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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49재나 천도재가 꼭 필요한가요?
[특별기고] 49재나 천도재가 꼭 필요한가요?
  • 법륜스님
  • 승인 2012.08.0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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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49재나 천도재 같은 것들을 지내곤 합니다. 요즘 세간에서는 수천만 원을 들여 재를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 살아계신 분의 천도재를 미리 지내는 일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의식들이 꼭 필요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죽는 즉시 장례를 지내지 않고 대개 3일이나 5일 뒤에 장례를 치릅니다. 이유가 뭘까요? 사람이 죽는 것도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나 똑같습니다. 자연 현상일 뿐입니다. 이 진리를 깨달으면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것도 낙엽 지는 것을 쳐다보는 것처럼 특별히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한 중생이다보니 부모나 형제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현실적으로 슬픔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3일장이나 5일장의 풍습은 이런 현실을 인정을 한 겁니다. 부모가 돌아가셨어도 빙긋이 웃으면서 장래를 치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 3일쯤은 울 수 있겠다, 사실 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3일쯤은 울고 싶거든 울어라, 그런 뜻에서 3일을 기다려 주는 겁니다.

죽음을 하나의 자연의 현상으로 보고 부모님이 살아오신 한 생을 담담하게 돌이켜 생각하면서 매장을 하든지 화장을 하든지 적당한 절차에 따라서 장례를 치르면 됩니다. 어떤 장례 절차가 좋은가를 따지는 것은 제법이 공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화장이 더 좋다든지 매장이 낫다든지 따지지 말고 시절 인연에 따라서 치르면 됩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가며 자꾸 거기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 죽고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 죽었어도 “안녕히 가십시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깨끗이 보내드린 뒤에 정신을 차려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야합니다.

불교종교문화적인 면에서 보면 수행을 많이 한 사람은 목숨이 끊어지자마자 이내 정토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 다음 수준의 사람은 12시간 만에, 그 다음은 하루 만에, 그 다음은 3일, 또 그 다음은 일주일, 그 다음은 21일, 그리고 일곱 번째 수준의 사람은 49일 만에 다시 태어난다고 하지요.

거기에도 미치지 못해서 지옥에 가게 되는 경우를 제외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적어도 49일 만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49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49재는 그렇다 치고 1년에 한 번 백중날 재를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9일 만에 다시 태어나는 일곱 번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우리가 백중에 재를 지내는 이유는 그렇게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도에 있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깨달음의 세계는 그 모든 것들을 다 초월합니다. 이런 의식들은 종교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49재를 지낸 뒤에 탈상을 하면 되고, 그런 다음에는 1년에 한차례씩 백중에 재를 지내면 더 이상 다른 것은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구제의 방식인 ‘재(齋)’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의 ‘재(齋)’는 제사라는 뜻의 ‘제(祭)’가 아니라 베푼다는 뜻의 ‘재(齋)’자입니다. 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베풀고 병든 자에게 약을 베풀고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할 때 그 공덕으로 구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그렇게 많은 음식을 차려서 제사상에 올렸던 것은 제사가 끝난 뒤에 굶주린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었습니다. 하나의 베푸는 방식이었던 겁니다.

오늘날에도 지구상에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이나 제 3세계의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약을 베푸는 것이 참된 ‘재(齋)’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천도재를 지내는 경비로 가난하고 배고프고 병든 사람을 위해 보시하고, 대신 자손들이 49일 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서 부처님 전에 예배하고 경을 읽고 108배 하며 부모를 위해 정성껏 기도해준다면 재를 지내는 본래의 뜻으로 보나 부모를 위한 공덕쌓기로 보나 더욱 좋은 일이겠습니다.

ㄱㄱ 21c부여신문

법륜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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