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라도 몸이 건강하니까 참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돈도 없고 나이도 들었고 직업도 없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나에게 긍정적인 것을 먼저 보아야 됩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오래 전에 남편이 이혼을 원하는 한 쌍의 부부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남편이 중동에서 일해 부쳐준 돈으로 부인이 친정어머니와 제과점을 하다가 망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오는 남편에게 차마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손실을 충당하려고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내 투자를 했다가 또 망해버렸습니다.
결국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급히 귀국했는데, 돈이며 아파트며 다 없어지고 빚까지 진 상태인 겁니다. 남편은 매일 술을 먹고는 내 돈 내놓으라며 부인을 두들겨 패면서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맞아 죽더라도 이혼만은 안 된다고 버티었고, 그러다 결국 저를 찾아와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남편에게 ‘내가 이혼서류를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당신이 이혼하겠다면 서류를 줄 테니 한 달 동안 절에 와 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편이 절에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저녁마다 술을 먹고 오는 겁니다. 복잡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자가용을 탄 사람을 보면 화가 나고 또 아파트를 보면 화가 나고 해서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절에서 한 달만 버티면 스님이 이혼시켜 준다니까 오직 이혼서류를 받기 위해 그렇게 매일 술을 마시며 참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어느 날 그 분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몇 살이세요?” “서른 일곱입니다.” 그때 나하고 나이가 똑같았어요. “키는 얼마요?” 하니까 186㎝래요. 나보다 16㎝나 더 커요. “몸무게는 얼마요?” 그러니까 85㎏이랍니다. 나보다 한 30㎏ 이상 더 나가요. “학교는 어디 나왔소?” 하니까 연세대 공대 나왔답니다. 나는 대학 문턱에도 못 갔는데.
그 당시에 월급도 백 몇십만 원 받아요. 나는 월급도 없는데, 게다가 결혼해서 딸도 한 명 있지요. 지나간 과거는 제쳐두고 현재 동갑내기 둘이서 앉아 있는데, 모든 조건이 나보다 좋아요.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도 이 사람은 매일 술을 먹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나는 뭐 하나 그 사람보다 나은 게 없는데도 괴롭지 않고 오히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분에게 말했습니다. “나이는 37이고, 딸 하나 있고, 그동안 벌어놓은 돈은 다 날렸고 매일 술 먹고 직장은 위태위태하다. 이게 바로 현재의 당신 모습입니다. 이런 사람이 ‘아이를 친딸처럼 키워 줄 부인을 찾습니다.’라고 구혼광고를 내면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서 연락이 올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있습니다. 누굴까요? 이런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올 사람은 지금의 부인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과거를 생각하면 부인이 밉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당신에게 가장 보배스러운 사람은 지금의 부인입니다. 또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의 자신을 보면 굉장히 나쁜 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 뒤로 이분은 부인과 이혼하지 않고 직장생활 잘하고 아파트도 마련해 잘 살았습니다.
이것처럼 질문자는 지금 부인은 암으로 아프고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사업은 다 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꾸 과거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좋았던 때를 생각할수록 자신은 점점 더 망가지게 됩니다. 과거 잘 나갔을 때를 생각하고 돈 잘 번 때만을 생각하게 되면 그때의 영화를 다시는 회복할 수가 없을 거라고 느껴져 낙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만 건강하다면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 능히 잘살 수 있습니다. 미래를, 앞으로의 자신을 보세요. 첫째, 술을 끊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침체되고 좌절했을 때 술을 먹게 되면 금방 알콜 중독이 됩니다. 둘째, 절을 많이 해서 몸에 밴 화기를 빼야 됩니다. 그래야 얼굴이 환해지고 인상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신의 건강도 헤치게 됩니다.
셋째, 아이들은 집안이 어려울 때 집안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집안의 어려움을 숨기지 말고 현재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충분히 마음을 나누고, 딸은 대학교를 휴학해서 돈을 벌어 집에 보태든지, 아니면 자기 생활을 스스로 하도록 해야 됩니다. 아들은 빚을 내서라도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그 다음에 취직을 하든 대학에 가든 자신의 힘으로 벌어서 가면 됩니다.
그리고 본인은 자꾸 옛날 생각하지 말고 우선 일용직부터 해나가면서 조금씩 옛날의 인연을 따라서 일을 하거나 취직하면 됩니다. 그리고 아침에 108배를 하면서 ‘부처님, 제가 그동안 어리석었습니다. 제가 건강한 것만은 큰 복입니다. 가정이 화목하다는 것도 큰 복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 인상도 바뀌게 되고 집안이 오히려 더 행복해지고 화목해집니다.
![]() 법륜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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