에는 경주 남산 일대를 무대로 매월기행을 진행했다. 금오산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남산은 김시습 선생이 금오신화를 지은 곳이다. 선생이 머물렀던 용장사터는 빈 공간만이 남아 있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묘가 두 기 자리 잡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1박2일 답사는 첫째 날인 19일에 포석정 - 남산 답사(삼릉-선각육존불-선각마애불석조여래좌상-상선암-금오봉-용장사 삼층석탑-용장사지-설잠교- 용장리) - 안압지 첨성대 분황사 야경을 답사했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감은사지 및 문무대왕릉 - 불국사 - 석굴암 - 첨성대를 답사했다. 매월기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7월에는 강원도 강릉 지역으로 갈 예정이다.

항상 성원해주시는 부여 회원들께는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 거리 제한 등의 문제가 있어서 매월기행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단법인화 작업을 하고 있는 기념사업회는 장기적으로 무량사를 중심으로 김시습 동상 및 시비 건립, 매월길·매월공원 조성, 김시습 문학상 시상, 기념관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여 회원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또 그 전에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기획하도록 더 노력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질책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혹시 기념사업회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할 분들은 전화 ☎ 010-8991-8076(소종섭)이나 이메일 jongseop1@naver.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란다. 네이버 카페(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도 있다.

ㄴㄴ 21c부여신문

필자 / 소종섭
1966년 외산 출신
부여고·고려대 졸업 시사저널 편집장
재경부여군민회 상임부회장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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