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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관성(慣性)의 법칙
[교육단상]관성(慣性)의 법칙
  • 김대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1.11.1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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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c부여신문
물리학에서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힘을 ‘관성(慣性)’이라 한다. 물체가 현재 정지해 있을 때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 하고, 현재 운동하고 있을 때는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운동하려는 성질이 있다는 법칙이다.나무에 못을 박을 때, 옷에 먼지를 털 때, 삽으로 흙을 퍼서 던질 때, 하늘에 인공위성을 띄울 때는 모두 이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다.

한편, 관성을 다르게 해석하면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물체의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려면 힘이 들어가는데 관성이 클수록 그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간다.역으로 말하면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현 상태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관성은 질량이 클수록 크다. 쉽게 말해서 무거운 것일수록 변화시키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관성’이라는 개념을 사람의 행동과 관련시키면 ‘습관(習慣)’이라는 말과 가깝다. 습관은 ‘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을 때 무심코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말한다. 그런데 이 습관을 바꾸려면 힘이 들어가고 고질적인 습관일수록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이는 관성이 큰 물체일수록 그 상태를 변화시키기 어려운 자연의 법칙(관성의 법칙)과 같은 이치이다.

학생들에게 벌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벌’이라는 것은 학생들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강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앉아 있는 학생에게 서있으라고 하면 벌이 되고, 서있는 학생들에게 앉으라고 하면 벌이 된다.학생들은 어찌되었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계속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못하게 하면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가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바로 못하게 한다든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면 벌을 받는 스트레스와 같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학생들에게 나타나는 관성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등교시간 8시 10분에 지각한 학생은 8시 30분으로 등교시간을 바꿔도 지각을 한다. 공부하다가 볼펜을 손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멈추지 않는다.

엄지손가락 손톱 끝이 조금 갈라져서 다듬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손톱에 손을 대야 마무리가 된다. 수업시간에 머리카락 끝을 하나씩 끊는 학생은 지적받지 않으면 한 시간 내내 머리카락 끝을 자른다. 한 번 터져 나온 웃음은 잘 멈춰지지 않는다. 이동 수업시간에 다른 교실에서 수업할 때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계속 같은 자리에 앉게 된다. 머리 모양을 잘 바꾸지 않는다. 얼굴에 난 여드름 하나에 손을 대면 결국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얼굴에서 손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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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수업시간에 한 번 딴생각을 시작하면 계속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져서 나중에는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상처가 아물면서 난 딱지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결국 딱지를 다 뗄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야간 자습시간에 밖에 나가서 놀아본 학생들은 항상 또 그럴 기회를 노린다. 문득 특정한 노래가사와 특정한 소절이 떠오르면 하루 종일 그 소절만 반복해서 흥얼거린다.

수업시간에 한 번 잠이 오면 아무리 잠을 이겨내려 해도 계속해서 잠이 오고 심지어는 하루 종일 잠이 오는 경우도 있다. 손톱 뿌리 쪽에 살짝 일어나 있는 손꺼스래기를 떼려고 한번 손대면 결국 피를 보고야 멈추게 된다.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관성의 예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 아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나타나는 관성에 의한 행동이 공부할 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습관, 즉 관성을 이길 힘이 없는 학생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공부를 못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질량이 많이 나갈수록 관성력이 더 크다는 것은 습관이 굳어진 사람일수록 그것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는 말과 같다.하지만 관성을 잘만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공부하는 습관, 일찍 일어나는 습관, 잘 정리하는 습관 등 좋은 쪽으로 습관을 만들고 자기를 가꾸어 나가면 계속해서 그렇게 하려는 성질 때문에 쉽게 좋은 쪽으로 행동할 수 있다.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심코 하는 행동에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이 나온다. 관성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하여 지금하고 있는 행동을 급하게 바꾸려 하면 학생들은 벌 받는 기분이 들어 반발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나 부모들은 우리 학생들을 좀더 이해하고, 용서하고, 배려해 가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서서히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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