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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를 맞으며
소띠 해를 맞으며
  • e부여신문
  • 승인 2021.03.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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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학 (전)부여고등학교장

소띠 해를 맞으며

칼럼위원 시인 최규학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이다. 신축년은 60갑자 중 38번째에 해당하고, 10간 중 신(辛)은 하얀 색, 12지 중 축(丑)은 소를 의미하므로 60년 만에 찾아오는 하얀 소띠의 해에 해당된다. 신축년은 음양으로 음이고 오행으로 금(金), 방위로는 서(西), 색으로는 흰색에 해당한다. 소는 12지 동물 중에 가장 큰 가축인데 두 번째 동물로 선정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속설에 의하면 옥황상제가 정월 초하루 날 동물들을 소집하였는데 소는 하루 전날 출발하여 문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하였고, 쥐는 소등에 타고 와서 뛰어내려 1등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체 1등을 한 동물은 소인 것이다. 소의 2등은 쥐의 1등보다 위대한 것이다. 여기서 소의 특성인 근면 성실과 아둔함이 동시에 나타난다.

소는 근면 성실하고 우직하며 부드럽고 순종적이며 평온한 특성을 지닌다. 흰소는 특히 신성하고 밝고 큰 것을 상징한다.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1916-1956)은 일제 강점기에 <흰소>를 그렸는데 이는 한민족을 표상한 것이다. 신축년 흰 소띠 해를 맞아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 소띠해에 태어난 사람의 특성은 깊이 생각하고 철저히 계획을 세우며 근면 성실하고 정직하며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과 같이 소의 행동은 느림으로 대표된다. 유유자적 한가로운 모습이다. 유교에서는 의로운 군자의 모습으로 상징되고 불교에서는 십우도에서와 같이 깨달음을 의미한다. 세종대왕 때 재상을 지낸 맹사성은 소를 타고 다녔는데 이는 군자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나타낸다.

소는 한편으로 ‘황소고집’이라는 말과 같이 고집이 세고 ‘쇠귀에 경 읽기’라는 말과 같이 아둔하며 겁이 많고 게으른 특성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의 행동특성과 같다. 삼장법사는 바보스럽지만, 불경을 구하러 간다는 일념이 확실하고 변치 않는 행동특성으로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실은 긍정적 이미지보다 더 위대한 특성이 될 수 있다.

소는 분류학적으로 보면 동물계, 척추동물문, 포유강, 우제목, 우과, 우속, 우종에 속한다. 우제목 중에서 반추류에 속하는데 이는 초식동물로 위가 네 개가 있어 되새김질하기 때문이다. 한자로 수소를 특(特), 암소를 고(牯)라고 하며 송아지도 갓난것은 독(犢), 두 살짜리는 시(㸬), 세 살짜리는 삼(犙), 네 살짜리는 사(㸺)라 한다. 또 한 가지 색으로 된 것은 전(牷)이라 한다. 영어로는 암소를 cow 수소를 bull, 노역용의 거세한 수소를 ox, 새끼 낳기 전의 젊은 암소를 heifer, 송아지를 calf 집합적인 의미로 소는 cattle이라 부른다.

한우종(Korean Brown)은 기원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육되어 농업 노동력에 이용한 역용종이다. 연구에 의하면 한우(Bos taurus Coreanae)는 유럽소와 인도소의 혼혈종에서 기원하여 북부 중국, 만주를 거쳐 들어온 뒤 다른 종과 혼혈되지 않고 순종번식에 의하여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의 대표적인 털 색깔은 황갈색이다. 체구는 크지 않은 편이고, 강한 체질에 조악한 사료에도 잘 견디며, 온순하여 사육에 별 어려움이 없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소의 사육두수는 13억 두가 넘는데, 지형 기후조건이 농경에 적합하지 않고 소를 이용할 수 없었던 지역 중 유목생활을 하는 몽고·,아프리카 내륙,·서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집소를 기르지 않고 있다. 물소는 약 1억 2,000만 두 정도인데, 약 80%가 동아시아의 열대 또는 아열대지방에서 농경용으로 사육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역용 한우(Farm cattle)는 거의 사라졌고 육용 (Beef cattle) 한육우가 주로 사육되는데 현재 사육두수는 약19만호에서 약 200만두이며 100두 이상 대규모 사육농가는 2천가구이다. 일두백미(一頭百味) 즉 한우 한 마리에 무려 100가지 맛이 있다는 말과 같이 한우육은 세계 쇠고기 중에서 최고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의 분석에 의하면 쇠고기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방산인 올레인산이 한우가 약 49~52%인데 수입산은 39∼42% 이다. 또한 한우는 쇠고기의 단맛에 영향을 주는 글루코스와 감칠맛을 내는 구아노신일인산염, 이노신일인산염이 많고, 신맛의 락테이트와 쓴맛의 하이포크산틴이 적다.

예로부터 한우는 버릴 것이 없이 모든 부위를 식용에 활용했는데,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영국, 프랑스는 소를 35부위로 나눠 먹는데, 한국은 120부위로 즐겨 먹는다”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한우라는 명칭은 1950년대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공식 명칭이 된 것은 1963년 축산법 제정 이후이다. 이후 한우개량사업이 이루어져 1974년 한우 1두당 출하 체중은 358kg이었으나, 현재는 694kg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대에 소 사육의 가장 큰 목적은 희생제물이었고 역용이외에 육용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신라 법흥왕, 성덕왕, 백제 법왕 등은 도축을 금했으며 고려시대에도 불교의 융성으로 육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의 인(仁) 사상으로 소 잡는 일을 즐기지 않았다. 농신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소를 바쳐 제사를 올렸는데 제단을 선농단(先農壇)이라 하였다. 제사 후 소고기를 탕으로 하여 많은 제관들이 나누어 먹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설렁탕의 유래이다.

인간이 소를 다루기 위해서 개발한 것이 코뚜레이다. 코뚜레를 하게 되면 소는 인간에게 자유를 속박당하고 한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말을 다루기 위해 재갈을 물리고 삼장법사가 손오공을 다루기 위해 긴고아를 채운 것과 같다. 인간도 무엇인가 운명적으로 자신을 속박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2021년 하얀 소띠해를 맞아 코뚜레가 사라진 것처럼 우리의 속박도 사라지고 건강하소! 행복하소! 사랑하소! 소의 복이 소복소복 쌓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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