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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말에는 앞뒤가 있다’
[교육단상] ‘말에는 앞뒤가 있다’
  • 김대열
  • 승인 2012.07.26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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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수학을 못하면서 왜 자연계열로 왔어?” 학생이 집에 와서 “우리 선생님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라고 엄마한테 말했다. ‘아니! 수학 못하면 자연계열 못가나? 수학 못하면 학생도 아니야?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하면서 엄마는 선생님의 말에 대해 분노했다.

그런데 이 말의 앞뒤를 조금만 넓혀보자. 간호사 되는 것이 꿈인 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중에 수학, 과학이 중심이 된 자연계열을 택하게 된 것이다.

학기 초에는 담임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대화내용은 이렇다. “자연계열에 와서 공부할만하니?” “네!” “공부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니?” “그런데 저는 원래 수학을 잘 못하고, 지금도 수학 때문에 힘들어요” “그러면 넌 수학을 못하면서 왜 자연계열로 왔어?” “간호사가 되려고요” “그래? 간호사가 꿈이라면 힘들어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네, 할 수 있겠니?” “네!”

그런데 학생은 이 대화에서 앞뒤를 빼고 “그러면 넌 수학을 못하면서 왜 자연계열로 왔어?” 하는 부분만 엄마에게 전달했고, 엄마는 앞뒤 얘기를 묻지도 않고 선생님에 대해 분노했다.

여기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왜 학생은 그 부분만 엄마한테 전해서 엄마가 선생님에 대해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첫째, 학생은 선생님한테서 “너 수학 못하는 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너 수학 못하지?” 한 것이 아니고, 학생이 수학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까 그 말을 받아서 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학생은 그 말에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밉고, 엄마가 같이 미워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부분만 전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그 선생님에 대하여 처음부터 미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이유이든 학생이 앞뒤 빼고 전달한 말은 “선생님에 대해 같이 분노해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자기와 같은 감정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특정부분만 전달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학생들과 상담해도 학생이 선생님의 말을 자기 감정대로 해석한다면 대한민국에 정상적인 교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예민한 문제지만 임수경 의원의 막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디 근본도 없는 XX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 벌릴거야”에 대해서도 말의 앞뒤를 조금 넓혀보자.

임수경 의원이 술 한 잔하고 있는 자리에 백요셉이라는 탈북 대학생이 와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요청했고, 웨이터가 찍었는데 임수경 의원 보좌관이 요청해서 사진을 다 삭제하게 되었다.

백요셉 학생이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이 명하지 않는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 라고 느닷없이 자극적인 말을 던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임수경 의원이 “너 누구냐?”하고 묻자 “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임수경 의원과 반대 입장으로 논쟁했던 탈북 대학생이다”라고 신분을 밝히자 “아하, 그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운동인가 뭔가 하고 다닌다는...”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고 하자 백요셉이가 말을 받아치면서 험한 말들이 오고 갔다.

이후 임수경 의원이 했던 말만 세상에 회자되고 있다. 백요셉이라는 탈북 대학생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녹취까지 했다면 혹시 계획적이였던 것은 아닌지? 백요셉의 말에는 문제가 없는지? 백요셉이라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도무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임수경 의원을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람이 말의 앞뒤를 빼고 전하는 이유는 그 말한 사람을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임수경 의원을 싫어하니까 너희들도 같이 싫어해줘”하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수경 의원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막말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임수경류의 사람들을 싫어한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말에는 객관성이 없으며 모종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로 떠들썩하는 동안 부정부패로 심판 받아야 할 수많은 부패권력자들이 조용히 무협의 처리로 심판의 그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ㄹㄹ 21c부여신문

김 대 열
부여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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