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화가 납니다
[특별기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화가 납니다
  • 법륜스님
  • 승인 2012.09.0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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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편법을 써서 자신의 목적이나 이익을 달성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아직도 그런 것이 통하는 우리 사회에 불신감도 생기고, 뭔가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속상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작은 아이가 공부에 대한 욕심이 아주 강합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번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니 아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말수도 줄어들며 신경질적으로 됩니다. 학창시절 제 모습 같기도 하고, 제가 아이를 그렇게 키운 것 같기도 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지요.


아이가 공부에 대한 욕심 있는 게 아니라 성적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겁니다. 성적에 욕심이 있다는 것은 노력은 적게 하고 결과는 크게 얻으려고 한다는 말이지요. 공부에 욕심이 있다고 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성적에 욕심이 있어서 괴로운 거지요.

이렇게 노력한 것 이상을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그런 허황된 생각을 갖고 살면 나중에 인생을 잘 살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자꾸 더 커지면 착실히 일하고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복권을 산다든지 노름을 한다든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든 어른이든 노력은 적게 하고 결과는 크게 받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질문자가 제기한 첫 번째 그 문제점을 질문자의 아들이 전부 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조금 하면서 성적은 높게 받으려고 하거나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 이것은 자신의 노력 이상의 결과를 얻으려는 사회인들 심리와 똑같습니다.

능력은 없는데 좋은 직장 구하고, 능력은 안 되면서 승진하려 하기 때문에 첫 번째 질문과 같은 고뇌가 생기는 겁니다, ‘부처님 가피를 입었다’, ‘하나님의 은총을 입었다’, ‘복 받았다.’ 이렇게 말하는데,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런 말이 있을 수 있을까요?

노력은 10을 하고 결과를 100을 받으면 복 받았다, 부처님 가피 입었다, 하나님이 돌보셨다 그렇게 말하는데, 그걸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기분 나쁜 현상입니다.

그러니 두 질문이 다른 게 아니라 같은 겁니다. 아이의 욕심은 공부 욕심이 아니라 성적 욕심이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성적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 나오면 됩니다. 이런 것을 공부 욕심이라고 부모가 미화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세상이란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다 나는 것도 아닙니다. 40명이 다 열심히 공부해도 1등부터 40등까지 나오고. 40명이 다 놀아도 1등부터 40등까지 나오며, 40명이 다 절이나 교회에서 기도한다 해도 1등부터 40등까지 나옵니다.

전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40명을 뽑아 한 반을 만들어도, 제일 못하는 학생들만 뽑아서 한 반을 만들어도 1등에서 40등까지 나옵니다. 등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는 겁니다.

같은 반 아이들이 나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내가 열심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내 등수가 낮게 나오는 거고, 내가 놀아도 아이들이 나보다 더 놀아버리면 내 성적은 잘 나옵니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한 뒤에 나오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온다면 개선 방법을 찾고 잘못된 것은 수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같은 반 애들이 공부를 잘해서 나보다 성적이 우수하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요. 아이가 지금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으니 부모가 그 생각을 교정해 줘야 합니다.

이렇게 나와 내 자식도 이런데, 이 세상에서 노력은 적게 하고 결과는 많이 얻으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없어질 수 있겠습니까. 권력이 있으면 권력에 연줄을 대서라도 이익을 얻으려 하고, 돈이 있으면 뇌물을 써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이것도 저것도 없으면 가서 싹싹 빌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게 중생들의 세계입니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니 그런 걸 보고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어요. 그게 옳다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세상이다 이겁니다. 남을 나무랄 거 없이 나부터도 노력은 조금 하고 결과는 크게 바라고 있잖습니까? 요즘 세상만 그런 것도 아니고 옛날에도 그랬고.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그런 일은 벌어집니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다 하더라도 이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지요. 모두 이렇게 산다면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지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니 천하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나는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겠지요. 다른 사람이야 복을 빌든지 말든지 딴 사람이야 가피를 찾든지 말든지 나는 빌지도 말고 찾지도 마라 이 말입니다. 우선 나부터 안 해야지 남을 시비할 건 없습니다.

질문자가 비리를 저지르고 요행을 바라고 횡재한 사람들을 보고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이 못해서 그런 겁니다. 나도 저들처럼 되고픈 욕구가 있다는 걸 보면서, ‘내가 만약 이렇게 한다면 다른 사람 눈에 내가 그렇게 비치지 않겠느냐. 이건 바른 길이 아니다. 저 사람들이 나를 깨우쳐주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거기에 물들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그들을 비난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비난하지 말라고 용납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개선되면 될수록 정토에 가까워지는 거니, 나부터 정토를 위해 개선해 나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세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아야 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그러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어리석음, 그들이 받을 과보를 생각해 불쌍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깨우쳐 개선해 나가야 됩니다.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 세상의 일을 보면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수행입니다.

ㅗ 21c부여신문

법륜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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